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에서 북한 정권의 강제 납치 범죄를 규탄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국제 심포지엄이 열렸습니다. 미 유엔 대사는 북한의 납치 행위를 '국가 주도 범죄'로 규정하고 즉각적인 해결을 촉구했습니다. 김영교 기자가 보도합니다.
수십 년간 이어진 북한 정권의 외국인 납치 범죄를 규탄하고 조속한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국제 심포지엄이 24일 유엔에서 개최됐습니다.
미국과 한국, 일본, 호주, 유럽연합(EU)이 공동 주최한 이번 심포지엄은 미국 제2기 트럼프 행정부와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 출범 이후 처음 열렸습니다.
참가국들은 북·러 군사 밀착 등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도 납북자 문제의 해결 없이는 북한의 국제사회 복귀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마이클 왈츠 주유엔 미국 대사는 이날 심포지엄에서 북한의 행동을 '국가 주도 납치 범죄'로 규정하며 강력한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왈츠 대사는 연설에서 범죄의 본질을 명확히 정의했습니다.
(왈츠 대사) "This was state-sponsored kidnapping. Full stop. The DPRK stole innocent people from their families, dragged them into darkness, spent decades lying about it, and still, even today, won't tell the truth."
"이것은 국가가 주도한 납치였습니다. 여지가 없습니다. 북한 정권은 죄 없는 이들을 가족의 품에서 훔쳐내 어둠 속으로 끌고 갔고, 수십 년간 거짓말을 일삼았으며, 오늘날까지도 진실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왈츠 대사는 13세의 어린 나이에 하교 길에서 납치된 요코타 메구미와 어린 자녀들을 남겨둔 채 끌려간 다구치 야이코의 사례를 직접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외국인뿐 아니라 미국 시민들까지 억류해 외교적 지렛대로 삼으려는 '병적인 접근 방식(sick approach)'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납북자 가족들과 만나 미국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며,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비롯한 행정부 전체가 모든 납북자가 전원 귀환할 때까지 압박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고령화로 인해 문자 그대로 '시간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는 피해자 가족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이어졌습니다.
요코타 메구미 씨의 남동생이자 일본 납북자 가족회 대표인 요코타 타쿠야 씨는 지난 2월로 90세를 맞이한 어머니 사키에 여사의 소식을 전하며 북한 정권의 결단을 강력히 촉구했습니다.
타쿠야 대표는 부모 세대가 생존해 있는 동안 납북자 전원이 한꺼번에 돌아오는 '즉각적이고 일괄적인 귀환'은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조건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타쿠야 대표는 만약 북한이 거부할 경우 더 강력한 제재를 정부에 요구할 것이라면서도, "단 한 명의 납북자도 남기지 않고 전원 귀환시킨다면 일본 정부의 독자 제재 해제나 국교 정상화 교섭 개시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조건부 제안을 내놓았습니다.
한국 정부 대표로 참석한 차지훈 주유엔 대사는 "납북자와 가족들의 고령화를 고려할 때 이 문제의 해결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인도주의적 현안"이라고 밝혔습니다.
차 대사는 2023년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보고서를 인용해 "강제 실종과 납치로 인한 상처는 결코 치유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대한민국 정부 역시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의 투명한 생사 확인과 즉각적이고 안전한 귀환을 위해 국제사회와 긴밀히 연대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호주의 제임스 라슨 대사와 EU의 스타브로스 람브리니디스 대사 역시 북한 정권이 주민들의 민생을 외면한 채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만 집착하며 자국민과 타국민의 인권을 조직적으로 유린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금까지 일본 정부가 공식 인정한 납북자는 모두 17명으로, 이 가운데 5명이 지난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간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일본으로 돌아왔습니다.
북한은 나머지 12명에 대해서는 8명은 이미 숨졌고, 다른 4명은 당초 북한에 온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 측은 이 같은 북한의 주장을 수용할 수 없다며 전면 재조사를 요구하고 있지만, 북한은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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