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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뇌물 위험도’ 4년 연속 세계 최악…“정부와 공공부문 모두 뇌물 기대 높아”


북한 평양의 김일성 광장. (자료사진)
북한 평양의 김일성 광장. (자료사진)

북한의 뇌물 위험도가 또다시 전 세계에서 최악을 기록했습니다. 부패를 감독할 시민사회와 언론 자유가 없는 가운데 정부와 공공 부문 모두 뇌물에 대한 기대가 높은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안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에 본부를 둔 국제 뇌물 감시 민간단체 트레이스 인터내셔널(Trace International)이 14일 ‘2023년 뇌물위험지수’ 보고서를 발표하고 북한의 뇌물 부패 수준을 세계 최악으로 꼽았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뇌물위험지수는 100점 만점에 92점으로, 194개 조사 대상국 가운데 194위를 차지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은 2020년 이후 4년 연속 이 단체가 꼽은 뇌물위험도가 가장 높은 나라로 지목됐습니다.

트레이스 인터내셔널의 뇌물위험지수는 정부와의 상호작용, 뇌물 억지 수단, 행정절차와 공직의 투명성, 시민단체의 감시 정도 등 4가지 항목 점수를 합산해 평균으로 계산하는데, 점수가 높을수록 부패가 심각하다는 의미입니다.

이 단체의 알렉산드라 웨이지 대표는 14일 VOA에 “북한이 자유 언론이나 강력한 시민 사회의 감독 부재 등 주요 부패 관련 특징들을 다른 권위주의 정부들과 공유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웨이지 대표] “The primary corruption related characteristic North Korea shares with other authoritarian governments is the lack of any oversight by a free press or a robust civil society. North Korea fares the worst in this respect, followed by other authoritarian countries like Turkmenistan, Eritrea, China, Laos, and Syria. And in almost every respect, North Korea’s enforcement apparatus is bad as anywhere in the world although other authoritarian regimes don’t fare much better. ”

웨이지 대표는 “이런 측면에서 북한이 최악”이라며 “투르크메니스탄과 에리트레아, 중국, 라오스, 시리아와 같은 나라들이 그 뒤를 잇는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북한의 법 집행 기관도 모든 측면에서 세계 어느 곳보다 나쁘다”며 “그렇다고 다른 권위주의 정권들도 별로 좋은 상황은 아니다”라고 부연했습니다.

그러면서 또 다른 독재 정부인 에리트레아를 예로 들며 “권위주의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합리적인 관료 체재를 가지고 있고 기업 거래에 있어 뇌물에 대한 기대가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북한은 정부와 공공 부문 모두에서 뇌물에 대한 기대가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독일에 본부를 둔 국제투명성기구(TI)는 지난 1월 31일 발표한 ‘2022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 보고서’에서 북한의 국가청렴도가 조사 대상 180개국 중 171위로 세계 최하위권을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탈북민 출신인 이현승 글로벌피스파운데이션 연구원. 사진=CPAC 영상 캡쳐.
탈북민 출신인 이현승 글로벌피스파운데이션 연구원. 사진=CPAC 영상 캡쳐.

탈북민 출신인 이현승 글로벌피스파운데이션 연구원은 14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에서 뇌물수수가 비단 지도부뿐 아니라 전 계층에 보편적으로 퍼져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 연구원] “김정일 주변에는 충성 자금이라는 게 있고 그것을 충성의 표현으로 봅니다. 공식적인 국가 시스템에서 자본이 모아져서 세금의 형태나 공식적인 루트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뇌물처럼 현금으로 보내거든요. 김정은이 바로 간부들에게 공개적으로 (뇌물을) 요구하고 또 그 아래에는 노동당, 군, 사법관 간부들의 뇌물 수수가 있고요. 또 정치 간부들, 그리고 인사권자들이 뇌물을 수수하고 보위부나 경찰은 사법 권한 이용해서 주민들을 착취하거든요. 북한에서 뇌물 수수는 이제 심각함을 넘어서 생활화돼 있거든요. “

이 연구원은 북한의 이 같은 상황은 당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이 연구원] “노동당에서 과거에는 월급도 주고 봉급을 줬습니다. 그런데 이런 시스템이 망가져서 이제는 일부만 주거든요. 그러니까 이제 (생활비가) 모자란 사람들은 뇌물을 요구하고 또 권력이 있는 사람들은 그것을 활용해서 뇌물을 받는 겁니다. 간부들의 경우는 김정은이 내라는 뇌물을 바치지 못하면 자리를 유지할 수도 없습니다.”

한편 올해 세계에서 뇌물위험지수가 가장 낮은 국가는 5점을 받은 노르웨이로 나타났습니다.

그 뒤를 뉴질랜드와 스위스,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영국이 이었습니다.

미국은 19점으로 12위, 한국은 21점으로 19위, 중국은 59점으로 134위에 올랐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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