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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 북한, 검찰이 경제계획 감독?


25일 북한 평양 개선문 주변 거리.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북한이 최근 '인민경제계획법'을 개정했습니다. 그런데 개정된 법에 따르면 북한 검찰이 경제계획 전 과정을 감독하게 돼 있습니다. 북한이 왜 이런 조치를 취하는 것인지,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이 지난 9월 개정한 ‘인민경제계획법’ 내용이 공개됐습니다. 앞서 평양에서 제14기 제5차 최고인민회의가 열려 인민경제계획법이 개정됐는데 그 내용이 공개된 겁니다.

인민경제법은 국가경제의 계획부터 실행 등 전 과정을 감독,통제하는 규정을 명시한 법입니다.

6년 만에 개정된 인민경제계획법의 가장 큰 변화는 사법당국인 ‘검찰’을 경제계획의 지도, 통제 기관으로 명시한 겁니다.

과거에는 ‘국가계획기관’이 경제계획을 감독하도록 돼 있었지만 개정된 법에는 국가계획기관이 빠지고 ‘검찰’이 명시됐습니다.

개정 법령은 “검찰기관과 해당 감독통제기관은 인민경제 계획 작성 및 시달, 설비, 자재, 자금 보장, 계획 수행 총화, 실적 보고에 대한 법적 감시와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경제계획 수립부터 마지막 실적 보고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감시, 통제하는 권한을 검찰에 준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법 개정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월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경제계획에 대한 통제 강화를 언급했었는데 이를 법으로 명문화 했다는 겁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한국의 동용승 굿파머스 사무총장입니다.

[녹취: 동용승 사무총장] ”북한이라는 곳은 최고지도자가 어떤 지시를 하느냐에 따라 법도 만들어지거나 개정되니까...최근 검찰소가 경제사범에 대한 조치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검찰을 동원해 경제계획을 감독, 통제하려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범죄 수사와 공소를 담당하는 사법기관인 검찰이 경제계획을 감독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김 위원장이 검찰을 동원해 경제계획이 왜 이행되지 않는지 파악하려는 것 같다며, 경제 사정이 그만큼 나쁘다는 얘기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윌리엄 브라운 교수] “He want prosecutor to figure out what went wrong…”

개정된 법령은 “계획에 없는 제품을 생산하거나 건설, 봉사한 경우에는 인민경제계획 실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고 명시했습니다.

이는 그동안 경제계획을 변경하거나 계획에 없던 제품을 생산하고 계획 수행 실적으로 밀어 넣는 일이 빈번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1월 평양에서 열린 8차 노동당 대회에서 지난 5년간 추진해온 경제발전 전략이 실패했다고인정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수행 기간이 지난해까지 끝났지만 내세웠던 목표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됐습니다.”

이어 북한 당국은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내놓고 계획 완수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올해 10여 차례 정치국 회의와 전원회의, 그리고 강습회를 잇따라 열어 경제계획 완수를 강조했습니다.

또 북한 관영 TV와 라디오도 거의 매시간 “당 8차 대회가 제시한 5개년 계획의 첫 해 과업을 철저히 관철하자”는 구호를 내보내고 있습니다.

[녹취: 중방] “자력갱생과 과학기술의 힘으로 사회주의 경제건설을 힘있게 다그치자!”

그러나 미국과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정책을 추진하면 새로운 경제발전 계획도 완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합니다.

첫째로 북한의 경제계획에는 대북 제재를 풀거나 완화하는정책이나 전략이 없습니다.

북한이 경제난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 제재입니다.

유엔 안보리가 2017년 12월 채택한 대북 제재 2397호는 기계, 금속, 전기, 전자, 수송 관련 물자의 대북 수출을 금지했습니다.

그 결과 북한의 공장과 기업소는 기계가 고장나거나 부품이 부족해도 이를 대체할 수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비료공장인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는 지난 2월 고압밸브와 고압분사기 등 수입부품 부족으로 가동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자력갱생’만 외치고 있습니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인 켄 고스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김 위원장이 결단을 내려 미국과 대화에 나서야 이 문제가 풀릴 수 있다고 말합니다. 미국과 대화를 시작해야 제재도 풀고 경제난도 극복할 수 있다는 겁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He does want to eventually engage with US because that’s the key…”

두 번째 문제는 북한의 새 경제계획 자체가 부실하다는 겁니다.

통상 경제계획에는 자금조달 계획과 함께 에너지를 비롯한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 계획, 수출과 무역 계획, 농업과 공업 등 산업별 발전 계획, 소득 증대 계획 등이 망라돼야 합니다.

그러나 북한의 경제발전 계획에는 그런 내용이 없습니다.

무역도 없고 수출도 없고 공장과 기업소 관리 방안도 없고, 전력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도 보이지 않습니다.

구체적으로 숫자로 표시된 목표는 세 가지입니다. “시멘트 800만t 고지 점령” “평양시 5만 세대 살림집 건설” “검덕지구 2만5천 세대 살림집 건설” 이 전부입니다.

브라운 교수는 구체적인 자금과 가용자원 조달 방안이 없는 경제계획은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윌리엄 브라운 교수] “Question is how Plan directing resources, budget…”

세 번째는 북한 수뇌부가 즉흥적인 결정으로 계획경제의 틀과 우선순위를 뒤흔든다는 겁니다.

단적인 예로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3월 갑자기 평양종합병원 건설을 지시했습니다. 그러자 군인들이 동원돼 병원을 건설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로부터 넉 달 뒤인 7월에 평양 대동강구역 건설 현장을 찾은 김 위원장은 “건설연합상무가 건설 예산도 바로 세우지 않고 마구잡이식으로 사업을 진행했다”고 질책했습니다.

당초 평양종합병원은 그 해 10월 완공이 목표였지만 지금까지도 완공됐다는 소식이 없습니다.

북한은 새로운 ‘경제발전 5개년 계획’ 첫 해인 올해 자력갱생의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고 총력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북 제재와 국경 봉쇄 장기화로 북한 경제는 갈수록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동용승 사무총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동용승 사무총장] “자원이 고갈되고 100% 외부에서 조달할 수 없는데 자력갱생 속에서 경제개발 계획을 한다는 것은 성공 가능성이 상당히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북한은 생산, 유통, 소비, 물가, 외환, 무역, 에너지 등 전분야에 걸쳐 경제난을 겪고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수뇌부가 총체적인 경제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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