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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러시아군 전사 4만명 넘었을 것"..."프랑스·독일·이탈리아 정상 우크라이나 방문"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러시아군에 맞서 싸우고 있는 장병들이 지난달 21일 동료들을 지원하고 있다. (자료사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러시아군에 맞서 싸우고 있는 장병들이 지난달 21일 동료들을 지원하고 있다. (자료사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 사망자 수가 이달들어 4만명을 넘었을 수 있다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2일 밝혔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밤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 연설에서 이같이 언급하고, "지난 수십년간 러시아가 치러왔던 어떤 전쟁에서도 볼 수 없었던 러시아군의 손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전쟁 초기인 지난 3월 사망자 수를 1천351명이라고 밝힌 이후 관련 집계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날(12일) 연설에서 또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총공세를 퍼붓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최전선에 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한 징집병을 투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같은 상황은 "러시아군이 자국 국민을 병력과 군장비의 수적 우위를 과시하는 수단으로만 보고 있다는 증거"라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덧붙였습니다.

러시아에서 징집병을 나라 밖 군사작전에 파견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하지만 지난 2월 24일 개전 이후 러시아 징집병들이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전투에 참가한 상황이 파악된 바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이 생포한 러시아군 병사 다수가 본인을 징집병이라고 밝히며 "훈련하러 (러시아 영토 내의) 모처로 간다는 이야기만 들었고, 전쟁인 줄도 몰랐다"고 증언하는 영상이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최근 전투가 격화되는 돈바스 전선에서는 징집병 외에, 러시아 민간군사기업 '바그너그룹' 소속 용병과 체첸공화국 출신 민병대 병력도 대규모 투입하는 정황이 파악되고 있습니다.

미군 정보 당국자는 12일 VOA와의 통화에서 "러시아가 자국 내 곳곳에서 모집한 인원과 함께 시리아와 리비아 등에서 용병을 1만 명 이상 우크라이나에 보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사망자와 부상으로 전투에서 열외되는 인원 때문에 "러시아가 겪고 있는 병력 수급 부족이 심각한 상태로 보인다"고 이 당국자는 밝혔습니다.

■ 세베로도네츠크 시가전 치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둘러싼 전투가 격화하는 가운데, 이 일대 전략 요충지인 루한시크 주 거점도시 세베로도네츠크에서 시가전이 몇주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점령군의 핵심 전술 목표가 바뀌어 세베로도네츠크 안에서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말 그대로 미터 단위로 (진퇴를 거듭하는) 격전이 진행된다"고 말했습니다.

올렉산드르 스트리우크 세베로도네츠크 시장은 현재 우크라이나군이 도시를 3분의 1 남짓 장악한 채 러시아군에 저항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일대 주민들의 동요도 커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군 통제 권역에 있는 세베로도네츠크 공업지역 내 아조트 화학공장에서는 민간인 수백명이 모여 포격과 공습을 피하고 있는 것으로 현지 매체들이 전하고 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같은 민간인들의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 "현대화된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이날(12일) 강조했습니다.

세베로도네츠크와 리시찬스크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도네츠크 주 바흐무트에서는 일부 주민이 드니프로 등 상대적으로 안전한 곳을 향해 피란길에 나섰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군이 다리를 파괴해 인근 도시인 리시찬스크로 가는 다리 세 개 가운데 하나만 남아 있다고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시크 주지사가 이날 밝혔습니다.

■ "프랑스·독일·이탈리아 정상 우크라이나 방문"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등 서유럽 주요국가 정상들이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를 방문한다고 11일 독일 등 현지 매체들이 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가 오는 26~28일 독일에서 열리는 주요7개국(G7) 정상회의를 앞두고 크이우로 향할 예정입니다.

이들 정상들이 우크라이나를 찾는 것은 개전 이후 처음입니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이 아닌,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가 크이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하고 지원을 약속한 바 있습니다.

EU 안에서는 동유럽 주요 국가 정상들이 일찌감치 크이우를 찾아 지지를 확인했으나, 서유럽 주요국가 정상들은 아직 우크라이나 땅을 밟지 않았습니다.

■ 러시아-우크라이나 중재 '갈라진 유럽'

이들 서유럽 세 나라 정상들의 크이우 방문은 종전 해법과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등을 둘러싸고 유럽이 분열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추진된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특히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자주 통화하면서, 서방과의 사이에 '중재자' 역할을 자처해왔으나, 대러시아 강경론을 누그러뜨리려는 듯한 태도 때문에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4일 발간된 파리지앵 등 지역 신문 인터뷰에서 "외교적 해결을 위해 러시아에 굴욕감을 줘선 안 된다"고 발언했습니다.

이에 관해 우크라이나 주요 지도자들은 망언으로 규정해 반발했고, 동유럽 국가들도 잇따라 프랑스를 비판했습니다.

숄츠 독일 총리도 개전 이후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꾸준히 대화해온 인물입니다.

특히 푸틴 대통령에게 현 상황에서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했는데, 이같은 제안은 '러시아군 완전 철수'를 정전 전제 조건으로 내건 우크라이나 정부 입장과 엇갈립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 측에 기운 것 같은 독일 측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한 바 있습니다.

■ 영토 문제 타협론

이탈리아 외무부는 지난달, '우크라이나 중립국화'와 '크름반도(크림반도)·돈바스 영토 문제 타협' 등을 담은 평화 중재안을 우크라이나 정부에 제시하고,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영토 문제는 타협할 수 없다고 강조하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결국 우크라이나 측과 다소 불편한 관계인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세 나라 정상이 현지를 찾게 되는 것입니다.

■ 유럽연합(EU) 가입에도 입장 갈려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에 관해서도 적극 지지하는 동유럽 국가들과 달리, 독일과 프랑스는 다소 회의적인 입장입니다.

EU 집행부는 현재 정세 등을 감안해, 우크라이나 가입 안건을 신속 처리하자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가입이 현실화되려면 수십년이 걸릴 수 있다고 지난달 9일 유럽의회에서 발언했습니다.

특히 마크롱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EU 가입 희망 국가들이 EU에 합류하지 않은 채 협력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공동체'를 제안했습니다.

독일 정부도 "EU 가입에 지름길은 없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독일과 프랑스의 이같은 태도를 놓고, EU 가입 희망국들의 기대를 섣불리 허문다고 동유럽 국가들은 비판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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