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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북한 땅굴 기습 공격 위협적…철저한 대비 필요”


지난 2008년 9월 한국 군인들이 북한이 남침용으로 파놓은 제2땅굴을 방문했다.
지난 2008년 9월 한국 군인들이 북한이 남침용으로 파놓은 제2땅굴을 방문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기습 공격에 땅굴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한의 남침용 땅굴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군 특수부대가 땅굴을 통해 기습 공격을 할 경우 큰 피해가 예상된다며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정전 협정 70주년을 앞둔 지난 6월 3일 유엔군사령부는 인터넷 사회관계망 서비스인 X(옛 트위터)에 북한군 땅굴 사진 2장을 게시했습니다.

특히 “아직 발견되지 않은 땅굴이 더 있을 것으로 판단되며 유엔사는 땅굴 탐지를 위한 ‘65사업(Project 65)’을 지속 지원하고 있습니다”라고 썼습니다.

유엔사가 공개한 사진은 경기도 연천 고랑포 북동쪽 8km 지점인 군사분계선 남방 약 1.2km 지점에서 발견된 제1땅굴입니다. 너비 0.9m, 높이 1.2m, 깊이 지하 45m, 길이 약 3.5km에 달하는 콘크리트 구조물입니다. 1시간에 1개 연대의 무장 병력이 통과할 수 있다고 군 당국은 밝혔습니다.

이후 1975년 3월 강원도 철원에서 발견된 제2땅굴, 1978년 10월 판문점 남쪽 4km 지점에서 발견된 제3땅굴, 1990년 3월 강원도 양구 북동쪽 26km 지점에서 발견된 제4땅굴까지 총 4개의 북한군 남침용 땅굴이 발견됐습니다.

제2땅굴 발견 직후 미 중앙정보국(CIA)이 작성한 기밀 문서 ‘North Korean Military Capabilities and Intentions towards South Korea(북한의 군사 능력과 대남 의도)’에 따르면, CIA는 “땅굴은 특수부대와 게릴라의 남하를 용이하게 하고, 남한 내 체제 전복 요원 침투와 반체제 세력 지원을 위한 또 다른 경로를 제공하는 데 사용됐을 수 있다”며 “땅굴을 통해 대규모 병력을 투입하면 북한은 공격에서 상당한 이점을 얻을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이 남침용 땅굴을 파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71년 9월로 김일성 주석이 “1개의 땅굴은 10개의 핵폭탄보다 효과적”이라고 밝힌 이른바 ‘9.25 교시’를 내린 후 본격화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귀순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 같은 김일성의 교시에 따라 북한군은 155마일 휴전선을 따라 각 군단별로 땅굴 굴착에 나섰습니다.

그 결과 지금까지 발견된 땅굴은 4개에 불과하지만 북한이 굴착을 시도한 땅굴은 2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엔사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땅굴이 더 있을 것”이라고 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발언입니다.

지난 1978년 10월 발견된 북한의 남침용 땅굴.
지난 1978년 10월 발견된 북한의 남침용 땅굴.

미한 양국 전문가들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서 드러난 것처럼 세계 최대 규모인 20만명의 특수부대를 보유한 북한의 남침용 땅굴은 매우 위협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정규전과 더불어 땅굴을 통해 한국 후방 지역에 대규모 특수부대를 침투시켜 비정규전을 함께 수행하는 ‘배합 전술’을 구사할 경우 방어와 응징이 쉽지 않을 것이란 설명입니다.

한국 예비역 육군 준장인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입니다.

[녹취: 문 센터장] “북한의 군사전략을 우리가 보통 ‘배합전술’, ‘배합전략’ 이렇게 얘기하는데 정규전과 비정규전을 통합해서 구사를 할 것으로 보이거든요. 지금 북한이 특수작전군을 20만명을 보유하고 있고, 또 별도의 군종으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땅굴을 이용해서 정규군이 넘어오기보다는 특수작전군, 인원이 많지 않더라도 그 인원들을 후방으로 침투를 시켜서 후방을 교란하고, 주요 기지를 폭파하고, 요인을 암살하고, 이런 식으로 특수작전을 수행하는 그런 용도로 땅굴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을 해요.”

북한군 특수부대가 땅굴을 통해 기습적으로 최전방 후미로 침투해 지휘부와 통신 및 감시 설비와 정찰 기지 등을 무력화할 경우 전후방 모두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0일 VOA와의 통화에서 “사실 전통적인 포병은 땅굴을 통과하지 못한다”며 “반면 (휴대용 대전차 무기인) RPG-7이나 지대공 미사일 등 특수 부대원들이 사용하는 소형 무기는 확실히 땅굴을 통과할 수 있기 때문에 김정은이 (대남) 공격을 한다면 특수부대를 동원해 땅굴을 통해 공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So true, traditional artillery isn't going to go through the tunnels. Small arms, on the other hand, certainly could go through the tunnels, small arms being things like RPG sevens, surface to air missiles, anti tank weapons, those kinds of things that are man carried, which is exactly the kind of thing that's special forces use. So my guess is that that if Kim does decide to do an attack, he could do it with special forces through the tunnels.”

특히 전 세계 최고의 독보적인 지하시설 건축 기술을 보유한 북한의 땅굴은 하마스보다 훨씬 더 위협적이란 지적도 있습니다. 고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는 북한의 기술에 대해 “비행기가 지하 터널에서 지상으로 나올 수 있는 엄청난 능력이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한국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연구위원입니다.

[녹취: 양 연구위원] “북한 땅굴은 하마스가 판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병력을 동시에 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요. 아마도 제한된 크기이지만 소형 지프 크기의 차량까지도 이동이 가능해서 그 상당한 전력을 낼 수 있도록 그렇게 과거에 만들어졌습니다.”

군 당국은 서울에서 불과 44km 떨어진 제3땅굴의 전술 능력에 대해 시간당 3만명의 병력과 야포 등이 투입될 수 있다고 발표했었습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3만명이란 숫자는 과대 평가됐다고 지적하면서도 적은 수의 특수부대 침투만으로도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진단했습니다.

미한연합사 작전참모를 지낸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는 “다른 땅굴이 더 있는지 없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땅굴은 확실히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며 “북한군이 한국군 군복을 입고 최전방 지역 후미로 침투해 혼란을 야기하고 방어선을 교란할 수 있다는 정보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부대표] “We're not sure if there are other tunnels or not, but they could certainly cause problems because you know some of the intelligence analysis presents that the NK PA may be dressed in South Korean uniforms and try to infiltrate behind the frontline areas to cause chaos and disrupt the defensive lines.
So tunnels are certainly a challenge and it's something that the ROK-US combined Forces command, but it must be concerned with.”

맥스웰 부대표는 그러면서 “땅굴은 확실히 도전 과제이며 미한연합사령부가 관심을 가져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1978년 10월 발견된 북한의 남침용 땅굴 입구를 한국 군인들이 지키고 있다.
지난 1978년 10월 발견된 북한의 남침용 땅굴 입구를 한국 군인들이 지키고 있다.

전문가들은미한 양국이 북한의 땅굴을 통한 기습 공격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맥스웰 부대표는 “북한은 남한을 공격할 때 북한인민군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며 “땅굴이 북한 전략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땅굴은 무시할 수 없다”며 “경계를 늦추지 말고 계속 탐지해 땅굴을 통한 기습 공격을 막아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부대표] “I think North Korea will use every means it can to create advantages for the NK PA when they attacked the South. So I think tunnels are certainly something that could very well be part of its strategy.
And again they cannot be discounted. And so I think you have to be vigilant, continue to try to detect them and then be able to defend against them.”

미한 양국은 지하 교전에도 대비하고 있습니다.

앞서 미 군사전문 매체인 밀리터리닷컴은 지난 2018년 6월, 미 육군이 지하시설에서의 전투력 배양을 위해 5억7천200만 달러를 투입해 총 31개 전투여단 가운데 26개 여단에 대해 지하 전투 훈련과 장비 지급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경기도 동두천에 있는 캠프 케이시 주둔 병력도 이미 지하 교전 훈련을 마쳤다고 이 매체는 전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미군은 지하에서 싸울 준비가 돼있어야 한다”며 “북한에는 1만1천개 이상의 지하시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중 상당수가 무기와 운반 수단을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미한 양국은 이러한 시설에 들어가 그 안에 있는 물자를 확보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The US Army needs to be prepared to fight underground. It is reported that there are over 11,000 underground facilities in North Korea, many of which store weapons and delivery means. The United States and the ROK need to be prepared to go into those facilities and secure the materials in them.”

다만 실제로 북한군이 땅굴을 통해 기습 공격을 감행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But if North Korea did so, the ROK is committed to retaliating, and its principal target in retaliation would be Kim Jong-un. Since his own survival is Kim's most important objective, Kim seems unlikely to take such a chance, at least today.”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땅굴을 통해 기습 공격을 한다면 한국이 보복에 나서고, 그 주요 타겟은 김정은이 될 것”이라며 “자신의 생존이 김정은의 가장 중요한 목표이기 때문에 적어도 (핵무력을 완성하지 못한) 현재로서는 김정은이 그런 공격을 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한국군은 기존에 발견한 4개의 땅굴 외에 아직 발견하지 못한 북한의 남침용 땅굴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제5땅굴’ 발견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또 북한이 추가로 땅굴을 파는지 감시하기 위해 낡은 장비를 최신 기술이 적용된 장비로 교체할 계획으로 알려졌습니다.

VOA는 한국 국방부에 북한의 대남 침투용 땅굴에 대한 대비 태세를 묻는 이메일을 보내고 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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