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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9.11 테러 6주년 맞아 각종 추모행사


미국의 국가안보와 경제의 심장부인 수도 워싱턴의 국방부 건물과 뉴욕 맨해튼의 세계무역센터에 대한 알카에다 조직의 테러공격이 있은 지 오늘로 6주년을 맞았습니다. 미국 본토에 대한 역사상 첫 공격으로 기록된 9.11 테러사태는 미국의 대내외 정책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고, 이후 미국은 지금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전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부시 행정부 당국자들은 9.11 테러 6주년을 맞은 지금도 미국은 여전히 테러 공격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9.11 테러사태 6주년을 맞는 미국의 표정을 조망해 봤습니다.

2001년 9월 11일 오전! 맑은 가을 하늘 아래 뉴욕 시민들이 바쁜 출근길에 오를 때쯤 여객기 한 대가 맨해튼 상공에 나타납니다.

그리고 이 항공기는 오전 8시 46분, 맨해튼의 빌딩숲을 상징하는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의 북쪽 타워로 정면 충돌합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미국의 24시간 케이블 방송인 CNN 등 주요 언론들은 한 소형 비행기가 실수로 건물에 충돌한 것으로 보인다며 큰 의미 없이 관련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44분 뒤 또 다른 항공기가 이번에는 남부 타워로 돌진해 폭발하자 미국은 초비상 상태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뉴욕의 마천루를 상징하며 든든히 서 있던 두 빌딩은 오전 9시 59분과 10시 29분 두 차례에 걸쳐 거짓말처럼 와르르 무너져 내렸습니다.

건물 안에 있던 무고한 시민들과 이들을 구하기 위해 나섰던 소방대원 4백여명 등 2천7백50명은 국제 테러단체 알카에다에 의한 미국 역사상 유례가 없는 테러공격으로 이렇게 삶을 마감했습니다.

같은 날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 있는 미국 국방부 건물도 역시 항공기 공격을 받아 1백84명이 희생됐고, 백악관을 향하던 또 다른 항공기는 테러를 눈치챈 승객들과 테러범들 사이의 격투로 펜실베니아주 생크스빌의 벌판에 추락해 40명이 숨졌습니다.

비행기 조종학교 유학생 등으로 위장해 미국에 잠입한 국제 테러단체 알카에다의 조직원 19명은 이렇게 4대의 항공기를 납치해 미국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습니다.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은 테러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발표하고,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 외교정책과 이슬람을 인정하지 않는 미국의 패권주의에 맞서 계속 공격을 감행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역사상 처음으로 미 본토가 공격을 받자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정신적 충격을 달래기 위해 교회로 발길을 옮겼고, 맨해튼 남부의 많은 기업들은 안전을 고려해 뉴욕 북부나 인근 뉴저지주로 떠났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그러나 애국심과 단합을 강조하는 한편 상처 치유와 회복, 그리고 테러와의 전쟁을 다짐하며 위기 타개에 나섰습니다. 많은 미국인들이 이에 호응해 희생자 구출과 복구 작업을 돕기 위한 자원봉사에 나섰고, 희생자 가족을 위로하는 서신과 기부금이 쇄도했습니다.

9.11 테러 발생 6주년을 맞는 현재! 뉴욕과 워싱턴은 정상을 되찾았고 세계무역센터 빌딩이 무너진 뉴욕 그라운드 제로에는 초고층 ‘프리덤 타워’와 환승터미널 공사, 추모시설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습니다. 펜타곤으로 불리는 국방부 건물 역시 대규모 폭발에 견딜 수 있는 첨단장비를 도입하는 등 보안을 크게 강화한 새로운 건물로 거듭났습니다.

그러나 9.11 테러는 그동안 미국 안팎으로 많은 변화를 불러왔습니다. 아무리 시간이 걸리더라도 테러단체들을 섬멸하겠다고 다짐한 부시 대통령은 알카에다 등 테러조직을 두둔하는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과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부를 잇따라 공격했습니다.

공격 직후 탈레반이 무너지고 후세인은 권좌에서 축출되면서 미국의 선택은 성공을 거두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러나 탈레반의 게릴라전, 그리고 이라크 내 각 정파 간 폭력사태와 갈등 등 예기치 못한 걸림돌들을 만나면서 미국은 현재까지도 현지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테러공격을 주도한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은 오늘(11일)도 미국을 비난하는 비디오 성명을 발표하며 건재를 과시하고 있습니다.

급기야 테러 직후 미 국민들로부터 80~ 90% 의 압도적 지지를 받던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은 이라크 사태 악화로 30% 대로 곤두박질 쳤고, 미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존중과 테러와의 전쟁에 대해 지지도 과거보다 떨어지고 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정확한 정보와 현지 상황에 대한 이해 없이 강행한 이라크 전쟁이 전반적인 테러와의 전쟁 성과를 퇴색시키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9.11 테러공격은 외국 뿐아니라 국내의 보안도 대폭 강화하는 계기를 제공했습니다. 출입국 관리에 대한 보안 강화로 미국에 입국하는 외국인들은 여러 까다로운 절차를 밟거나 비자 거부가 속출했으며, 공항의 보안검색 강화로 여행객들은 비행기 탑승에 과거보다 훨씬 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미국내 아랍계 이민자들은 9.11 테러공격으로 일부 차별을 받는 등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9.11 테러의 명암이 지난 6년 간 여러 갈래로 교차되고 있지만 미국인들은 여전히 9.11의 기억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9.11 테러 6주년을 맞아 실시된 여러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의 80% 이상이 9.11 테러 공격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기억하고 있었고, 많은 시민들이 미국이 여전히 테러공격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 국토안보부의 마이클 처토프 장관 역시 최근 인터뷰에서 미국이 테러공격을 효과적으로 막는 데 성공하고 있지만, 9.11 테러가 6년이 지난 지금도 미국은 테러 위험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9.11테러 6주년을 맞아 오늘 뉴욕과 워싱턴, 펜실베이니아 생크스빌에서 기념식이 열릴 예정입니다. 지난해 테러 공격을 받았던 장소들을 모두 방문해 기념식에 참석했던 부시 대통령은 올해는 오전 워싱턴의 존스 성공회 교회에서 예배를 드린 뒤 백악관에서 묵념 등 간단한 기념식을 가질 예정입니다.

가장 큰 희생자가 발생했던 뉴욕시는 마이클 불룸버그 시장과 루디 줄리아니 전 시장, 유가족 등이 첨석한 가운데 피폭 중심지안 그라운드 제로 인근 주코티 공원에서 기념식을 갖습니다. 오늘 기념식은 전통대로 첫 공격을 받았던 8시 40분에 시작해 4시간여 동안 계속될 예정입니다.

뉴욕 기념식에서는 특히 추도 묵념시간 동안 희생자 2천 7백50명의 이름이 불려지고, 오늘 밤에는 과거 세계무역센터의 쌍둥이 건물을 상징하는 두 줄기 빛이 6.4km 상공까지 치솟아 뉴욕의 하늘을 밝히며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할 예정입니다.

미국의 소리 김영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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