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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 한국 여야 대표 면담


미국으로 부터의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문제가 최근 한국 내 최대 현안이 돼 있는 가운데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가 14일 한국의 집권 여당과 제1야당 대표를 각각 면담했습니다. 이날 면담은 여야 두 정당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버시바우 대사는 면담에서 작전통제권 이양에 대한 미국 정부의 긍정적인 입장을 거듭 밝혔습니다. 좀더 자세한 내용 전해드립니다.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가 14일 집권 열린우리당의 김근태 의장과 제1야당인 한나라당의 강재섭 대표를 차례로 만났습니다. 버시바우 대사는 이 자리에서 "작전 통제권이 이양돼도 한-미 간 군사동맹이나 한-미 연합방위 능력과 억지력이 약화되거나 손상되지 않고 오히려 강화돼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전시 작전통제권 이양은 한-미 양국의 동맹관계를 보다 균형있게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긍정적이고 자연스런 과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버시바우 대사의 이같은 발언은 최근 한국 사회 내부의 최대 안보 관련 쟁점으로 떠오른 전시 작전통제권 문제와 관련해 미국 정부는 이양에 따른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음을 밝힌 것이어서 주목됩니다. 한국 내에서는 현재 한-미 두 나라 정부가 추진 중인 전시 작전통제권 이양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주장과 주권국가의 자주성 차원에서 당연한 일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견해가 날카롭게 대립하면서 큰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주로 보수파들에 의해 제기되고 있는 시기상조론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데다 한국군의 자체 대북한 정보가 극히 제한돼 있는 상황에서 한국군이 미군으로 부터 전시 작전통제권을 돌려받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주장입니다. 이들은 특히 한국군이 작전통제권을 단독으로 행사할 경우 대북한 억지력의 주요 축인 한미 연합사령부가 해체되면서 결국 주한미군의 철수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반면 노무현 대통령의 한국 정부와 진보성향 단체 등은 작전통제권을 돌려받는 것은 주권국가로서 당연한 일이며 한국 군은 이를 단독으로 행사하기에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은 "우리의 국력이 커졌고 미국도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환수를 바라고 있기 때문에 작전통제권을 되돌려 받는 것이 맞다'면서 '작전통제권 환수는 6.25 전쟁의 불행한 역사적 유산을 청산하고 자주독립 국가로서의 위상을 갖추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작전통제권을 한국군에 이양하는 데 대해 원칙적으로 이견이 없음을 밝히면서도 `이양시기 등 세부적인 사항은 한-미 두 나라가 적절한 협의를 통해 안전하고도 위험이 없도록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버시바우 대사는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와의 면담에서 '이양은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이뤄져야 하며 정치화돼서는 안된다'고 말한 것으로 유기준 한나라당 대변인이 전했습니다. 강 대표는 버시바우 대사에게 "6자회담이 원할하게 진행되지 않고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해 한국에 위해를 가하려는 시점에 작전통제권 문제가 쟁점화되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대통령의 임기가 1년여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작전통제권 단독행사를 추진하는 것에 반대하며 차기정권에서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버시바우 대사는 이에 대해 김근태 의장과의 면담에서 '작전통제권 환수는 한-미 간에 합의한 사안으로 전환기를 거쳐 절차에 따라 이양하는 것'이라면서 작전권 이양을 통해 한-미 동맹이 더욱 강화될 것이며 양국 간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앞서 버시바우 대사는 지난 11일 한국의 <문화일보>와 가진 회견에서 "한-미 관계가 심각한 어려움에 빠져 있다거나 악화되고 있다는 것은 좀 과장된 것"이라면서도 `한-미 양국은 북한에 대해 같은 목표를 갖고 있지만 접근방법론이 다르다'고 말해 북한 문제를 놓고 다소 견해차가 있음을 내비쳤습니다. 그는 또 '친미 자주라는 한국 정부의 슬로건 자체에 대해 미국은 어떤 문제도 느끼지 않고 있다면서 `중요한 것은 지금의 세계에서 혼자 자주를 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버시바우 대사는 이어 `미국과 같은 초강대국도 자주적으로 살아가기만은 어렵기 때문에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며 국제무역이나 북한 핵 문제, 중동안정 등의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는 게 더욱 생산적'이라고 지적하고 "때때로 한국 정부가 언급하는 `미국으로 부터 독립한다' 또는 `자주한다'는 그런 말이 워싱턴에서 혼란을 유발할 때가 있다'는 말로 한국 정부의 대미 관계 묘사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한편 버시바우 대사는 이 회견에서 "현재의 북한체제는 경제적으로 분명히 실패했고 내부적으로 수많은 모순이 있기 때문에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면서 "아마도 5년 내, 늦어도 10년 안에 한반도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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