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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원 외교위원장 “한국 기업, 마이크론 매출 가져가지 말아야...동맹 약화될 수도”


공화당의 마이클 매콜 하원 외교위원장
공화당의 마이클 매콜 하원 외교위원장

중국이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을 제재한 가운데 그 빈자리를 한국 기업이 채우지 말아야 한다는 의회 내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미 하원 외교위원장과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은 한국 기업이 마이크론 매출을 가져가면 미한동맹이 약화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공화당의 마이클 매콜 하원 외교위원장과 마이크 갤러거 하원 미중 전략경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2일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일본과 한국의 기업들이 마이크론이 중국의 부당한 보이콧으로 잃은 매출을 가져가 마이크론을 약화하지 않도록 신속히 일본, 한국 정부와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서한] “The Commerce Department must rally U.S. partners and allies to defeat this PRC embargo. We must quickly work with Japan and South Korea to ensure Japanese and South Korean companies do not undercut Micron by taking its sales that were lost to the PRC’s unjustifiable boycott.”

두 위원장은 “상무부는 중국의 금수 조치를 무력화하기 위해 미국의 협력국과 동맹국을 결집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앞서 중국은 지난달 21일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제품이 중국에 심각한 보안 위험을 초래한다며, 자국의 주요 정보기술(IT) 인프라에 마이크론 제품 구매를 중지하도록 한 바 있습니다.

매콜 위원장과 갤러거 위원장은 서한에서 한국 기업들이 마이크론의 점유율을 가져가면 미한동맹이 약해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의 장영진 1차관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삼성전자나 SK 하이닉스가 마이크론의 시장 점유율을 채우는 것을 막기 위해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서한] “According to South Korea’s vice-minister of trade Jang Young-jin, however, the South Korean government will not intervene in Samsung’s or SK Hynix’s sales to prevent the companies from backfilling Micron’s market share. Permitting South Korean companies such as Samsung and SK Hynix to replace Micron’s market share—while they at the same time receive specific carve outs from implementing regulations for the CHIPS Act and exemptions from certain export controls to the PRC—would send a dangerous signal to the PRC government and weaken our close alliance with South Korea.”

그러면서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 같은 한국 기업들이 마이크론의 시장 점유율을 대체하도록 허용하면서 동시에 이들 기업에 반도체법 규정 이행과 중국을 겨냥한 특정 수출통제에서 예외를 주는 것은 중국 정부에 위험한 신호를 보내고 한국과의 긴밀한 동맹을 약화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두 위원장은 “중국에 있든 어디에 있든 모든 메모리 반도체 제조시설의 미국 기술이 중국의 마이크론에 대한 제한 조치를 가능하게 하거나 강화하는 데 사용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장관이 상대국들에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같은 마음을 가진 국가들과 연합을 구축하면서 미국이 동맹국들의 편에 서서 미래의 어떤 협박 행위로부터도 우리의 공동 이익을 수호할 것이라는 확신을 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것은 중국의 경제 강압으로부터 자유 세계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는 미국 상무부에 관련 논평을 문의한 상태로 현재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주미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5일 VOA에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이 사안에 대해서 잘 알고 있고 중요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정부는 마이크론 제품이 심각한 보안 위협을 초래한다는 중국의 주장이 사실 무근이라고 일축하며 경제적 강압으로 규정했습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지난달 27일 VOA에 “중국의 발표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다”며 “우리 입장을 상세히 설명하고 그들의 행동에 대해 보다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중국과 직접 관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중국의 이번 조치는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반대한다고 밝힌 주요7개국(G7) 정상들의 강력한 입장을 약화시키려는 시도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아울러 동맹과 함께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지난달 27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장관급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일관되게 밝힌 대로 우리는 이번 도전과 중국의 비시장적 관행과 관련된 모든 도전을 해결하기 위해 협력국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24일 미 정부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이 한국 정부에 ‘중국 정부가 마이크론의 중국 내 반도체 판매를 금지할 경우 한국 기업들이 그 빈자리를 메우지 말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한국의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관련 요청을 받은 바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그러한 요청을 받더라도 이는 개별 기업들이 결정할 문제라면서 "정부가 기업에 무엇을 하거나 하지 말도록 지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도 지난달 22일 기자들에게 “정부가 (기업에)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고 기업이 판단할 문제”라며 “기본적으로 삼성전자나 SK 하이닉스는 글로벌사업을 하니 양쪽을 감안해서 잘 판단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마이크론테크놀러지(Micron Technology)의 메모리칩. (자료사진)
마이크론테크놀러지(Micron Technology)의 메모리칩. (자료사진)

“미국과 협력이 장기 이익”

미 의회 뿐 아니라 미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마이크론 제재로 인한 빈자리를 한국 기업이 채워서는 안 되며, 미국과 한국이 함께 연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상무부 차관을 지낸 윌리엄 라인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국제경제석좌는 VOA에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 문제는 경제적 문제인 동시에 국제 정치적 문제이기도 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는 가까운 동맹인 한국과 기업들에게 비공식적 경로를 통해 중국의 반도체 공백을 채우지 말 것을 요청하고 그들의 조치를 눈여겨 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라인쉬 석좌는 한국이 미국의 기대와는 다른 조치를 취한다면 여러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지난해 10월 대중국 견제 차원에서 외국 기업에 대해 미국의 반도체 장비와 기술을 중국에 들일 경우 미국 상무부의 별도 허가를 받도록 한 조치에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을 유예해준 것을 올해 연장할 지 여부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녹취: 라인쉬 석좌] “The US is has some export control tools that they're already using with respect to both companies Samsung and SK Hynix where they've been they've got a waiver for a year but the US Government has to decide what to do about extending that waiver beyond next October. So the US is not without leverage here when it makes a request that puts the Korean companies probably in a in a difficult position between what they'd like to do and what they may need to do.”

미국은 이미 삼성과 SK 하이닉스에 대한 일부 수출 통제 도구를 갖고 있으며, 한국 기업들이 1년 간 수출통제 조치를 면제 받았지만 올해 10월 이를 연장할 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따라서 미국은 한국 기업들에게 사용할 수 있는 지렛대가 있다고 라인쉬 석좌는 말했습니다.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를 지낸 제임스 줌월트 재팬-아메리카 소사이어티 회장도 VOA에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같은 마음을 가진 국가들이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대응해 함께 결속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줌월트 회장] “What China would like to see is a lack of cohesion that no one is supportive of the country that’s being punished. But I think it’s in South Korea and American interest to work together and figure out how do we raise the cost to China so that it no longer uses this kind of economic coercion.”

줌월트 회장은 “중국이 원하는 것은 한 국가가 보복 당할 때 아무도 도움을 주지 않는 결속력이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중국이 경제적 강압을 더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비용을 높이는 방법을 함께 찾는 것이 한국과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한국 기업들도 “중국 판매량을 늘릴지 결정할 때 미국과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줌월트 회장은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미국 혼자서 대응할 수는 없으며 한국과 같은 기술력이 높은 동맹과 협력하는 다자간 해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마이크론 제재를 한국 기업들이 이용하면 미한 간 신뢰가 약화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미국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의 로버트 앳킨슨 대표는 1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대담에서 “중국이 미국을 처벌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이득을 취한다면 큰 문제가 될 것”이라며 “그것이 미한 간 신뢰를 약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앳킨슨 대표] “If they take advantage of Chinese punishment of us it's going to be a huge problem because it will destroy, it will erode the trust we have together this is the China core strategy is divide and conquer. That is so that if we stick together we can all do this.”

앳킨슨 대표는 “중국의 핵심 전략은 분열시켜 정복하는 것”이라며 “우리가 함께 뭉치면 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앳킨슨 대표는 한국은 “단기적인 고통을 감수할 수도 있고 장기적인 고통을 감수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미국과 함께하는 것이 장기적인 이익임을 강조했습니다.

다른 전문가들도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단기적으로는 중국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손해가 더 클 것이라며, 경제적 관점만 놓고 평가했을 때도 미국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훨씬 더 이익이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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