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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북한에 2008년 핵폐기안 제시


미국은 지난 달 28일과 29일 이틀 동안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북한과의 접촉에서 2008년 중반까지 북 핵 폐기와 북미 간 수교를 마무리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그동안 핵 폐기 대가로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폐기와 외교관계 정상화 등을 요구해 왔다는 점에서 북한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은 아직까지 이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소식입니다.

6자회담의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지난 달 28일과 29일 이틀 동안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15시간에 걸친 마라톤 협상을 벌였습니다.

힐 차관보는 이 협상에서 내년 초부터 핵 폐기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에 들어가 1년 6개월 후인 2008년 중순까지는 핵 폐기와 북미관계 정상화를 마무리할 것을 제안했다고 한국 언론들이 복수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일본의 <교도통신>은 미국은 북한이 핵 폐기 등 지난 해 4차 6자회담에서 합의한 9.19 공동성명을 2008년 중 완전이행할 것을 요구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추가로 대북제재를 발동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전했습니다.

미국의 이같은 제안은 현 상황에서 북한의 핵 동결은 의미가 없다는 판단 아래 가능한 한 최단 기간 내에 핵 폐기를 완료하도록 기한을 정해 6자회담 재개 후 관련 조치들을 조속히 이행하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이같은 제안에는 특히 자신의 임기 중에 북 핵 폐기와 북미 수교 등 북한과의 현안을 정리하겠다는 조지 부시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알려져 주목되고 있습니다.

힐 차관보는 김 부상이 미국측 제안을 매우 면밀하게 들었으며 많은 질문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당시 김 부상은 평양으로 돌아가 북한의 입장을 정리한 뒤 응답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답변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제안 속에 북한이 그동안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던 외교관계 정상화 등이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대응이 주목된다고 지적하면서, 하지만 북한으로서는 1년 6개월이라는 기한을 일단 받아들이고 나면 섣불리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그만큼 고민도 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미국의 제안에 대한 수정안을 제시할 가능성도 높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비확산 연구센터의 한반도 전문가인 다니엘 핑크스톤 박사는 <AFP통신>과의 회견에서 이번에 북한과 미국이 장시간의 집중적인 협상을 벌인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는 외교가 작동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6자회담 재개 여부는 별 관계가 없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전문가들은 현 단계에서 북한이 과연 핵 무기를 폐기할 것인지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1999년부터 2001년까지 미 국무부 비확산 담당 차관보를 지낸 워싱턴 소재 전략국제문제센터의 로버트 아인혼 고문은 북한이 핵무기 보유와 정권의 생존 사이에서 선택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인혼 고문은 북한이 장기적으로 핵무기 보유가 정권의 생존을 위태롭게 만들 것이라고 믿게 된다면 핵무기를 포기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보다 앞서, 북한은 북미접촉 직후인 지난 1일자 <노동신문> 논설에서 핵 무장을 포기한 리비아와 핵 사찰을 수용한 이라크, 사회주의를 포기한 동유럽 등을 예로 들면서, 제국주의자들이 내흔드는 사탕발림 원조 미끼에 홀리면 파멸의 길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노동신문>은 '죽음과 망국, 예속의 길' '한걸음 양보는 백걸음 양보' 등 4개의 논설에서,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이 자본주의로 전환한 후 서방측으로부터 받은 원조는 별로 없으며, 또 얼마 전 어떤 아프리카 나라 국가수반은 미국 등 서방국가들로부터 대량살상무기 포기 대가로 보상을 받기로 했지만 아무 것도 없다며 불만을 터뜨렸다고 소개하면서, 현 이라크 사태는 제국주의자들에 대한 한 걸음 양보가 어떤 후과를 초래하는지 심각한 교훈을 깊이 새겨주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선딩리 푸단대학 국제문제연구원 상무부원장은 4일자 <동방조보>에 게재한 '북한 핵 포기의 이상과 현실'이라는 제목의 시평에서, 미국과 북한의 6자회담 준비가 충분하지 않아 공전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선 부원장은 양측이 서로 상대방에게 양보하기만을 종용하고 있다면서, 북한은 부분적으로 핵 능력을 입증한 이상 핵 포기를 요구하는 것은 한층 어려워졌으며, 자국에 대한 위협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북한이 쉽사리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선 부원장은 또 미국의 대북정책이 북한의 핵 포기와 김정일 정권 전복 사이를 오락가락 하면서 북한의 핵 문제에 실질적인 대응을 못한 것은 유감이라면서, 북한이 6자회담의 의제를 미국의 핵무기 제한으로까지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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