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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의 세상보기] 웹툰 작가 최성국 '자유가 불편해?'


[탈북민의 세상보기] 웹툰 작가 최성국 '자유가 불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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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탈북민의 세상 보기’, 오늘은 자유를 주제로 한 최성국 작가의 웹툰 전시회장으로 안내합니다.

종이가 아니라 인터넷에 올라오는 디지털 만화를 웹툰이라고 하는데요. 탈북민 웹툰 작가 최성국 씨가 최근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최성국 작가는 북녘에서 평양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만화를 그려오다 한국에는 2010년에 입국했는데요. 탈북민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탈북민의 세상 보기’, 오늘은 자유를 주제로 한 웹툰 전시회장으로 안내합니다. 서울에서 동예원 기자입니다.

최성국(왼쪽) 웹툰 작가와 오진하 예술감독이 지난 7일 서울 강서구 남북통합문화센터 전시장에서 대화하고 있다.
최성국(왼쪽) 웹툰 작가와 오진하 예술감독이 지난 7일 서울 강서구 남북통합문화센터 전시장에서 대화하고 있다.

[녹취: 탈북민 오진하 예술감독] “예를 들어서 이 친구들이, 이게 지금 풀 싹 돋았으니까 계절은 봄이거든. 그러니까 농촌 지원하던 차림이야. 바지 걷어 올리고 흰 내의가 보이고 이 친구가 총은 저기다 눕혀놓고 이 친구가 엎드렸어. 엎드린 위에 맨발로 올라갔어.”

[녹취: 탈북민 최성국 웹툰 작가] "아 그래서 따게 하자."

[녹취: 오진하 감독] "왜냐면 통일은 이렇게 쉬운 게 아니거든. 뚝 딸 수 있는 게 아니거든.”

[녹취: 최성국 작가] "아, 쉽지 않다. 아~”

서울시 강서구에 있는 남북통합문화센터 5층 기획전시관. 탈북민 웹툰 작가 최성국 씨와 탈북민 예술감독 오진하 씨가 한 작품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작품 안에서 감이 통일을 상징하고 있기 때문에, 감 따는 걸 더 어렵게 하면 어떻겠느냐고 오 감독이 조언합니다.

현재 이곳에서는 탈북민 웹툰 작가 최성국 씨의 전시회 ‘자유가 불편해?’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제목처럼 자유가 있는 한국 사회에 정착하며 작가가 경험했던 다양한 사연들을 소개하고 있고요. 또 주변 탈북민들의 잊지 못할 사연도 웹툰으로 재밌게 그려냈습니다. 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탈북민 예술감독 오진하 씨는 전시회 취지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녹취: 오진하 감독] “둘이 서로 협의를 여러 차례 하면서 무겁고 상징적인 것보다 우리는 남북 문화통일 이런 대리만족을 느끼기 위한 데 지금 길들어 있어요.백두산 천지, 한라산, 금강산, 그걸 쳐다보면서 언제면 통일될까? 그 정도예요. 그것도 좋지만, 탈북민에 대한 인식이나 그들과의 소통이 완벽하게 자연스러워지면 그게 통일이 돼요. 현재 탈북민이 어떻게 갑자기 불시착해서 이 땅에 서서히 녹아 들어가게 되는가, 그 의미가 무엇인가를 주제로 그림을 좀 그려달라 부탁했어요."

전시장에는 크게 10개의 작품이 선보여지고 있습니다. 최성국 작가는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한 작품을 소개했는데요. 3개의 그림으로 엮은 작품이었고요. 최성국 작가가 정착 초기, 자신이 느꼈던 자유에 대한 감정을 표현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녹취: 최성국 작가] “이거는 ‘자유가 불편해?’ 시리즈로 좀 하다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작품도 했어요. 이거는 ‘자유가 불편해, 누구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어서 불편해’ 그러니까 북한에서는 이거 해 저거 해 뒤에 보시면 사회주의 경쟁 도표가 있어요. 어쨌든 앞의 두 그림은 북한에서 이거 하라 저거 하라 하니까 신경 쓸 일이 없어요. 머리 쓸 일이 없어. 서걱서걱 일만 하면 됩니다. 그런데 한국에 왔어요. 제가 겪은 일인데, 한 세 시간 동안 사람 구경했습니다. 한 시간 두 시간 좀 지나갈 때부터 나는 어떻게 살아가지, 누구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는 거죠. 그니까 그런 자유가 불편한 거예요.”

세 번째 그림은 한가로운 공원 의자에 앉아있는 한 남성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웃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과는 다르게 홀로 쓸쓸한 표정입니다.

최성국 작품 '누구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어 불편해'
최성국 작품 '누구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어 불편해'

[녹취: 최성국 작가] “사실은 자유 하면 아~ 누구나 바라고 있고, 좋아, 좋아, 좋아했는데 북한 사람한테는 자유를 갑자기 주니까 자유를 누릴 능력이 아직 안 되는 거예요. 너무 낯설고, 행복한 고민이죠.”

‘커피숍에서 주문하기가 불편해’란 작품도 눈에 띕니다. 커피숍의 메뉴판이 크게 그려져 있고, 한 남성이 당황스러운 표정을 하며 커피를 주문하는 모습이 담겨 있는데요. 작품에 관한 설명, 다시 최성국 작가에게 들어봅니다.

[녹취: 최성국 작가] “커피숍에서 주문하기가 정말 힘들어요. 아 진짜 힘들어요. 이거는 뭘 시켜야 할지 모르겠어요. 저는 처음에 제일 처음에 있는 걸 시켰는데 에스프레소라는 걸 아무것도 모르니까 저걸 주세요. 그랬는데, 근데 그때 아이스 아메리카노 뭐 뭐 뭐 막 그래요. 그래서 커피를 주문할 때 막 여러 가지 혼탁해서 주문하죠. 북한 같으면 막 크게 웃겠는데, 주변 사람들이 되게 못 들은 척하면서 웃더라고… 아 그것도 참 대단합니다. 그래서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시라요.’ 진짜 그랬어요. 그분이 여자분인데…”

최성국 작품 '커피숍에서 주문하기가 불편해'
최성국 작품 '커피숍에서 주문하기가 불편해'

관람객 김나경 씨는 자신도 커피숍에서 그랬던 경험이 있다며 공감했습니다. 하지만 탈북민에게는 더 큰 어려움으로 다가올 수 있겠다며 그들의 입장에 서서 다시 한번 작품을 바라보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나경 씨] “저희도 평소에 자주 하는 실수이긴 하거든요. 카툰 안에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시라요.’라고 쓰여 있는데 뭔가 저한테는 재밌는 농담이라고 생각했는데 북한 분들은 솔직히 외래어를 자주 쓰지 않으니까 이게 어려움이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못 했는데 이 작품을 보고 그런 애로사항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전시장 안의 작은 코너를 돌자 한국 여성과 탈북 남성이 크게 그려진 작품이 보였습니다. 제목이 아주 독특했는데요. ‘저… 저를 사랑한다고요?’라는 작품이었습니다. 다시 최성국 작가의 이야기입니다.

최성국 작품 '저… 저를 사랑한다고요?'
최성국 작품 '저… 저를 사랑한다고요?'

[녹취: 최성국 작가] “이게 여자분들이 전단을 나눠주고 상담 전화도 하면서 예쁜 목소리로 북한 기준에서 한국 여성들이 말을 하면, 정말 간들간들하고 예쁘거든요. 그 목소리로 사랑한다고, ‘고객님 사랑합니다. 무료로 주겠습니다.’ 이러니까 착각하는 거예요. 이게 북한에서, 없는 일이잖아요. 내가 얼마나 좋았으면 나한테 무료로 주고 사랑한다고 하고 이렇게 착각하는, 자유가 참 불편합니다.“

[녹취: 기자] “그래서 보니까 전단을 받는 남성의 볼이 굉장히 발그레해요.”

[녹취: 최성국 작가] “맞아요. 처음에 혼자서 착각하는 거죠. 좋아하는 줄 알고...”

최 작가는 탈북민들이 정착 과정에서 겪었던 일화만이 아니라 통일을 바라는 마음도 그림에 담았는데요. 그 가운데 하나가 ‘북남남녀’란 작품입니다.

[녹취: 최성국 작가] “북한 남자와 남쪽의 여자를 보여줬어요. 이게 지금 철책선 옆으로 남쪽에는 자전거 길이 나 있고 북한은 아직도 뭔가 분단을 고집하고 있고 이런 상황인데, 이제는 세월이 흘러서 이게 2030년쯤 되는 일, 그래서 사실 철책선이 무의미한, 그런 상황을 상상해 봤어요. 그래서 철책선 자전거 길 옆에 감나무가 자랐는데 가지가 북한 쪽으로 쭉 뻗어갔어요. 키가 안 닿으니까 북한 군인들이 감을 못 따잖아요. 그래서 자전거 타던 남쪽 여자들이 가지를 잡아당겨 주는 거야. 아마 이게 현실이 되지 않을까요?”

최성국 작품 '북남남녀'
최성국 작품 '북남남녀'

앞서 오진하 감독과 최성국 작가가 이야기를 나눴던 작품이기도 한데요. 그런데 왜 감나무로 통일을 상징한 걸까요? 오진하 감독의 설명입니다.

[녹취: 오진하 감독] “감은 북한에는 없는 과일입니다. 강원도 이천이나 원산 이남에 조금 있는데 잘 자라지는 못해요. 그래서 감 하면 남한에서 나는 걸로 상징적인데 감은 뭐냐면 북한보다 앞서서 발전됐고 풍요로워졌어요. 이걸 상징했어요.”

사실 최성국 작가는 지금까지 북한 실상을 알리는 전시 활동이나 남북의 문화적 차이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문화사업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그래서 이번 전시회에서 전하는 메시지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요. 우선 탈북민에 대한 이해와 배려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더불어 최성국 작가는 남북 간의 이질감을 줄이는 데 문화의 힘이 가장 큰 것 같다며 앞으로도 남북의 문화 공감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최성국 작가]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뭐냐면 북한에 대한 이질감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총, 포탄, 군사 이걸로 북한에 다가가지 말고 문화라는 걸로 서로 공감하면서 소통하면 분단 유지비, 국방부에 돈 들어가고 이거 다 필요 없습니다. 문화의 힘은 강력하고 북한 현지에서 저는 한국 영화를 팔다 왔잖아요. 그 3년 동안 북한의 그 단단한 벽을 한류가 깨버리고 패러다임이 확 바뀌고 자영업자가 굉장히 많아졌어요. 이게 경제인데 처음에는 문화로 시작했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이런 관점으로 북한을 바라봐주고 접근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니까 문화 공감이 첫째다.”

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오진하 감독은 특히 젊은 세대들, 자라나는 학생들이 이번 전시회를 많이 찾아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는데요. 이제는 탈북민과 더불어 사는 세상이기 때문에 서로를 차츰차츰 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오진하 감독] “어느 날, 오늘은 나의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내 일이 될 수 있어요. 이 문제가 어느 날 나의 문제, 또는 내 가족의 문제가 될 확률이 높아요. 그때 화닥닥 놀라서 북한 문화는 도대체 어떻지, 이러지 말고 서서히 여유 있게, 이것도 너의 생활의 한 부분처럼 받아들일 필요가 있는 시대라는 걸 권하고 싶어요.”

전시회를 둘러본 관람객들은 주제도 신선했지만, 탈북 작가가 그린 웹툰 전시여서 더 흥미로웠다고 말했고요. 앞으로는 한국 사회에 잘 정착한 탈북민들이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는 모습까지 작품으로 볼 수 있길 바랐습니다.

[녹취: 이지연 씨] “어떻게 보면 우리에게는 너무 당연한 것들인데, 누군가에게는 새롭고 낯설 수 있겠다는 것을 작품을 보면서 느낄 수 있었고요. 그리고 그러한 내용들을 진지하거나 무겁게 가 아니라 웹툰으로 친근하게 표현해주셔서 탈북민하고 조금 더 가까워진 느낌이었습니다."

[녹취: 강수정 씨] “일단 조금 더 많은 분이 작품을 많이 볼 수 있는 전시나 웹툰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점점 이제 생활하면서 녹아드는 모습, 녹아서 행복하게 적응하는 모습까지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울에서 VOA 동예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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