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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 = 065883>[심층보도]</font>전 국무부 한국과장, 부쉬 행정부 대북 정책 강하게 비판


북한이 미국 본토에까지 도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대포동 2호 장거리 미사일을 시험발사할 가능성을 둘러싸고 국제사회의 긴장상태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미 국무부의 전직 북한정책 담당자가 부쉬 행정부의 대북한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서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데이비드 스토로브 전 국무부 한국과장의 강연 내용을 직접 취재한 윤국한 기자가 자세한 내용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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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말 30년 간의 외교관 생활을 끝내고 퇴직한 데이비스 스트로브 전 국무부 한국과장은 20일 지금까지 부쉬 행정부의 대북한 정책은 실패라면서 북한과의 진지한 협상과 남한 정부와의 긴밀한 협조만이 핵 등 북한 관련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유력한 방안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2002년부터 2년 간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낸 스트로브씨는 이날 저녁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가진 전문가들의 모임인 `코리아 클럽'에서 자신의 대북 협상 경험에 대해 밝히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스트로브씨는 1996년부터 2년 간 국무부 한국과 부과장을 지냈고, 이후 3년 간 서울주재 미국대사관에서 정무과장을 지내는 등 오랫동안 한반도 정책을 담당해 왔습니다.

스트로브 전 과장은 미국 정부는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몇 년이 걸리더라도 꾸준히 북한과 협상할 고위급 관계자를 임명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방장관을 지낸 빌 페리씨를 대북정책조정관에 임명했던 사실을 예로 들었습니다.

스트로브씨는 또 북한의 대미 협상 창구인 강석주, 김계관, 한성렬, 리근씨 등은 모두 15년 이상 같은 일을 담당한 전문가들인 반면 미국의 대북한 협상 담당자들은 북한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면서 미국은 좀더 경험 있는 전문가들을 북한 관련 부서에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스트로브 전 과장은 이어 북한과의 협상에서 진전을 이루려면 남한 정부와의 완전한 조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면서 한-미 간 긴밀한 협력을 강조했습니다. 스트로브씨는 여론조사에서 북한보다 미국이 더 문제라고 지적하는 남한 사람들이 다수로 나타난 사실을 지적하면서 "부쉬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이 실패했음을 이보다 더 잘 보여주는 사례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미국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여러 측면에서 견해차가 있더라도 한 발 뒤로 물러서서 한국 정부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전직 행정부 관리가 퇴임 후 자신이 몸담았던 부서의 정책을 비판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하지만 스트로브씨의 이날 비판 발언은 유례없이 강도가 높았으며 또 구체적이었습니다.

스트로브씨는 자신이 한국과장으로 있던 당시 대북한 정책을 둘러싼 국무부 내 분열은 실무선에서 그치지 않고 콜린 파월 장관과 리처드 아미티지 부장관, 제임스 켈리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한 축이 되고 존 볼튼 군축 및 비확산 담당 차관이 다른 한 축이 돼 마치 게릴라전을 벌이듯 서로 맞섰다고 말했습니다.

스트로브씨는 파월 전 장관은 실질적인 의미에서 외교적 노력이 결실을 보도록 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고 소개하면서 하지만 자신이 작성해 켈리 차관보를 거쳐 파월 장관도 읽은 6자회담 관련 보고서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 올라가면 늘 수정됐다고 말했습니다.

스트로브씨는 이같은 맥락에서 부쉬 행정부의 대북한 정책은 `북한에 대한 주의가 부족하고, 무능하며, 일관성이 없는데다 집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스트로브씨는 이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가능성과 관련한 최근의 논란에 대해 언급하면서 "북한은 나름대로 철저하고 치밀한 계산 아래 많은 정보를 갖고 정책을 결정한다"고 말했습니다. 미사일 발사 가능성을 둘러싼 이번 논란도 미국과의 직접 협상 등을 얻어내기 위한 노림수일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한편 이날 스트로브씨의 연설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실제로 미사일을 발사할지 여부에 대해 각자 엇갈린 전망을 했습니다. 존스 홉킨스대학 국제대학원의 돈 오버도퍼 교수는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는 미국과의 협상이 진행 중일 때로 한정된 것으로, 그들은 법적으로 미사일 발사에 대해 제약을 받지 않을 것이라면서 자신은 북한이 미사일을 결국 발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미 국방연구소의 오공단 박사도 시험발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존스홉킨스대 초빙교수인 김동현씨는 북한은 이번 논란을 통해 다시 한번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고 미국 등 국제사회의 관심을 끄는 것이 목적이라면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습니다.

김씨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이래 한-미 정상회담 및 대북 협상에서 통역을 맡았으며, 현재는 북한의 대외적 발표와 의도 등에 대한 분석을 전문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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