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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경희대 우승지 교수] '2.13 합의에 섣부른 기대 못 해'


지난주 베이징 6자회담 합의로 한반도비핵화에 대한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도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합의에서는 일부 핵심사안이 배제된 측면이 눈에 뜨이고 있어 아직 섣부른 기대를 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가 전문가들로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이 시간에는 이번 2.13 합의의 의미와 쟁점 등 근본적인 문제점에 관해 한국 경희대학교 국제학부 우승지 교수의 견해를 전해드립니다.

문) 먼저 이번 2.13 합의의 가치는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답) 이번 6자회담에서 합의가 이루어졌습니다. 지난해 10월 9일 북한이 핵실험을 한 이후에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었는데 이번 합의로 이런 긴장국면이 해소되는 전기가 마련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이번 합의는 2005년에 나온 9.19 공동성명과 연결시켜 이해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2005년 9.19 공동성명에서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한 원칙을 천명했다면 이번 2.13 베이징 합의는 9.19 공동성명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행동강령에 6개국이 합의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문) 합의 이후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임시 핵시설 가동중단”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만 실제적으로 합의문에는 ‘불능화’라는 문구가 분명히 쓰여져 있는데요?

답) 합의문에는 불능화라는 단어가 쓰여 있구요 북한 조선중앙통신에서 ‘임시 핵시설 가동중단’이라는 표현을 쓴 것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것은 북한 국내용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구요 또 일단 합의를 한 후에 그 합의를 틀고 보다 북한에게 유리한 새로운 합의를 얻어내려는 북한의 전형적인 수법일 수도 있겠습니다.

이번 합의를 보면 2단계로 실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초기단계와 다음 단계로 이루어지게 되었는데 초기단계에서는 60일 이내에 북한의 핵시설을 폐쇄하게 되었고 다음 단계에서는 핵시설 불능화로 이어지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럼 여기에서 북한이 ‘임시 핵시설 가동중단’을 얘기하고 나온 것은 혹시 초기단계에만 실천하고 다음 단계인 핵시설 불능화 단계에서는 좀 발을 빼는 그런 협상태도를 보이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라고 봅니다.

문) 방금 ‘불능화’ 표현이 북한 국내용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뜻은 무엇입니까?

답) 지금 북한은 ‘핵 선군주의’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즉 북한이 핵무장을 해서 미국이라는 강대한 제국과 대항해 북한이 맞서고 있다는 이미지를 북한주민들에게 심어주고 있는데요 북한이 너무 쉽게 핵을 포기한다고 한다면 그것을 쉽사리 주민들에게 설득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북한 내부에 어떤 의견이 모아지지 않을 때까지는 임시로 북한주민들에게 이제 과거와 같이 임시로 핵시설을 중단하는 것이다. 이렇게 발표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문) ‘불능화’라면 영변핵시설 단지를 불능화시킨다는 것인지요?

답) 영변에 여러가지 핵시설이 있는데 원자로도 있고 재처리시설도 있는데 영변에 있는 모든 핵시설을 불능화한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문) 그럼 다른 곳에 있을지도 모르는 핵시설은 어떻게 합니까?

답) 이것은 2.13 합의에도 나와 있구요 2005년 9.19 공동성명에도 나와 있는데 북한에 있는 모든 핵물질과 핵시설을 폐기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그래서 비단 영변뿐만 아니라 만약 존재한다면 그 이외에 있는 핵시설도 포함하는 것으로 이해 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런 차원에서 미국이나 한국 중국도 이해를 하겠지만 그러나 북한도 여기에 동의할지에 대해서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앞으로 초기단계가 지나고나면 이변 이외의 핵시설 존재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할 가능성이 더 많다고 생각을 합니다.

문) 일부에서는 영변 핵시설의 경우는 이미 노후화로 수명이 다한 까닭에 ‘그곳의 불능조치라는 것이 큰 의미를 주기에는 역부족이다’ 하는 분석이 있는데요?

답) 그렇지만 영변에 있는 5MW 원자로에서 계속 플로토늄을 추출하고 재처리해 또 무기화할 수 있는 핵물질을 추출해 왔기 때문에 영변에 있는 5MW 원자로를 폐쇄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돌이켜보면 과거 1.2차 핵위기는 영변에 있는 5MW 원자로를 중심으로 해서 발생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그것을 폐기한다면 단순한 가동중단이 아니라 불능화하게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는 적지 않다고 생각을 합니다.그러나 궁극적인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해서는 영변 이외에 있는 핵시설과 핵물질까지도 해답을 내야 될 것입니다.

문) 일각에서는 2.13 공동성명에도 불구하고 기 핵무기는 얘기를 안했구요 고농축 우라늄 문제와 핵불능화 문제까지 구체화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성명이 절반의 성공이다는 평가들도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답) 2.13 합의는 초기단계를 위한 행동강령이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차후에 초기단계에서의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쇄가 이루어지면 차후에 또 당국자들이 만나 그보다 더 진전된 수준에서의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구요 그런 논의의 장이 마련되면 고농축 프로그램을 비롯해서 기존의 핵무기 문제에 대해서 까지도 진전된 논의가 나올 것으로 생각을 합니다.

문) 향후 이 합의문대로 북핵문제가 해결의 길로 잘 나갈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답) 우리가 현시점에서 지나친 낙관적 전망을 하고 너무 앞서 간다면 그것도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서 좋지 않다고 생각을 합니다. 무릇 모든 협상에는 당근과 채칙이 병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적당한 인센티브와 적당한 압박을 잘 배합해 북한이 궁극적으로 핵을 포기하는 전략적 결단을 내리도록 우리가 잘 유도해야 될 것 같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그 반대편에 서서 너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는 분석가들도 많이 있는데 이것도 너무 이렇게 비관적인 전망만 하면 오히려 북한하고 어떤 협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런 지나친 낙관적 전망과 지나치게 비관적인 전망을 다 극복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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