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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일 한 · 일 정상 회담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에 따른 논란으로 인해 지난해 11월 이래 한 번도 열리지 않았던 한-일 정상회담이 오는 9일 서울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26일 취임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일 취임 후 첫 중의원 연설에서 한국 및 중국과의 관계개선 의지를 거듭 분명히 밝혔습니다. 좀더 자세한 소식 전해드립니다.

야치 쇼타로 일본 외무성 차관은 2일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해 한국 및 중국 정부와 이견이 없다며 회담일정이 이미 잡혔음을 내비쳤습니다. 야치 차관은 구체적인 일정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일본 언론들은 아베 총리가 오는 8일 중국 베이징에서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곧바로 다음날인 9일 서울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만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아직 공식 발표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두 나라 정부 관계자들은 이같은 언론보도를 부인하지 않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에이펙) 정상회담에서 당시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와 만난 이래 고이즈미 총리와 더이상의 정상회담을 거부해 왔습니다. 이는 고이즈미 총리가 한국 등 주변국들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데 따른 불만과 우려를 분명히 하기 위한 조처였습니다.

중국도 지난해 4월 이래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고이즈미 총리 간 정상회담을 거부해 왔습니다.

전후세대로는 처음으로 총리직에 오른 아베 총리는 2일 의회연설에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우회적으로 밝혔습니다. 아베 총리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희생한 분들을 위해 계속 기도하려 하며 그 분들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러나 재임 중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계속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아베 총리는 또 지난 4월 신사를 참배했다는 언론보도에 대해서도 확인을 거부했습니다. 그는 “신사를 참배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그리고 내가 전에 신사를 참배했었는지에 대해 밝히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아베 총리는 그러나 일본군의 침략행위에 대한 지난 1995년 당시 무라야마 토미이치 총리의 사과발언을 상기시키는 것으로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개선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아베 총리는 “과거 일본은 식민지배와 침략으로 많은 나라, 특히 아시아 국가들의 국민들에게 큰 피해와 고통을 초래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일본 지도자 14명을 전범으로 확정한 도쿄 전범재판의 결과를 거듭 확인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노무현 대통령과 아베 총리 간의 이번 정상회담과 관련해 사실상 아무런 전제조건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할 경우 한-일 관계가 다시 고이즈미 총리 시절의 냉각상태로 돌아갈 것임을 내비쳤습니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최근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본 지도자들, 특히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기 바라며 이를 촉구한다”면서 “아베 총리는 전임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 참배로 일본과 주변국 간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교훈을 얻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추석연휴 직후 열리게 될 이번 회담에서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을 논의하는 것 외에 독도 문제를 비롯한 동해의 안정적 관리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아베 총리는 노무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하루 전에 열릴 예정인 후진타오 국가주석과의 일-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중국 외교의 기본방침에 대한 담화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담화는 중국측이 요구하고 있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 자제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중국이 염려하고 있는 역사인식 문제 등을 배려하는 내용이 될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보도했습니다.

앞서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지난해 4월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시아 아프리카 정상회담 당시 고이즈미 총리와 가진 정상회담에서 침략전쟁에 대해 반성하고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말 것 등 대일관계에 대한 5개항의 주장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이달 중순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열 예정이어서 아시아의 주요 국가들인 한-중-일 세 나라 정상은 일본의 신임 아베 총리 취임을 계기로 이 달 중 연쇄 3자회담을 마무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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