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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가인권위, '북한 인권침해' 조사대상서 제외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가 11일 북한지역에서의 인권침해 행위를 조사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남북관계의 특수성과 국제법 등을 고려한 결과 실효적 관할권을 행사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인권단체 등 시민사회와 보수 언론들은 비겁한 행위라며 실망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이라크와 동티모르의 인권을 우려했던 국가인권위원회가 북한인권을 조사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이치에 어긋난다는 것입니다. 이에 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4쪽 분량의 보도자료에서 북한 인권의 범주를 북한주민과 북한 이탈주민(탈북자), 그리고 이산가족과 납북자, 국군포로 등 남북한 인도주의적 사안과 관련된 인권 등 3가지로 분류하고 이 가운데 북한 인권은 조사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혔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인권위원회법 4조는 법의 적용범위를 ‘대한민국의 국민과 대한민국의 영역 안에 있는 외국인’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이같은 입장을 밝혔습니다.

위원회는 또 한국의 헌법은 북한을 대한민국의 영토로 간주하고 있으나 국제법과 남북공동합의서를 보면 타국으로 보는 것이 옳다며 실효적 관할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북한지역에서의 인권침해 행위는 위원회 조사대상에 포함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남북한이 별도로 유엔에 가입한 데다 남북공동합의서 등은 양측의 관계를 ‘통일 과정의 잠정적 특수관계’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 위원회의 설명입니다.

위원회는 그러나 “국군포로와 납북피해자, 이산가족, 탈북자 등의 문제는 대한민국 국민이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이므로 인권위원회가 이들의 개별적 인권사항을 다룰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위원회는 또 한국 정부가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야 할 의무와 근거는 있다고 밝히고 4가지 접근원칙과 그에 따른 정책제안을 제시했습니다.

남북관계의 특수성과 한반도 평화 등을 고려해 체계적으로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하며 철저한 자료수집을 통해 북한인권 실상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 정책제안의 골자입니다.

위원회는 특히 재외 탈북자의 인권문제를 언급하며 이들에 대한 “심각한 인권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과 업무 담당자 확충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러나 제 1야당인 한나라당과 인권단체 등 시민단체, 그리고 중도-보수성향의 언론들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이같은 입장은 비겁한 짓이라며 실망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인권단체들은 유엔총회가 북한 인권결의안을 2년 연속 채택하는 등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을 인류보편적 차원에서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는데도 인권위원회는 남북관계와 대북 포용정책의 훼손 여부만을 고려하고 있다며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은 12일 2004년부터 매년 1억 5천만원의 정부 예산을 들여 북한인권연구팀을 운영한 인권위가 북한 인권 실태에 대해 전혀 언급조차 하지 않은 것은 `정권의 눈치만 보는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보수 언론들은 동티모르와 이라크 주민의 인권을 거론했던 국가인권위원회가 북한 동포의 인권침해에 대해 입을 다물겠다는 것은 매우 수치스러운 일이라면서 북한 주민을 제외하고 탈북자와 이산가족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겠다는 것은 본질을 외면한 채 껍데기에 매달리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의 최대 보수연합단체인 뉴라이트전국연합은 12일 성명에서 “북한 인권 포기는 반 헌법적 직무유기”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입장 발표에 대해 다소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일부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 내부의 인권실태 조사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위원회가 정부에 대해 실질적으로 북한인권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촉구한 것은 한 단계 진전된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전문가들은 이번 국가인권위원회의 발표문은 유엔총회의 인권결의 내용도 제대로 담지 못하고 있으며 북한 인권을 개선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부 산하 독립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01년 사회적 약자와 소수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목표 아래 설립됐으며 그동안 초등학생 일기 검사와 국가보안법 폐지 등 2만 여건의 인권 관련 진정사건을 적극적으로 다뤄왔습니다. 그러나 북한 인권에 대해서는 수동적 자세로 일관해 대북 인권단체들로부터 자주 비난을 받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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