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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사업 … 끝없는 잡음


남북한의 경제교류와 협력, 그리고 이를 통한 궁극적인 남북한 경제통합을 목표로 남북한이 함께 북한에 설치한 개성공단 사업을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우선 남한 기업들에 대한 단지 분양이 중단됐고 개성공단관리위원회의 계좌를 현지에 진출한 남한은행에 개설한 것을 놓고 잡음이 일고 있습니다. 좀더 자세한 소식 전해드립니다.

개성공단은 지난 2000년 당시 남한의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간의 역사적인 남북한 정상회담 합의에 따른 것입니다. 이 공단에는 현재 남한 기업들에 의해 고용된 북한측 근로자 7천여명이 남한 기업인들의 지도 아래 일하고 있습니다.

개성공단은 출범부터 고도의 정치적 판단에 따른 것이었던 것처럼 어쩔 수 없이 남북한과 주변국들의 정치상황에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이 국제사회의 강한 압력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미사일을 시험발사한 뒤를 이어 당초 예정됐던 2단계 부지 분양작업이 계속 미뤄지고 있습니다.

개성공단의 토지분양 주체인 한국토지공사는 원래 지난 6월 중 1단계 본단지 1백만평 중 남은 58만평에서 22만4천평을 남한 기업들에 분양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5월 중순부터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미뤄진 분양은 이후 북한이 7월4일 미사일을 시험발사하면서 결국 분양이 무기연기된 상황입니다 북한측은 미사일 발사 이후에도 “개성공단은 국제정세와 무관하게 안정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남한측에 분양을 서둘러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남한 정부는 북한의 이같은 적극적인 태도와 함께 원화대비 달러 환율 하락, 유가상승 등으로 한계에 봉착한 남한측 중소기업들로 부터 분양을 서둘러달라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해 미사일 발사로 연기된 공단 분양을 이달 말 실시하는 방안을 한때 적극 검토했습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분양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데다 일본과 호주가 대북한 제제를 발표하고 미국도 추가제재를 준비하는 등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시점에서 분양을 재개할 경우 국제사회의 움직임과 엇박자를 내는 것으로 비쳐질 것을 고려해 고심 끝에 분양을 보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미사일 시험발사 이후의 정치적 상황이 북한도 강력히 희망하는 개성공단 사업의 발목을 잡은 셈입니다.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가 개성공단에 입주한 남한 은행인 우리은행에 4개의 계좌를 개설한 데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은행측이 계좌개설의 타당성을 통일부에 질의하면서 불거졌습니다. 우리은행측의 질의는 계좌를 개설한 관리위원회를 허용된 협력사업 범위인 `개성공단 입주기업과 남측 종업원’으로 간주할 수 있을지 분명히 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북한측 개성공업지구법에 따라 설립되긴 했지만 사실상 남한이 운영하는 기관인 만큼 계좌개설에 문제가 없다” 고 밝혔지만 일부 남한 정부기관들이 통일부와 다른 견해를 밝혔던 것이 알려지면서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일부 언론은 이 문제를 북한의 불법행위에 대해 미국 등의 금융제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과 연결지으면서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이종석 통일부장관은 이같은 언론보도에 강한 불만을 밝혔습니다.

이 장관은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는 법률적으로는 북한측 기업이지만 위원장과 이사 등 경영진과 직원 대부분이 대한민국 국민인 만큼 남한기업”이라며 “그래서 당연히 계좌를 내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장관은 “상황이 이런데도 이 문제를 북한에 대한 제재와 관련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장관은 이어 부지 분양 등 개성공단 운영은 6자회담 재개나 북한 핵 문제 해결과 직접 연계된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해 정치상황과 무관하게 추진할 방침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 장관은 또 예정보다 늦어지고 있는 1단계 본단지 분양이 이뤄지도록 현대아산 및 한국토지공사 등과 협의하고 있으며 머잖아 분양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북한측 개성공단 책임기관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이 지난해에 우리은행 개성공단 지점에 계좌개설을 공식요청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북한측은 개성공단 내 남측 근로자들에게 소득세를 징수하고 공단 내 북측 근로자들의 임금 수금을 원활히 하기 위해 계좌개설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측은 계좌개설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북한측은 한때 은행지점을 폐쇄하겠다며 압박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부측도 방코델타아시아 은행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 대북한 금융거래를 틀 경우 불필요한 논란에 휩싸일 수 가능성을 우려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편 개성공단 문제는 현재 진행 중인 한국과 미국 정부 간 자유무역협정 (FTA) 협상에서도 핵심쟁점이 돼 있습니다. 미국측은 개성공단 내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어 협상 진전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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