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북-일 관계정상화 실무회의 배경과 전망


5일 몽골에서 개막된 북한과 일본의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회의는 납북자 문제를 둘러싼 양측이 극명한 입장차로 인해 결과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이번 회의를 앞두고 종전의 대북 강경책에서 선회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이번 회의의 배경과 전망에 대해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북한 전문가들은 일본과 북한 간 관계정상화 회의가 핵 문제를 다루는 회담에 못지 않게 어려운 회담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 진전을 이루기가 힘들다는 지적입니다.

일본 전문가인 한국 중앙대학교의 김호섭 교수는 일본 정부가 북한과의 관계에서 납치 문제를 최우선 선결과제로 여겨왔다고 말합니다.

반면 북한은 ‘납치 문제는 이미 종결됐다’는 입장입니다.

한국 경남대학교 북한대학원의 김근식 교수는 북한 정부 수뇌부는 미국과의 관계만 개선되면 일본은 자동적으로 따라 올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런 이유로 지난 3월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열린 첫 번째 일-북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회의는 아무런 결실을 거두지 못하고 3시간만에 결렬됐습니다.

하지만 최근 일본에서는 대북 정책을 둘러싸고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우선 일본의 마치무라 노부타카 신임 외상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에서 “납치 문제와 모든 것을 연관시켜 생각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또 요사노 가오루 관방장관은 4일 일본이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북한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일본 각료들의 이같은 일련의 발언은 납치 문제에 대북 지원 등 모든 문제를 연계했던 과거의 입장과는 다른 것입니다.

일본의 대북 정책이 이처럼 다소 유연성을 띄는 것으로 보이는 배경에는 국내외적으로 두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우선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과거의 대북 강경책에서 벗어나 이미 ‘북한 껴안기’로 선회했다는 사실입니다. 한 마디로, 북한에게 정치, 경제적 대가를 제공하고 핵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부시 대통령은 지난 1일 자신의 임기 중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의지를 밝혔습니다.

또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이 10월 초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인데다, 중국과 러시아도 유연한 대북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대북 강경입장을 고수할 경우 일본 정부는 동북아시아에서 외교적으로 고립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서울의 일본 전문가 고선규 박사는 일본이 이런 식으로 나가면 ‘외톨이’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아베 신조 총리는 전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에 비해 인기가 없습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최근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일본인들의 70%는 아베 정권의 장기집권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때문에 아베 총리는 일-북 관계에 어떤 돌파구를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머리를 맞댄 미네 요시키 일-북 국교정상화 교섭담당 대사와 북한의 송일호 대사가 어떤 외교적 드라마를 펼칠지 주목됩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