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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사형이 아닌 종신형 선고 받은 무싸위 둘러싼 논란


9/11 테러사태와 관련해 기소됐던 알카에다 조직원 자카리아스 무사위가 사형이 아닌 종신형을 선고 받은 데 대해 미국 내에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신문과 방송 등 미국 언론들은 각종 인터뷰와 사설, 기고문 등을 통해 자카리아스 무사위를 종신형에 처한 데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먼저 종신형 찬성 의견을 보면, 뉴욕타임스는 사설에서 "이번 평결은 최선의 결과로 보인다"면서 "배심원들의 결정은 길고 힘들었지만 평결은 미국의 재판규칙과 일치했으며 공정했다"고 평가했습니다.

USA 투데이는 `감성을 넘어선 이성의 승리'라면서 `12명의 평균적 미국시민들인 배심원들은 이 나라가 그 가장 잔인한 적에게도 정의를 베풀 수 있다는 자랑스런 메시지를 세계에 보냈다'고 말했습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평범한 미국인들이 증거에 귀 기울여 공정하게 다룰 때 그 것은 악의 승리거나 미국의 패배가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뉴욕 데일리뉴스는 사설에서 `이 것은 정의가 아니라 증오'라면서 '화염 속에서 영원히 지내야 마땅한 영혼을 지옥으로 부터 유예시켜준 꼴'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 백악관 보좌관을 역임한 페기 누난 월스트리트저널 논설위원은 '이 것은 판결이 아니라 불합리한 추론'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신문의 독자난을 통해서도 활발한 논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5일자 뉴욕타임스에는 모두 6건의 독자 편지가 실렸는데요, 이 중 하나를 살펴보면 `무사위를 처형하기로 했다면 이는 그를 이슬람 테러를 위한 순교자로 추앙받게 하면서 동시에 9/11과 무관한 한 생명을 성인으로 만들었을 것'이라면서 이번 평결은 미국 사법체계의 승리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편지는 `이번 평결은 수천명의 사람을 사망하게 하는데 간여한 자에 대해 성장과정의 문제를 이유로 처형을 면하게 한 것'이라면서 `무사위는 어느모로 보나 처형 받아 마땅하며 처형이 그를 순교자로 만드는 건 아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종신형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한 마디로 3천명에 가까운 무고한 인명을 살상하는데 기여한 무사위가 죽지 않고 교도소에서 매끼를 꼬박꼬박 먹는 호강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미국법상 무사위에 대해 처형을 결정하는 것은 배심원단의 견해가 만장일치가 될 때만 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12명의 배심원 가운데 일부는 무사위가 9/11 테러계획에 대해 제한적으로만 알고 있었으며 특히 이 계획에 간여했다는 증거는 거의 찾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배심원단은 사형 평결을 할 수 없었으며 연방 판사는 배심원단의 평결에 따라야 하는 규정에 따라 평결 다음날 종신형을 공식 선고했습니다.

무사위에 대해서는 재판 과정에서 보인 태도 때문에 특히 9/11 희생자들을 중심으로 처형해야 한다는 요구가 더욱 강했다고 합니다. 무사위는 9/11 테러사태와 관련해 미국 내에서 기소된 유일한 인물입니다.

무사위는 지난 4년 간 계속된 재판 와중에 단 한 차례도 희생자 가족들에게 사죄하는 듯한 발언을 하지 않은 것은 물론 반성의 빚도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무사위는 오히려 `9/11과 같은 테러가 또 한 차례 일어나기를 바란다' 거나 `신이여, 오사마 빈 라덴을 보호하소서' 라는 발언을 하면서 스스로를 미국에 맞서 싸운 투사로 주장하는 확신범이었습니다.

연방 검찰은 이런 그를 사형시키기 위해 갖가지 증거를 제시하면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12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을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무사위 재판을 맡았던 연방법원 판사가 최종 선고 과정에서 무사위에게 한 말이 화제가 되고 있는데,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 연방법원의 레오니 브린케마 판사는 판결문을 통해 '재판절차가 끝나면 이 법정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해도 보고, 새소리도 듣고, 자신이 원하는 사람들과도 어울리게 되겠지만 무사위씨, 당신은 최고의 경비태세를 유지하는 감옥에서 여생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브린케마 판사는 또 `무사위씨, 당신은 거대한, 영광스런 폭발과 함께 순교자가 되기를 바라고 미국에 왔지만 시인 T.S. 엘리오트의 표현대로라면 당신은 신음소리를 내며 죽어가게 될 것'이라면서 `누가 승리한 것인지는 이제 명백해졌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앞서 무사위는 최종판결 전 승리의 V자 표시를 내보이며 법정으로 들어선 뒤 약 5분 간 계속된 발언을 통해 `신은 오사마 빈 라덴을 구했다. 당신들은 결코 그를 잡지 못할 것'이라면서 `당신들은 나를 테러리스트, 혹은 범죄자 등으로 이름붙였지만 나는 내 신념을 위해 싸웠다'고 말했습니다.

브린케마 판사는 이같은 무사위의 발언을 염두에 둔 듯 판결문에서 `당신은 다시는 결코 공개적으로 말할 기회를 갖지 못할 것'이라면서 `그 것이 적절한 종말'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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