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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예일대, ‘북한과 종교’ 강의 인기…수강 학생들이 탈북 청년 돕기도 


미국 코네티컷주 뉴헤이븐의 예일대학교.
미국 코네티컷주 뉴헤이븐의 예일대학교.

미국 아이비리그의 명문 예일대에서 탈북민들의 여정을 조명하며 자신들의 삶을 돌아보는 강의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강의를 통해 영감을 얻은 일부 학생들은 탈북 청년들의 학업을 돕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예일대 종교학부가 지난 2020년 가을학기에 처음 개설한 ‘북한과 종교’ 강의.

이 대학 한국계 김환수 교수가 가르치는 이 수업은 첫 해 23명이 등록했고, 이후 계속 수강생이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가을학기에는 70명이 수업을 들었습니다.

김 교수는 11일 VOA에 “100여 명이 등록을 신청해 어쩔 수 없이 인원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며 “학생들의 관심이 계속 높아지는 추세”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유를 찾아 필사적으로 탈출한 탈북민들의 여정과 이들이 겪는 트라우마를 조명하며 학생 자신들의 삶을 돌아보는 과정이 학생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김환수 교수] “탈북민들의 목표가 뭔가, 목숨을 걸고 탈북한 이유가 뭔가에 대해 많이 토론합니다. 그 어려움 속에서 뭔가 나은 삶을 살려는 몸부림 자체가 종교성이기 때문에 그런 내면의 고통과 두려움은 예일 학생이나 북한에서 고생한 분들이나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근본적인 두려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그런 것을 학생들이 느끼게 하는 것입니다.”

예일대 종교학부 김환수 교수
예일대 종교학부 김환수 교수

김 교수는 “북한 주민들은 이상한 세상에서 괴상한 경험을 하며 사는 사람들이기 전에 우리처럼 삶을 향상하려 노력하고 가족과 함께하며 가족을 보살피길 원한다는 점에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학생들이 먼저 탈북민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도록 자유세계에 정착한 탈북민들의 수기 11권을 읽게 하고 탈북민을 직접 강의에 초청해 대화와 교류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김 교수는 2년 전에는 꽃제비 출신으로 미국에 난민 지위를 받아 입국한 뒤 대학 졸업 후 부시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조셉 김 연구원을 초청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지난해부터는 이 대학 동아시아연구소 예산으로 공식 프로그램을 만들어 미국 내 탈북 청년 2명을 초청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환수 교수] “동아시아연구소 예산으로 2명을 예일대로 직접 초청해 학생들과 만날 수 있도록. 한 명은 석사하고 있고요. 또 한 명은 이번에 컬럼비아 대학에 들어갔어요. 이 사람은 미국에 오자마다 미군에 들어가 4년간 복무한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습니다.”

초청받은 탈북 청년들은 단기간, 이 대학 기숙사에 머물며 자신들의 탈북 경험을 예일대 학생들과 나누고 교류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김 교수는 특히 수업을 들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바람’이란 학생 단체를 만들어 미국에 거주하는 탈북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의 에세이, 페이퍼, 논문 작성 등을 돕고 진학 상담도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과정을 통해 예일대 학생들은 북한을 단순히 핵과 미사일, 독재자 등 단편적으로 보는 게 아니라 더 깊이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안목도 기를 수 있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습니다.

[녹취: 김환수 교수] “이 학생들이 잠깐 멈춰서 자기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는 준 것 같아요. 종교나 인종, 국적 등 모든 것을 초월해서 공감하는 인간의 근본적 고뇌가 있잖아요. 그것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예일대 학생 몇십 명이라도 북한 사람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졸업해서 나중에 북한 관련 일을 하거나 어떤 대화를 해도 좀 뉘앙스 있게 해주길 바라는 게 제 목적이기도 합니다. 북한에 사는 2천400만 명의 사람들, 그런 혹독한 체제 안에서도 매일 열심히 일하고 또 체제 등 불만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사람들을 더 많이 알아야 북한에 대해 섣불리 극단적으로 생각하지 않겠죠.”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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