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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뇌물 위험도 세계 최악..."정부 기능 취약, 뇌물 요구 전방위 만연"


북한 평양의 새벽.
북한 평양의 새벽.

북한이 뇌물을 가장 많이 요구하는 세계에서 가장 부패한 나라로 꼽혔습니다. 탈북민과 전문가들은 북한 정부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가운데 일반 주민들에 대한 뇌물 강요가 북한 사회 곳곳에 퍼져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기업 경영 시 뇌물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로 지목됐습니다.

국제 기업 위험관리사인 ‘트레이스 인터내셔널’은 최근 ‘뇌물위험 매트릭스 평가’(Trace Bribery Risk Matrix 2021)를 발표하고 북한의 뇌물 부패 수준이 세계 최악이라고 지적했습니다.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점수가 높을수록 ‘해당 국가의 공직자로부터 뇌물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이 단체의 지수에서 북한은 94점을 받아 194개국 중 최하위인194위를 기록했습니다.

세계에서 뇌물 위험이 가장 낮은 나라는 2점을 받은 덴마크였고,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가 뒤를 이었습니다.

한국은 21위, 미국은 23위, 중국은 135위에 올랐습니다.

‘뇌물 위험도’는 정부와의 상호작용, 뇌물 억지 수단, 행정절차와 공직의 투명성, 시민단체의 감시 정도를 평가해 점수를 내는 것입니다.

북한은 정부와의 상호작용 부문에서 당국의 기업에 대한 간섭과 뇌물에 대한 기대치가 매우 높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또한 뇌물을 거절하지 않고 뇌물 억지 활동이 없으며 정부 투명성이 매우 낮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아울러 뇌물을 주고받는 행위에 대한 언론과 시민 사회의 감시 역시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의 ‘뇌물 위험 유형’을 ‘뇌물 방지 집행 노력이 없는 강력한 권위주의 독재정부’로 평가했으며, 이란, 쿠바, 캄보디아가 같은 유형으로 분류됐습니다.

독일 베를린에 본부를 둔 국제투명성기구도 올해 1월 발표한 ‘2020국가별 부패인식지수’에서 북한의 국가청렴도가 전 세계 180개국 가운데 170위로 세계 최하위권을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사회 전반... 뇌물 요구 관행”

북한에서 외화벌이 활동을 하다 탈북해 미국에 정착한 김마태 씨는 26일 VOA에 북한의 당국자들이 공공연하게 뇌물을 요구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김마태] “모든 중앙 기관들에는 다 위원회가 있는데, 시당ㆍ군당 조직부 같은 경우 내 놓고 얘기를 합니다. 뇌물을 요구합니다. 당당하게 요구합니다. 쌀 달라 옥수수 달라. 조직부 같은 경우는 노골적으로 돈으로 만들어 달라 이렇게 말하기도 하고.”

김마태 씨는 북한의 전문 외화벌이 기관 외에 공장, 기업소, 농장까지 외화벌이 과제를 받은 뒤 외화를 확보하면 당국자들에게 유로화, 중국 위안화, 미국 달러화로 뇌물을 준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때 가장 힘든 사람은 돈도 권력도 없는 일반 주민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김마태] “그 뇌물을 고여서 체계적으로 제일 밑바닥부터 올라와야 하는 제일 밑바닥 백성들은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참 힘든 게 자본주의도 아니고 과도기라고 국민들이 노골적으로 말을 하죠. 자본주의의 본질이 요소 요소에 들어갔고, 사회주의라고 한편으로는 광고를 붙이면서 일일이 통제하니까 백성들이 얼마나 살기 힘들겠어요.”

탈북민 출신으로 영국에서 인권운동가로 활동하는 박지현 징검다리 대표는 26일 VOA에 북한의 한 가정에서 온 가족이 각자의 위치에서 뇌물을 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지현] “부모들이 직접 국가에 바치는 자금이 있다면, 엄마들은 또 엄마들 대로 부녀회에서 바치는 자금이 있고요, 아이들은 아이들 대로 바치는 자금이 있으니 결국 북한 정권이 가족으로 봤을 때 아버지 하나가 일을 한다지만, 아버지 한테 들어가는 월급을 그대로 회수해 가는 거지요. 그렇게 버티는데 한 푼도 쓰는 게 없고요. 그러니까 한마디로 그냥 착취 사회죠.”

박 대표는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쳐 주민들이 장마당에서 개인적으로 장사를 많이 시작하면서 뇌물 요구가 더욱 심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영국과 같은 나라에서 언론이 국가의 부정부패를 감시하는 역할을 북한에서는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지현] “영국에서는 시민들의 감시가 있고, 시민들의 목소리가 나오기 때문에, 정부가 이러한 나쁜 뇌물 부분이라든가 이런 취약성에 대해서 시민들이 직접 들고 일어나서 발표를 하고 그러기 때문에 시민들 때문에 이런 문제가 적발되고 앞으로 정부가 다시는 이런 일을 안 하겠다고 시민들에게 사과도 하고, 이렇게 시스템이 돼 있어야 되는데 북한이란 사회는 시민 자체가 없고 그냥 정부 하나만 있어서 그 정부가 모든 목소리를 한 번에 대변하니까.”

김마태 씨도 북한에 ‘신소’ 체계가 있지만 일반 주민들이 잘 활용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신소’는 북한 주민들이 국가기관과 공무원들의 부당한 행위로 권리가 침해됐을 때 이를 회복하기 위해 제기하는 것입니다.

[녹취: 김마태] “신소 체계가 있는데 특별하게 ‘팔을 잘라서 잘못 붙였다’ 이런 사실 외에는 좀 모호한 경우는 대체로 가재는 게 편이라고 간부는 간부끼리 옹호해줘요. 간부한테 더 받아먹고, 신소 한 사람은 복수 당합니다.”

“정부 기능 취약... 시장의 규칙 세우지 못 해”

뉴욕의 민간단체인 ‘코리아 소사이어티’의 조나단 코라도 정책 담당 국장은 26일 VOA에 북한의 뇌물 문제는 정부가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체계적인 통치 문제’에서 비롯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코라도 국장] “I think fundamentally, bribery in N Korea comes from the country’s lack of sound, predictable and inclusive economic institutions. ‘So these are the rules of the road that make sure everyone plays fair’... in this kind of environment market traders are subjected to rent seeking from public officials and these officials have the opportunity to demand bribes. There’s very little risks for them and on top of this, they aren’t paid very much.”

시장의 규칙을 알려줄 건전하고 예측 가능하며 포괄적인 경제 기관들이 북한에 없다는 것입니다.

또 생계를 위해 공장과 농장의 공식 직장 보다 시장 활동에 의존하는 많은 북한 주민들은 당국자들로부터 시장의 자리를 임대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때 박봉의 당국자들은 처벌의 위험도 없이 뇌물을 요구할 기회가 생긴다고 코라도 국장은 말했습니다.

코라도 국장은 2020년 탈북자들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46%의 응답자들이 경제 활동에 있어 단속과 뇌물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답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응답자들이 북한에서 평균적으로 수입의 20%를 뇌물로 사용했다고 답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코라도 국장은 “북한은 예측 가능하고 부패로부터 자유로운 투자 환경을 만들기까지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거창한 구조적인 개혁에 나서지 않더라도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아 제도를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코라도 국장] “Even before all those big steps are taken, if N Korea showed serious interest in making progress towards institution building, it could probably find some willing partners to help them. In the late 1990s the IMF offered technical assistance to N Korea and they had a six week training course planned to occur in China and then N Korea reneged at the last minute and the technical assistance was canceled.”

코라도 국장은 1990년대 후반 국제통화기금(IMF)이 북한 당국자들을 상대로 6주 과정의 기술적 훈련을 중국에서 계획했지만 북한이 막판에 취소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국제 금융 기구들에 북한 당국이 참여해 국제 규범들을 배우는 것은 매우 중요한 조치들이라고 코라도 국장은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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