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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font color = 9c4500>[오늘의 화제]</strong></font> 중간선거에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급등한 원유가


미국 내 휘발유 값이 갤런 당 3달러를 넘어서면서 이 문제가 올 가을 중간선거에서 주요 의제로 떠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자동차 이용이 일상화 돼 있고, 또 집집마다 대체로 두 대 이상의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인들에게 갤런당 3달러는 사상 유례없는 가격으로 큰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뉴욕의 길거리에서 만난 한 남자는 도저히 가계수지를 맞출 수 없다면서 가격이 내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언론들은 휘발유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거나 승용차 나눠타기를 하는 사람들이 최근 부쩍 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유가 인상은 자동차 연료비 상승만을 가져오는 것이 아닙니다. 당장 여름철 더위를 맞아 전기세가 크게 오를 것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또 석유 관련 제품의 가격도 크게 오를 것으로 보이는 등 서민가계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문: 최근들어 유가가 이처럼 치솟고 있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답: 전문가들은 여러가지 이유를 꼽고 있습니다. 우선 미국과 이란 간의 핵 문제를 둘러싼 대립으로 석유공급이 원활치 않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점을 지적합니다.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중동지역의 최대 석유 수출국입니다. 또 나이지리아의 정국 불안정에 따른 석유생산 차질과 미국의 재고 감소 등도 지적됩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공급 불안상태가 계속될 경우 유가는 조만간 배럴당 80달러를 넘을 것이며 90달러도 시간 문제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대형 석유회사들의 부당한 이익 챙기기도 유가 인상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엑슨-모빌 등 석유회사들은 최근 배럴당 이익 비율을 두 배 이상 크게 올렸고, 이 때문에 월가에서 이들 회사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또 주주들에 대한 배당금 역시 전례없는 규모인 것으로 언론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문: 상황이 이렇다면, 유가 안정과 관련해 부쉬 행정부는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까.

답: 부쉬 대통령은 유가인상과 관련해 미국인들의 불만이 높아가자 일부 휘발유와 관련한 환경 규칙의 적용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도록 했습니다. 또 전략비축유 구입을 연기하도록 지시했습니다.

이는 석유회사들이 공급을 늘리고 가격을 내리도록 하기 위한 압력의 하나로 나온 것입니다. 부쉬 대통령은 또 석유회사들이 현 상황을 이용해 부당하게 이득을 챙겼는지 여부를 조사하도록 관련 당국에 지시했습니다. 부쉬 대통령은 미국인들은 원유가가 차츰 오르면서 부담도 늘어나게 될 것을 이해하지만, 시장 조작은 절대 원하지 않으며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면서 자신도 마찬가지라고 말했습니다.

문: 부쉬 대통령의 이같은 조처는 올 가을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가 문제가 공화당을 어렵게 할 또다른 쟁점이 될 것을 의식한 측면도 있지 않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대부분 정치분석가들은 현재의 고유가 추세가 계속될 경우 유권자들의 분노가 터지면서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악재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공화당은 그렇지 않아도 이라크 문제로 부쉬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악을 기록하고 있는 마당에 유가 문제까지 겹칠 경우 상하원의 다수당 지위를 민주당에 넘겨주게 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휘발유 사용이 많아지는 여름철이 다가오면서 유가가 더욱 오를 것으로 내다보면서 상황이 자신들에게 점점 유리하게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뉴욕주 출신인 찰스 슈머 민주당 상원의원은 부쉬 대통령은 대형 석유회사를 운영하는 자신의 친구들에 대해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고 있다면서, 결국 유가에 대해 말을 하고는 있지만 실천은 어려운 법이라고 말했습니다.

슈머 의원의 발언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민주당은 이미 유가를 정치공세의 호재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부쉬 대통령과 공화당이 대형 석유회사들과 지나치게 유착돼 있다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문: 민주당의 이같은 공세가 중간선거에서 유권자들에게 어느 정도나 영향을 미칠까요.

답: 적어도 부동층에게는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큽니다. 민주당의 공세는 미국 유권자들의 고유가에 대한 인식과 맞아떨어지면서 이미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워싱턴포스트 신문은 27일자 1면 머릿기사에서 공화당 지지자인 한 여성이 `석유회사들은 유가를 계속 높게 유지하기 위해 정치인들에게 돈을 주고 있다'고 정치권에 불만을 나타내면서 `과거에는 공화당 후보를 찍었지만 이번에는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쉬 대통령으로서는 중차대한 선거의 해에 그렇지 않아도 골치거리인 이라크 문제에 이어 또 하나의 짐을 떠안게 된 셈입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유가는 미국의 국내정치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이 입증되고 있습니다. 닉슨 대통령과 포드 대통령은 1973년 발생한 석유 위기 과정에서 큰 정치적 큰 타격을 입은 바 있습니다. 아울러 지미 카터 대통령이 1980년에 상대 후보인 로널드 레이건에게 패한 데는 높은 유가가 한 요인이었던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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