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나의 삶, 나의 보람] 문대진 씨 - 미국식 스파에 한국식 사우나 접목시켜 미 주류사회 공략


미국에서 살아가는 한인 이민자들의 하루는 바쁘기만 합니다. 새벽 같이 일어나 서둘러 아이들을 챙겨서 학교에 보내고 종종걸음으로 일터로 향해야 합니다. 세탁소에서, 수퍼마켓에서, 식당에서… 해가 넘어갈 때 까지 하루종일 일한 뒤 집에 돌아오면 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잠자리에 들기 일쑤입니다.

이렇듯 피곤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한인들이 미국에서 살면서 가장 아쉬워 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한국의 사우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따뜻한 물에 온 몸을 담그면 그동안 쌓였던 피로가 날아가고, 정성껏 때를 밀다 보면 마음까지 깨끗해지는… 그 느낌을 그리워하는 것입니다.

한국인들에게 휴식이란 말과도 상통하는 사우나 문화를 미국에 심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버지니아주 한인타운 애난데일에서 ‘해와달 사우나’를 운영하는 문대진 사장입니다. 문대진 씨는 한인들이 밀집해 있는 뉴욕이나 서부의 로스 앤젤레스에는 한국식 사우나가 많이 들어서 있지만 워싱톤 지역에는 아직 드물다고 말합니다.

“LA 쪽은 지금 한 20개 될 겁니다. 사우나가.. 뉴욕도 한 10개는 넘어요. 한인이 하는 것들이 많고... 이 쪽에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아가지고 지금 많이 없어요.”

문대진 씨는 서른살 때 기회의 나라 미국에 오고 싶다는 생각 만으로 이민길에 올랐다고 말했습니다.

“가족초청으로 왔구요. 여기 형이 계셔가지고.. 형 덕분에 왔죠. 저도 젊었을 때 왔으니까 그 때는 내 인생을 위해서 왔다고 봐야겠죠. 기회가 많은 나라죠. 열심히 하는 만큼의 대가를 얻을 수 있으니까.. 지금도 그걸 느끼고 있습니다.”

미국에 온 후 부인은 미용실에서, 문 씨는 자동차 수리소에서 부부가 바쁘게 뛰며 열심히 맞벌이를 했습니다.

“첫번째 미용실을 했습니다. 와이프가 미용을 했기 때문에 미용실을 열었구요. 저는 자동차 일을 했습니다. 여기서는 ‘바디’라고 그러는데 한국말로는 정비죠. 그런 계통의 일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1986년 버지니아주 애난데일에 부부의 이름을 딴 ‘해와달’ 미용실을 열게 됩니다.

“이제 미국식으로 얘기하면 우리 와이프 퍼스트 네임 (이름)이 ‘선’이구요. 선숙입니다. 이름이.. 그리고 내 이름이, 라스트 네임 (성)이 ‘문’이에요. 자연적으로 퍼스트 네임하고 라스트 네임이 만나다 보니까 ‘해와달’이 됐어요.”

부인의 머리 만지는 솜씨가 뛰어 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미용실은 나날이 번창했습니다. 미용실을 운영하면서 용기를 얻은 문대진 씨는 사업을 확장할 궁리를 합니다. 당시 미국에서는 휴양지와 고급 호텔 등지에서 전신 맛사지나 피부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스파 산업이 한창 인기를 얻고 있었습니다. 문 씨는 이같은 미국식 스파에 한국식 사우나를 접목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 쪽 미용 계통의 일이 더 빠를 것 같더라구요. 지름길이 될 것 같아 가지고.. 그 때 데이 스파라는 게 미국에서 붐을 이루고 있었어요. 그 붐이란 거는 리조트 계통의, 호텔 쪽의 사업이 활성화 돼 있었는데 개인이 하기에는 어려운 일이라서 개인들은 시작을 못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그 때 시도를 했었죠.”

문대진 씨는 1996년 메릴랜드주 락빌에 처음 사우나를 엽니다. 한인을 상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미국인들, 즉 주류사회를 한번 공략해 보겠다는 야심찬 생각으로 사무실 건물이 밀집해 있는 지역에 막대한 자금을 들여 최신식 사우나를 열었습니다.

“저희가 미장원은 버지니아에서 해가지고 괜찮았어요. 사업확장을 위해서 그 쪽은 오피스 빌딩이 많았고, 미국 사람 오피스 빌딩이, 우리도 주류사회 들어가려고… 미국사회 쪽으로 들어가 보려고 시작이 된 거죠.”

하지만 사우나 운영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미국사회의 벽은 높았어요. 우리가 뚫지를 못했어요. 거기는 엄청 컸어요. 우리가 그 당시에도 돈을 엄청 들였으니까 엄청 큰 규모였고.. 미국 사람 상대로 들어갔는데 동양사람이 하니까 금방금방 움직여주지 않아가지고 한 3년 힘들었습니다.”

문대진 씨는 메릴랜드에서3년여 동안 사우나를 운영하지만 적자를 면치 못하다가 결국 다른 사람에게 넘기게 됩니다. 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입었지만 실망하지 않았습니다. 한국 사람들 뿐만이 아니라 많은 아시아인들까지 한국식 사우나를 좋아한다는데 미국인들도 한번 경험해 보면 푹 빠지고 말 것이란 생각이었습니다. 오기가 난 문대진 씨는 2000년 부인이 운영하는 애난데일의 미용실 바로 옆에 새로 여성전용 사우나를 열었습니다.

“버지니아에는 우리 터전이 있었기 때문에 미장원이.. 지금도 사우나하고 미장원하고 같이 붙어 있습니다. 버지니아 쪽은 괜찮아요. 여러가지로.. 지금은 데이 스파, 이 사우나가 많이 알려져 가지고 외국 사람들도 많이 오고 있습니다. 한 30퍼센트 이상은 외국 사람들이 손님 층을 이루고 있어요.”

이 곳의 사우나는 한국에 비해 규모는 훨씬 작지만 항상 물이 찰찰 넘쳐 흐르는 따뜻한 온탕과 함께 냉탕, 건식, 습식 사우나를 갖추고 있습니다. 또한 손님들이 잠시 눈을 붙이고 쉬어갈 수 있는 찜질방도 있습니다.

한국식 사우나와 미국식 스파를 접목시킨다는 문대진 씨의 생각에 따라 한국식 때맛사지와 지압은 물론, 서양식 맛사지, 또 손톱이나 발톱손질 등의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바로 옆집에 건너가면 부인이 운영하는 미장원에서 머리손질까지 받을 수 있어 이곳을 찾는 여성들은 그야말로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여왕처럼 최고의 대우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한국식 사우나의 매력이 미국인들 사이에도 알려지면서 그렇게 높게만 여겨졌던 미국사회의 벽도 차츰 차츰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손님들 가운데 30퍼센트는 한인이 아닌 다른 민족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죽은 스킨, 그러니까 익스플로레이션이 때 미는 건데.. 우리는 죽은 스킨을 벗겨내는 거지만 미국 사람들은 벗겨내는 게 없고 영양분을 줘요. 몸에다가.. 시위드 팩이라든가, 머드 팩, 시 솔트라고 해서 그런 걸 몸에 발라 가지고 한 20분 정도 랩으로 감아놓죠. 비닐 같은 걸로.. 씌워놓아 가지고 영양분을 주는데 우리는 되려 벗겨내요. 그 사람들이 우리 때 미는 것을 해보고 나서는 더 훨씬 나으니까 저희 쪽으로 오시는 것 같아요. 좋아하시는 분들은…”

사우나 직원들 가운데 한 명인 김미례 씨는 손끝에 담긴 정성을 손님들이 느끼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많이, 잘 성의껏 아픈 부분을 잘 만져드리고 그러니까 손님이 많이 오시죠. 물론 힘은 들지만 손님들이 서비스 잘 받고 시원해 하시는 걸 보면 거기에 많이 위로를 합니다. 힘들어도...”

문대진 씨는 사우나 사업이 재미있다고 말합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겠지만 미국 사람들은 옷 벗는 걸 무지하게 싫어해요.그 사람들한테도 옷 벗는 교육을 시키니까 대단한 거죠.”

문대진 씨는 아침 8시에 문을 열어 밤 12시가 되야 문을 닫는 사우나 운영은 일하는 시간이 길어 힘들긴 하지만 열심히 하는 만큼 대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업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서 여가시간을 즐길 수 있는 여유도 갖게 됐습니다.

“하는 것 다하죠, 뭐. 골프도 치고.. 또 일주일에 한 번씩 볼링도 치고… 여기 한인들이 모이는 볼링 팀이 있어요. 20년전에 만든 건데.. 지금도 운영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 가족이 다 나가서 치고 있구요.”

문대진 씨는 이민온 뒤 낯선 언어와 환경으로 인한 어려움을 딛고 미국에서 어느 정도 기반을 잡은 것이 기쁘긴 하지만 가장 큰 보람은 자랑스러운 아들이라고 말합니다.

“저희가 자식이… 결혼은 일찍 했지만 (아이가) 없어가지고 고생을 많이 했어요. 한 10년후에 우리가 아들을 하나 봤는데 그 꼬마가 지금 열두살입니다만. 아들 봤을 때가 제일 기뻤구요. 어려웠던 일은 미국생활이 다 어렵겠지만 우리가 사업을 크게 벌려가지고 힘들었을 때 그 때가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걸 극복하고 나니까 더 좋은 일이 열렸고, 좋은 기회가 온 것 같아요.”

한 번 실패에 굴하지않고 두번째 도전에 나서 보란 듯이 사우나 사업에 성공한 문대진 씨, 하지만 문 씨의 어메리칸 드림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더 열심히 해야죠. 아직 갈 길은 멀었으니까요. 그래요. 만약 기회가 된다면 내 건물에다가, 내 건물을 사가지고 이걸 한번 집어넣고 싶어요. 사우나하고 미국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는 헤어 살롱, 스킨 케어, 바디 케어를 다 집어넣을 수 있는 빌딩 하나를 구입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관련 뉴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