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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간단체 "대북전단금지법 압박에 워싱턴으로 본부 옮겨...정보 유입 새 기술 개발 모색"


탈북민 정광일 전 '노체인' 대표가 지난 2015년 12월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북한 인권' 주제 안보리 회의에서 증언했다.
탈북민 정광일 전 '노체인' 대표가 지난 2015년 12월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북한 인권' 주제 안보리 회의에서 증언했다.

한국에서 대북 정보 유입 활동을 하던 민간단체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전단금지법 압박 때문에 최근 본부를 워싱턴으로 옮겼다고 밝혔습니다. 이 단체는 미국에서 북한 주민들에게 효율적으로 외부 정보를 보낼 새로운 기술 개발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대북 민간단체인 ‘노체인’의 정광일 전 대표는 4일 VOA에, 이 단체 본부를 최근 한국에서 미국 워싱턴으로 옮겼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의 대북전단금지법 시행 이후 이 단체의 주요 활동이었던 대북 정보 유입과 북한 정치범수용소 해체 운동을 제대로 할 수 없어 미국으로 본부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정광일 전 대표] “우리가 외부 정보 유입을 통해 북한의 민주화 실현에 중심을 두고 활동했는데, 이번에 워싱턴으로 옮기게 된 것은 지금 한국에서는 도저히 북한 (대북 정보 유입) 인권 활동을 할 수 없고. 이런 활동을 하면 마치 그 어떤 적대행위를 한 것처럼 여기기 때문에…”

정 전 대표는 3년 전에 워싱턴 지부를 열며 미국에 비영리단체 등록을 이미 마쳤다며, 지난해 대북전단금지법 논란이 불거지자 본부를 아예 미국으로 옮기기로 결정했고 지난 2주 동안 미국을 방문해 이를 공식화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인 이사 찰스 육 씨가 단체 대표를 맡고 자신은 한국지부장으로 활동하게 됐다며,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 정보를 보내는 활동이 한국에서는 매우 암울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남북 접경 지역 주민들의 안전, 남북 합의 이행 등을 이유로 지난 3월 말 시행에 들어간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전단 등 물품의 대북 살포를 전면 금지하고 있으며, 위반 행위에 대해 최대 3년 이하 징역 또는 미화 3만 달러에 가까운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엔의 인권 담당 특별보고관들과 국제인권단체들은 대북전단금지법이 표현의 자유 침해뿐 아니라 제재 부과의 비례성 등 국제 기준에 위배된다며 문재인 정부에 재고를 여러 차례 촉구해 왔습니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실도 앞서 대북전단금지법 관련 VOA의 논평 요청에, “우리는 북한 안팎으로, 그리고 내부에서 정보가 자유롭게 흐르는 것을 계속 촉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 전 대표는 이런 미국 조야의 입장에 용기를 얻어 본부를 워싱턴으로 옮겼다며, 미국 내 정보기술(IT) 업체의 도움을 받아 무선 인터넷 등 주민들이 외부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 목표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광일 전 대표] “2~3년 전 구글에도 여러 번 다녀왔습니다. 아날로그식으로 북한에 USB를 보내고 그러는 게 아니라 북한에 (무선) 인터넷을 확산시켜서 굳이 USB를 보내지 않아도 북한에서 인터넷 접속을 해서 정보를 유입하면 훨씬 최신 정보를 보낼 수 있죠.”

정 전 대표는 이와 관련해 미국 내 여러 시민사회단체, IT 업체와 접촉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대북전단금지법 압박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한국 내 북한 인권단체들은 사무조사와 법인 취소 등 정부의 압박, 이런 정부의 눈치를 보는 기업들이 기부를 꺼리면서 재정 상황이 매우 열악해졌다며, 북한 인권에 관심이 많은 미국인들의 다양한 지원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과거 이 단체가 북한에 보냈던 USB(메모리 막대기)와 마이크로 SD 카드 상당량이 미국인들의 기부로 이뤄졌기 때문에 기대가 크다는 겁니다.

정 전 대표는 또 과거 유엔주재 미국 대사로 대북 정보 유입 활동을 강력히 지지하고 자신의 집까지 방문했던 서맨사 파워 미국 국제개발처장(USAID)에게 최근 서한을 보내 활동 지지를 당부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광일 전 대표] “서맨사 파워가 유엔 대사로 계실 때 저하고 2014년부터 16년까지 교류했어요. 심지어 저희 집까지 왔다 갔어요. 특히 (대북) 정보 유입에 대해 엄청난 관심을 가지고 북한의 어떤 변화를 위해서 파워 대사가 관심을 보일 때 아! 이 사람이 진심으로 북한 주민들을 생각하는구나!”

파워 처장은 실제로 유엔 대사 시절인 2016년 10월 방한 때 서울에 있는 정 대표의 집을 방문해 1시간 넘게 환담했으며, ‘트위터’를 통해 “북한에 민주주의 정보를 유입하는 영웅적인 탈북민 정광일 대표의 집에 도착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특히 북한 15호 요덕관리소 수감자 출신 정 대표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라며 그의 대북 정보 유입 활동을 담은 사진을 올리는 등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 정보를 보내는 탈북민들의 활동을 장려했었습니다.

‘노체인’이 이날 VOA에 공개한 서한에 따르면, 정 대표는 파워 처장이 대사 시절 한국의 탈북민 사회정착교육기관인 하나원과 하나교회 등을 통해 보여준 북한 인권 개선에 대한 관심과 열정에 감사를 표했습니다.

그러면서 탈북민들과 북한 주민들에게 희망과 영감을 줬던 파워 처장이 계속 북한 인권 개선 활동을 지지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VOA는 미국국제개발처에 파워 처장의 답신 여부와 대북 정보 유입에 관한 입장을 물었지만, 4일 오후 현재 답장을 받지 못했습니다.

한편 대형 풍선을 통해 대북 정보 유입 활동을 했던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4일 VOA에, 현재 미국을 방문 중이라며, 지인들을 만나 대북 정보 유입 강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 대표는 대북전단금지법 시행 이후인 지난 4월 경기도와 강원도 일대에서 대북 전단 50만장과 소책자, 미화 1달러 지폐 5천장을 대형 기구 10개에 나눠 실어 북한으로 날려 보냈다고 밝혔고, 한국 경찰은 이에 대응해 박 대표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바 있습니다.

이민복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북풍선단장은 4일 VOA에, 대북 정보 유입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향후 이런 활동을 원활히 하도록 기지국 건설 등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제대로 정보를 보내지 않으면서 정치적 선전만 요란하게 했던 가짜 단체들 때문에 진짜마저 대북전단금지법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조용하고 은밀하게 북한 주민들에게 진실의 정보를 보내면 문제될 게 전혀 없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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