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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여성 박사들 “여성 표심, 한국 있고 북한 없다…여성에게 주는 것 없이 요구만 지속”


9일 한국 서울의 한 투표소에서 투표하는 유권자.

한국의 20대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북한 출신 여성 박사들은 후보들이 여성 표심을 상당히 중시해 다양한 공약을 발표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정권은 수십 년째 여성들에게 주는 것 없이 전천후 여성이 되라고 요구만 한다는 지적인데, 유엔 사무총장 등 국제사회는 북한 정부에 여성의 정치력 신장과 사회적 지위를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청진의과대학에서 주체사상 철학을 가르쳤던 한국 이화여대의 현인애 초빙교수는 20대 한국 대선을 보면서 여성 표심을 존중하는 문화가 새삼 부러웠다고 말합니다.

[녹취: 현인애 교수] “한국에서는 선거할 때 어떻게 하면 여성들의 표심을 잡을 것인가를 많이 생각합니다. 여성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여러 가지 선거 공약이 나옵니다. 이런 것은 북한 여성들이 생각도 못 할 일이죠. 그런 게 참 부럽죠.”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역량을 높이는 정책을 공약으로 발표하고 지속적인 집권을 위해 이를 실행에 옮기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란 겁니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이번 대선 공약집에서 ‘여성이 안전한 대한민국, 성범죄와의 전쟁 선포’, ‘출산 준비부터 산후조리·양육까지 국가책임 강화’, ‘신생아 돌봄 서비스’ 등 여성들을 위한 다양한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녹취: 윤석열 당선인] “여성이 행복해야 우리 사회도 행복합니다…양성평등의 핵심은 여성의 사회 진출을 적극 돕는 겁니다. 이를 위해 남녀 차별을 해소하고 경력 단절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도적 뒷받침을 충분히 하겠습니다…차기 정부를 담당하게 된다면 우리 아이 돌봄 플랫폼 구축으로 출생부터 영유아 및 초등까지 국가 시스템을 통해 육아를 확실히 지원하겠습니다.”

현 교수는 9일 VOA에, 여성이 남성에게 정책 요구만 하는 게 아니라 본인들이 직접 정치 무대에 올라가 목소리를 내는 게 한국과 미국뿐 아니라 개발도상국에서 증가하는 국제적 대세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처럼 ‘남녀평등권에 대한 법령’ 공포를 통해 여성의 직장, 동등한 임금 보장 등으로 여성 문제가 해결됐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라 여성이 직접 정치와 경제, 사회 각 분야에서 지도력을 발휘해 국가를 이끄는 모습이 북한과 대조적이란 설명입니다.

[녹취: 현인애 교수] “북한은 여성 지위에 관해서 전혀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물론 (말로는) 남발하죠. 그러나 여성 정책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 않으니까 여성 정책이 후진 건지 앞선 건지도 모르고 그냥 수십 년째 같은 정책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럼 왜 진전이 없을까? 당국자들이 고민도 없고 여성이 생각한다고 해도 그것을 관철할 정치적 시스템도 없고 그러니까 여성 처지가 답보상태에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미국은 이런 관점에서 여성의 사회 진출을 가장 장려하는 국가 가운데 하나입니다.

미국 정부와 민간단체들은 특히 매년 3월을 ‘여성 역사의 달’로 기념해 여권 신장을 지속해서 장려하는데, 조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기념 성명과 동영상을 통해 여성 지도자들의 업적을 기리며 자신이 미국 역사상 최초로 흑인 여성인 커탄지 브라운 잭슨 연방 항소법원 판사를 연방대법관에 지명한 사실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바이든 대통령] “Happy Women's History Month… I'm honored to have nominated the most diverse set of judges in the federal bench in American history, including what will be the first African American woman to the Supreme Court.”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커탄지 브라운 잭슨 연방 항소법원 판사를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여성 연방대법관에 지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커탄지 브라운 잭슨 연방 항소법원 판사를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여성 연방대법관에 지명했다.

유엔 여성기구도 올해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 차별 없는 세상”을 강조하며 다양한 행사를 열었습니다.

국제사회는 특히 북한 정권이 여성의 실질적인 정치 참여와 사회적 지위 향상을 계속 제한하는 조치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해 76차 유엔총회에 제출한 ‘북한 인권 상황 보고서’에서 북한 조선노동당 1당 체제에서 여성 등 일반 주민의 정치 참여 권리 행사는 불가능하다며, 그 예로 북한 정부 내 여성 비율이 저조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구테흐스 총장] “One key manifestation of the absence of meaningful democratic participation is the lack of women in government. According to the Inter-Parliamentary Union, as of June 2021 the country ranked 126th globally in relation to the percentage of women in national parliaments, with 17.6 percent of the Supreme People’s Assembly made up of women… there remains an overwhelming lack of women in the country’s highest decision-making bodies, including the Central Committee of the Workers’ Party, the Politburo and the Cabinet.”

국제의회연맹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북한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 여성 대의원 비율은 17.6%로 세계 126위에 그쳤다는 겁니다.

구테흐스 총장은 그러면서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등 일부 여성 고위 공직자가 늘었다는 소식이 있지만, “노동당 중앙위와 정치국, 내각 등 최고위 의사 결정 기구의 여성 참여는 여전히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국 내 탈북 여성 1호 박사로 지난 2010년 국무부로부터 ‘용기 있는 국제 여성상’을 수상한 이애란 자유통일문화원장은 9일 VOA에, 북한 정권은 여성을 사실상 도구로 취급해 갖가지 요구만 한다며 여성학이란 개념조차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여성이기 때문에 북한 여성의 지위를 높일 수 있다고 얘기하지만, 이는 “장밋빛 허상”에 불과할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애란 원장] “김여정은 북한 여성이 아니죠. 왕조의 일원이죠. 김여정은 북한 사람들이 볼 때 공주일 뿐이죠. 김여정이 아쉬운 게 아무것도 아닌데 무슨 그런 (여성의 정치적 지위 향상) 생각을 하겠어요.”

북한 정부는 이런 실태에도 불구하고 유엔 인권이사회가 지난 2019년 실시한 보편적 정례검토(UPR)에서 남녀가 정치에서 동등한 지위를 갖고 있으며, 정부 기관에서 여성 지도자 비율이 크게 증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은 지난해 발표한 북한인권백서에서 북한이 2016년 개최한 7차 당대회에서 여성 비율이 8.6%, 지난해 8차 당대회 때는 전체 참가자 4천 750명 중 여성이 501명으로 10%라고 밝혔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으로 “권력의 핵심부로 갈수록 여성 비율은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여성은 남성과 비교해 교육 기회가 적고 사회적 차별, 가부장적 풍토, 경제활동 책임, 가사노동과 사회노동이란 이중 부담 등으로 사회진출 기회를 얻기 힘들며, 앞으로도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습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세계 여성의 날이자 북한에서 국제부녀절로 기념하는 8일 사설에서 여성은 “훌륭한 가풍과 국풍을 이어주며 나라를 떠받드는 믿음직한 고임돌이 돼야 한다"며 사실상 여성에게 전천후 인간이 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애란 원장과 현인애 교수는 정부가 제공하는 것 없이 계속 요구만 하는 게 북한 김씨 정권의 특징이라며 결국 자유 회복과 개혁·개방 없이는 여성의 정치력 신장도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애란 원장] “대한민국은 누구나 자기가 원하는 목표가 있고 누가 시켜서가 아닌 자기 자율적인 생각에 따라서 어떤 활동을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북한 주민들은 근본적인 자유가 없잖아요.”

[녹취: 현인애 교수] “뭘 하라고 요구만 하는 거지 여성을 위해서 뭘 해주겠다는 건 없어요. 제도를 바꾸지 않고 개혁·개방 하지 않으면 불가능하죠. 개혁·개방을 해서 세상 소식을 받아들이면 북한 여성들도 다른 나라 여성들이 어떻게 사는지 알게 되니까 거기에 준해서 당국에 요구하게 될 텐데 개혁·개방하지 않고 딱딱 닫아 놓으면 북한 여성들이 세상 소식을 알 수가 없죠.”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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