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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연방판사 이직, 역대 최고 수준


미국 내 화제와 관심사를 전해드리는 ‘미국은 지금’ 시간입니다. 미국의 연방판사는 법의 수호자로서 매우 존경받는 직업입니다. 또 한 번 임명되면 평생 자리를 유지하는 종신직이기도 한데요, 요즘 이런 판사의 이직율이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합니다. 왜 이렇게 법복을 벗는 판사가 늘어나는지 김근삼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문: 미국에서 연방 판사의 사임률이 과거 어느때보다 높다구요?

답: 그렇습니다. 미국 연방 법원이 최근 2년간의 통계를 발표했는데요. 875명의 종신직 연방 판사 중 22명이 사임했다고 합니다. 이는 미국 역사상 가장 높은 사임률이라고 하는데요.

과거와 비교를 해보면 1958년부터 1969년까지 11년간 사임한 판사는 3명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2000년 이후에는 7년간 벌써 51명이 사임했구요, 2009년까지 17명이 추가로 사임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문: 판사는 사회적으로 많은 존경을 받는 자리인데, 사임률이 높은 이유가 뭡니까?

답: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급여를 가장 큰 이유로 꼽습니다. 같은 법 공부를 했지만, 변호사나 법대 학장같은 민간분야에서 일할 경우 많게는 2배에서 3배까지 높은 급여를 받구요 또 날로 몸값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연방판사는 오히려 임금 인상이 제 때 이뤄지지 않는 형편이라고 하는데요, 물론 판사가 명예롭고 또 존경받는 자리지만 워낙 소득격차가 커지다보니 사임이 늘고 있다는 것이죠.

문: 실제로 소득차이가 얼마나 납니까?

답: 연방 판사들은 한 해 평균 16만5천달러 정도를 받습니다. 미국인 전체 소득 상위 10%에 속하는 적지않은 급여죠. 하지만 법률회사 변호사나 법대 학장들이 받는 액수에 비하면 적은 수준입니다. 미국 법률회사의 선임 변호사들은 연간 33만달러 정도를 번다고 합니다. 법대 학장들의 평균 연봉도 23만 달러 정도구요. 특히 상위 25개 법대의 경우 학장들의 연봉이 43만 달러에 달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의 소득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는 것인데요. 미국 100대 법률회사의 급여는 지난 10년간 121% 정도 올랐는데요, 판사의 연봉은 21% 인상되는데 그쳤습니다. 또 이렇게 인상률이 낮다 보니, 물가상승율을 고려하면 연방 판사의 급여는 오히려 지난 40여년간 실질적으로 25%나 내려간 것이라고 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명예 보다는 더 많은 급여를 찾아서 이직을 하는 판사가 증가한다는 것이죠.

문: 적은 차이도 아니고, 2배, 3배까지 난다니 직업을 바꾸려는 판사가 생길만 하네요.

답: 그렇습니다. 지난 2년간 사임한 22명의 판사 중에도 19명은 이직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14명이 법률회사로 갔구요, 5명이 교육계로 갔습니다. 은퇴를 위한 사임은 3명에 불과했죠.

문: 종신직인 판사의 사임이 많아지면, 문제점도 있겠죠?

답: 물론입니다. 우선 사임이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판사직에 대한 인기가 줄었다는 것인데요, 따라서 법조인 중에서도 우수한 인재를 구하기가 어려워지겠죠. 또 한가지는 판사직을 종신직으로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사법권의 독립을 보장하겠다는 것인데요, 법조인들이 판사직을 평생 직업이 아니라 다른 직장으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 정도로 생각한다면 최악의 경우 미래에 대한 계획이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미국 상원에서는 연방 판사의 급여를 10만 달러 가까이 인상한다는 법안이 검토되고 있기도 합니다.

문: 그렇군요. 법의 수호자라고 할 수 있는 판사들의 이직률이 높아지고 있다니, 미국 정부에서도 뭔가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습니다. 화제를 바꿔볼까요. 미국의 강력범죄 발생율이 2년 연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구요?

답: 네. 미국 연방수사국인 FBI의 24일 발표에 따르면 2005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강력 범죄가 전국적으로 2%정도 증가했다고 합니다. 강력사건 중에는 살인이 전국적으로 1.8% 정도 늘었습니다. 사실 미국에서는 강력범죄율이 2002년에 최악을 기록한 뒤 2004년까지 하락해서 환영받았었는데, 지난 2년간 다시 증가세를 보인 것이죠.

문: 범죄 증가의 이유를 꼭 집어서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이런 증가 추세의 원인에 대한 분석도 있겠죠?

답: 미국 법무부에서는 갱 범죄와 청소년 범죄, 또 총기관련 범죄가 늘어난 것을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에서도 올해 이런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서 5천만 달러 정도의 특별 예산을 편성해놓고 있습니다. 의회에서도 강력범죄의 수사와 사법처리에 대한 새로운 법안을 추진하고 있구요.

문: 한국에서도 청소년들의 범죄가 날로 잔인한 양상을 띤다고 해서 사회적인 이슈가 됐었는데, 미국에서도 청소년 범죄, 또 갱 범죄가 문제로 대두되고 있군요.

답: 그렇습니다. 미국의 청소년 전문가들은 폭력적인 미디어 환경에 대해 많이 우려합니다.

요즘 청소년들이 즐기는 컴퓨터 게임이나 영화가 갈수록 자극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특히 컴퓨터 게임의 경우 각 종 범죄를 소재로 한 것들이 많구요, 폭력적인 게임도 많습니다. 청소년 범죄자 중에 이런 게임을 따라했다는 경우도 실제로 있었구요.

물론 이런 게임들의 경우 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한 등급제가 있기는 한데, 사실 청소년들이 이런 게임에 접근하는 것을 완벽하게 막을 수도 없는 노릇이죠. 인터넷도 통제가 어려운 매체 중 하나인데요. 이런 인터넷을 통해 판단력이 약한 청소년들이 범죄를 미화한 내용에 노출되는 것도 문제입니다.

문: 저도 요즘 컴퓨터 게임 장면을 보면 피가 난무하고 굉장히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당연히 청소년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겠죠.

답: 네, 그래서 범죄 전문가들은 강력 범죄에 대한 대응도 중요하지만, 이런 범죄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앞서 말씀드린 폭력적인 미디어 환경을 순화하려는 노력은 더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오늘 소식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미국 내 화제와 관심사를 전해드리는 ‘미국은 지금’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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