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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부 보고서가 지적한 북한의 인신매매 실태


해외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의 인권 문제가 북한과 관련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5일 발표한 새로운 연례 국제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해외의 북한 노동자들이 자유 없이 강제 노동 또는 억압을 당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 국무부가 새롭게 발표한 6차 국제 인신 매매 보고서에서 북한은 이란 쿠바 등 11개국과 함께 최하 등급인 3군에 포함됐습니다. 북한은 2003년부터 3군에서 포함돼왔습니다. 이 보고서는 2쪽 분량으로 북한의 강제 노동과 성 매매 등 작년 보고서와 비슷한 내용을 다루면서 올해는 새롭게 해외 북한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거론하며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 정부가 몽골과 러시아, 체코 등 여러 나라에 비숙련 계약직 노동자들을 내보내고 있다는 보고들이 있다고 지적하고 이들은 취업 자유가 극도로 제한된 가난한 북한 노동자들사이에서는 선망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해외 노동자들 역시 감시원의 통제를 받고 있다는 보고들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이 같은 상황은 해외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북한 정부의 강제 또는 착취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미국 국무부의 존 밀러 인신 매매 담당 대사는 이날 브리핑 도중 해외 북한 노동자가 인신 매매와 어떤 연관이 있으며 이들이 일하고 있는 국가 정부와 접촉 여부, 그리고 반응등에 관한 미국의 소리 기자의 질문을 받고 해외 북한 노동자는 궁극적으로 자유가 없기 때문에 인신 매매의 희생자라고 말했습니다. 밀러 대사는 해외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의 환경은 북한 내부보다는 여건이 좋을 수 있다고 말하고 그러나 이들은 자유가 없으며 임금을 제대로 받고 있는지 또 임금을 받더라도 그 돈이 노동자들의 주머니로 가는지 혹은 북한 정부로 들어가는지 분명하지 않다며 해외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은 인신 매매의 희생자라고 말했습니다.

밀러 대사는 또 이와 관련해 미국 주재 체코 대사관 관계자들을 만나 체코내 여러 공장에 고용된 북한 노동자들에 대해 우려를 전달했다고 말했습니다. 밀러 대사는 브리핑후 가진 미국의 소리와의 회견에서 체코 당국이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여러곳의 공장들에 직원들을 보내 노동자들을 개인 면담하는 등 조사를 했다고 자신에게 말했다며 그러나 그들은 면담 결과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밀러 대사는 공장의 노동자들을 자유롭게 접촉할 수 없고 노동자들 역시 이동의 자유가 없으며, 그들이 얼마를 받는지 조차 모른다면 이는 심각한 상황이며 인신 매매에 해당되는 사안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미국 일간지 로스엔젤리스 타임스는 지난 1월 체코내 북한 노동자들의 실상을 심층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 신문은 6개 공장에서 수 백명의 노동자들이 감시원의 통제속에 하루 10시간 이상의 강제 노동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들이 받는 월급 260 달러가운데 대부분은 북한 정부에 흘러들어 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체코 신발 합작회사 사장출신의 탈북자 김태산씨는 올해 초 미국의 소리와의 회견에서 수 백명의 평양 출신 처녀들이 체코내 공장에서 제대로 먹지도 못한 채 10시간 이상의 강제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었습니다.

미국 국무부의 새 인신 매매 보고서는 또 외국 투자가들이 운영하는 북한 산업 공단내 노동자들의 환경에 우려를 나타내며 북한 정부가 이들 노동자들에게 지급되는 외환 월급을 거의 혹은 전부를 가져간뒤 대신 태환이 불가능한 북한 화폐를 지급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는 노동 착취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지적은 최근 개성 공단내 노동자들에게 국제 표준의 노동 기준이 적용되야 한다고 주장한 미국의 제이 레프코위츠 대북 인권 특사의 발언과 맥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한편 새 보고서는 또 북한의 많은 남성과 여성, 어린이들이 강제 노동과 성 매매에 희생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강제 정치범 수용소에는 15만에서 20만명, 그리고 중국에는 북한을 탈출해 불법적으로 거주하는 탈북자가 수 만명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특히 중국내 탈북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인신매매에 희생된 여성들로 추산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 국무부의 새 인신 매매 보고서는 탈북자들에게 불법 지위를 부여하는 중국과 제 3국의 조처들이 탈북자들에 대한 인신 매매와 성 유린 사례를 증가시키고 있다고 지적하고 인신 매매의 전형적인 경우는 중국내 탈북자들과 어린이들이 인신 매매조직에 걸려 조선족 남성들의 신부로 팔리거나 강제 노동에 처해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보고서는 또 일부 인신매매 사례의 경우 북한내 주민들이 자유와 취업에 대한 약속을 받고 중국으로 넘어온뒤 사창가에 팔리거나 강제 결혼, 강제 노동직으로 매매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탈북 지원 단체들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과 중국 당국의 국경 통제 강화로 탈북자들은 뇌물 없이는 과거 처럼 국경을 넘기 힘들며 대신 인신 매매 조직들이 북한의 국경 수비대를 매수해 북한 여성들을 치밀하게 중국으로 빼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인신 매매의 희생자로 지난 가을 중국 연길에서 미국의 소리 기자가 만난 탈북자 이순이씨는 북한의 열악한 식량 사정 때문에 중국에서 인신매매를 당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원을 하는 여성들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내가 만약 가겠다고 하면 주위의 아는 분을 통해 접촉하게 됩니다. 그 분은 또 다른 사람과 넘겨 치기를 합니다. 물건을 넘기듯이…자꾸 사람을 넘기는 겁니다. 날 데려가시오 하는 거죠. 문: 중국에서 본인이 어떻게 될 것이란 사실을 알고도 신청하는 건가요? 리: 알고 합니다. 우리는 다 알고도 합니다. 죽는것 보다는 낫고 어떻게 해서든지 돈을 벌어 북한에 있는 가족들의 생명을 살려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자원을 합니다.”

미국 국무부 역시 이번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전문적으 국경을 넘게 해주는 안내인들이 북중 국경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무부의 존 밀러 인신 매매 담당 대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인신 매매등 중국내 탈북 여성들의 열악한 환경에 대해 중국 당국에 우려를 전달했다고 말했습니다.

밀러 대사는 중국내 ‘한 자녀 갖기’ 정책 때문에 성비의 불균형으로 북한 여성이 중국 남성에 신부로 팔려가는 부작용이 증가하고 있고, 중국 남성과 결혼한 북한 여성-자녀들의 합법적 지위에 대해 중국 정부에 우려를 전달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국무부의 새 인신 매매보고서는 북한 정부가 인신 매매를 포함해 인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처벌과 보호, 예방 조치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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