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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북한인권보고관 “북한, 여성에 잔혹한 인권유린…외교 중심에 인권 둬야”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북한의 국경 봉쇄와 정보 유입 제한, 납치 문제 등 폭력적인 인권 탄압을 조목조목 고발했습니다. 특히 북한 여성은 극도의 통제와 성폭력 위험 속에서 사실상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살몬 특별보고관이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제52차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북한 인권상황보고서가 9일 공개됐습니다.

특별보고관은 1년에 두 차례 유엔 인권이사회와 유엔총회에 정기 보고서를 제출하며 지난해 8월 취임한 살몬 보고관이 유엔 인권이사회에 보고서를 제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살몬 보고관은 코로나 팬데믹을 이유로 3년 넘게 국경을 봉쇄 중인 북한 정부의 정책 때문에 북한 내 다양한 분야에서 인권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장기화된 국경 규제로 의약품, 의료, 생계 수단에 대한 접근이 제한된 여성과 여아 등 가뜩이나 취약한 주민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린 것에 대해 우려한다고 밝혔습니다.

[살몬 보고관 보고서] “The Special Rapporteur is concerned that the prolonged COVID-19 border restrictions have forced the already vulnerable population including women and girls - who had limited access to food, medicines, healthcare and livelihoods - to the brink.”

이어 유엔 보고서 등을 인용해 코로나 팬데믹 이전 인구의 41.6%였던 북한 내 영양 부족 인구가 2021년 말 기준 60%까지 오른 것으로 추정됐다며 하루 세 끼를 먹는 것이 대부분의 가정에서 사치가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이런 장기간 지속되는 식량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국제 지원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또 최근의 한반도 긴장 상태와 소통 부족 등에 우려를 나타내며 인권에 기반한 외교적 관여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모든 당사국에 외교적 관여를 반드시 되살릴 것을 촉구하는 한편, 한반도의 지속 가능한 평화는 인권이 모든 외교 과정의 중심이 돼야 달성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는 것입니다.

[살몬 보고관 보고서] “The Special Rapporteur urges all parties to ensure the revival of diplomatic engagement, while highlighting that sustainable peace on the Korean Peninsula can only be achieved if human rights are central to any diplomatic processes.”

북한 주민들의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해서는 북한 당국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외부 정보 접근에 대한 더 엄격한 처벌과 국내 여행을 더 제한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특히 반동사상문화배격법과 청년교양보장법, 최근에는 평양문화어보호법까지 제정해 당국이 젊은이들의 휴대전화를 감시하고, 이들이 외국 매체의 사진과 동영상, 문서를 사용하는지, 한국식 언어를 사용하는지 감시하기 위해 가택 수색까지 펼친다는 보고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특별 보고관은 사람들이 어떻게 말하고 소통하며 상호작용하고 정보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엄격히 규정된 정부 요구 사항이 정보 접근을 포함한 개인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더욱 제한한다는 점을 우려한다”고 밝혔습니다.

[살몬 보고관 보고서] “The Special Rapporteur is concerned that strictly prescribed government requirements on how people should speak, communicate, interact and receive information will further limit individuals' right to freedom of expression including access to information.”

강제실종에 대해서는 “납치를 포함해 실종자의 생사와 행방이 명확해질 때까지 지속되는 중대 범죄(serious crime)”란 사실을 강조했습니다.

또 이와 관련해 유엔 강제실종실무그룹(WGEID)이 지난해 8월까지 북한 정부에 총 415건의 질의서를 보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전시·전후 납북자, 한국전쟁 국군포로, 일본인 등 외국인 납치 피해자들, 한국인 억류자 6명 등을 언급하며 북한에 “이에 대해 수행한 조사와 모든 실종자의 생사와 행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살몬 보고관 보고서] “The Special Rapporteur calls on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to provide information on the investigations undertaken and the fate and whereabouts of all the disappeared persons.”

올해 보고서는 ‘여성 보고서’를 방불케 할 정도로 북한의 여성과 여아가 겪는 다양한 인권 침해를 자세히 설명한 것이 특징입니다.

살몬 보고관은 “북한의 국제 의무에 근거해 여성과 여아들을 자신이 수행할 임무의 최우선 순위로 뒀다”면서 “긴급한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북한에서 성차별이 지속되고 “만연한 성에 대한 고정관념은 여성 차별의 근본 원인”이란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살몬 보고관 보고서] “Widespread gender stereotypes in the country are the root cause of discrimination against women. According to accounts from escapees, women are called “flowers”. Women’s appearances – clothes, hairstyle and even makeup - are subjected to control by the State.”

탈북민들에 따르면 북한에서 여성은 나라의 “꽃”이라고 불리지만 의상과 헤어스타일, 심지어 화장까지 여성의 외모는 국가의 통제를 받는다는 것입니다.

또 북한은 성폭력을 심각한 범죄로 다루지 않고 피해자에 대한 보상도 배제하는 등 성에 대한 고정관념은 사회 다양한 측면에서 나타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정부는 여성과 여아의 권리와 양성평등 증진을 위한 포괄적인 행동계획을 개발하고 채택하며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아울러 북한 당국의 최근 통제 강화로 장마당을 생계 수단으로 삼는 많은 북한 여성이 “정권의 통제와 부패의 표적이 됐다”며 이를 인권 침해의 새로운 양상으로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살몬 보고관은 북한 정부에 11개 권고를 제시하며 가장 먼저 “법적으로나 실질적으로 (주민들이) 출입국할 수 있는 기본권을 인정하고 송환된 주민이 처벌받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살몬 보고관 보고서] “Recognize the fundamental right to leave and enter the country both in law and in practice, and ensure that those who are repatriated are not subjected to punishment upon repatriation; Adopt an integral approach to address the situation of trafficking that impact women and girls including address the root causes of trafficking,”

아울러 “인신매매의 근본 원인을 포함해 여성과 여아에게 영향을 미치는 인신매매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통합적 접근 방식을 채택하라”고 북한 정부에 권고했습니다.

또 구금된 여성들을 여성 교도관이 담당하도록 하고 성에 대한 차별, 성폭력, 성희롱 등에 대한 정의를 명시하며 관련 형법 조항을 검토해 처벌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에는 탈북 여성과 여아의 심신 회복 등 탈북민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특히 “피해자, 가족, 탈북자, 시민사회단체가 (북한의) 불처벌에 맞서 싸우고 평화 구축과 정보 접근을 지원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수 있도록 시민사회단체와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지난해 유엔총회 보고서에서 권고한 것처럼 중국과 러시아를 향해 송환 시 심각한 인권 침해를 당할 위험이 있는 북한 출신 개인들에 대해 강제송환금지 원칙을 적용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이 보고서를 토대로 오는 20일 살몬 보고관의 보고 등 상호대화를 통해 북한의 인권 상황을 검토합니다.

유럽연합은 이후 북한인권결의안을 올해에도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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