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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강준영 교수 - 북한의 선택과 전략


제5차 북한 핵 6자회담 2단계 회의가 다음 일정도 잡지 못한 채 지난 22일 끝났습니다. 북한과 미국 사이에는 회담 과정 내내 팽팽한 의견대립이 계속된 가운데 북한은 새로운 주장을 제기하는 등 회담 성사에 별다른 의지를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 시간에는 6자회담 과정에서 나타난 북한의 선택과 전략에 대해 한국외국어대학 중국학과 강준영 교수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대담에 서울의 VOA 박세경 기자입니다.

문) 북한이 지난주 6자회담에서 기대와는 달리 방코델타아시아은행에 대한 금융제재 해제를 계속 요구했다고 하지 않습니까?

답) 사실 이 문제는 북한과 미국간에 아주 근본적인 인식차가 있습니다. 북한이 왜 이렇게 BDA은행 문제를 문제로 삼는가 하면 이것은 소위 미국의 대북적대시정책의 상징이라는 것입니다.

결국은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미국이 북한에 대해 가지고 있는 그런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미국은 이것은 어디까지나 법적인 문제이지 정치적인 문제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법 집행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겁니다. 결국 이렇게 되다보니 북한의 경우는 미국이 BDA은행 문제를 통해 핵폐기에 대한 양보를 얻어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 그렇다면 이 두 개가 서로 층차가 안맞는 일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 지속적으로 이 문제를 요구하고 해제를 요구하고 있는 그런 상황입니다.

문) 이번에 13개월만에 북한이 6자회담장에 나오면서 6자회담이 기본적으로 이제 핵 군축회담이 되어야 한다고 얘기 했는데요. 북한의 전략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답) 6자회담 재개 당일인 18일 기조연설에서 북한 김계관 부상이 그런 얘기를 했는데요 사실은 이번 회의도 살펴보면 북한의 원래 협상틀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상대방 국가가 도저히 받아 들일 수 없는 커다란 예기를 하면서 그러면서 당연히 마음속에 저쪽에서 받아들일리가 없다는 생각을 하는 거죠, 그러면서 분위기를 고조시킨 다음에 좀 작은 문제로 끌고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소위 우리가 살라미(salami) 전술이라고 그러지 않습니까?

해결이 안되는 것을 차근차근 쪼개서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이런 얘기인데 그런 의미에서 북한은 이미 핵실험을 했고 우리는 핵보유국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 회담은 핵군축회담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특별히 이번에도 보면 핵무기 폐기는 얘기하면 안된다는 거죠 핵 프로그램 가동을 중지하는 것은 얘기가 될 수 있지만 핵무기는 안된다 핵무기는 우리가 이미 갖고 있는 것이다. 이런 얘기를 북한이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결국 그런 틀 안에서 자신들이(북한이) 의도한 작은 것부터 하나씩 풀어나가려고 하는 그런 전략을 채택하지 않았나 이렇게 보입니다.

문) 이번 6자회담에서 여러가지 요구가 있었습니다만 새로운 것은 미국측이 일종의 패캐지 딜을 통해서 북한에게 핵문제를 해결하자 이러지 않았습니까? 북한은 어떻게 반응을 하고 있습니까?

답) 이번 제안에서 소위 미국의 제안 그러니까 초기 이행조치에 대한 제안이죠 여기에 대해 북한의 반응은 공식적으로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이번에 북한 김계관 부상이 소위 선결조건 합의 없이는 어떤 핵문제도 논의하면 안된다고 본국의 훈령을 받고 왔기 때문인데 본인도 그렇게 밝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 의도가 없는데 문제는 미국이 이번에 핵폐기를 위한 초기 이행조치에 대해서 아주 신축적인 제안을 했다는 거죠 보통 ‘동결-신고-검증-폐기’ 이렇게 4단계의 핵폐기 과정을 얘기하는데 미국이 이번에 다 얘기한 것은 아니고 동결과 신고 과정만 묶어 제안을 했습니다.

동결은 지금 상태에서 원자로 가동중지라든가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을 허용한다든가 한다면 서면으로 하는 체제보장이 가능하다 또 신고가 잘 이루어지면 경제적지원이나 인도적지원을 충분히 제공하고 고려할 수 있다. 이렇게 지금 얘기가 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BDA은행 문제가 선결되어야 그런 중재도 할 수 있다고 얘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계속 평행선을 달릴 겁니다.

문) 6자회담을 성사시키는 데 중국이 많은 역할을 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6자회담이 별다른 진전 없이 끝나면서 중국의 역할에 한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평가들도 있거든요, 어떻게 보십니까?

답) 이번에 6자회담을 성사시키면서 우다웨이 중국측 수석대표가 개막식 인사말에서 이번 회의의 주제는 9.19 공동성명의 전면적인 이행을 위한 구체적 조치를 토론을 통해 확정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공동이행의 초기 단계에서 각국이 무슨일을 해야 되는지를 확정하는 것이다고 얘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 얘기는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완전히 BDA은행 문제만 가지고 갑론을박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결국 이렇게 본다면 이번 회담은 일단 중국이 북한을 회담장으로 끌어내는 데만 신경을 썼을 뿐 그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북한측과 얘기가 안됐다는 게 드러나는 거구요 이런 것을 계기로 이제 지금부터 중국의 외교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다시 말해 북한을 어떻게 설득해 보다 본격적인 논의의 장으로 들어 올 수 있느냐 하는 그런 부분에 오히려 중국에 숙제가 주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 이번에 전반적으로 6자회담 과정을 통해서 볼 때에 북한의 전략이 그들의 의도대로 반영이 될 것으로 보시는지, 어떻게 평가를 하시겠습니까?

답) 결국 많은 사람들이 예상합니다만 역시 북한은 자신들의 수순대로 간다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그것을 다른 국가가 받아들이느냐 안받아들이느냐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구요 그런데 사실 북한도 대미 대화의 장을 잃어버리고 싶지는 않을 거구요 앞으로도 미국의 대화를 보면서 대화를 할 것인지 전략을 선택해야 되기 때문에 이번에 6자회담에 나온 것이거든요 그런데 북한으로서는 소득이 하나 있습니다.

이번에 어쨌든 BDA은행 문제에 대한 실무회의를 내달에 다시 뉴욕에서 재개하기로 되어 있거든요 그렇다면 결국 북한이 얘기하고 있는 북미간의 협상구도 유지에는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북미간의 인식차가 여전하고 그렇기 때문에 상당히 지루한 공방전이 예상되며 한마디로 집약한다면 북한의 입장에서는 미국이 대북적대시정책을 전환하고자 하는 의지가 분명히 있다라는 메시지를 줘야 6자회담도 굴러 갈 수 있다는 그런 의지 표명을 마지막 북한의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들을 수 있었는데

결국 이렇게 된다면 상당히 장기전으로 지루한 그러면서 6자회담 무용론까지 계속 나오면서 풀어 갈 수 밖에 없는 그런 답보상황이 아닌가 이렇게 판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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