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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제재 회피에 자국 외교관들 이용"


북한 한 해외 공관의 인공기. (자료사진)
북한 한 해외 공관의 인공기. (자료사진)

북한 정권이 자국에 가해진 경제 제재를 회피하는데 외국에 파견돼 있는 외교관들을 이용한다고 지적하는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북한 외교관들이 무기 운반을 직접 관리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김영교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국방 전문 랜드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북한의 제재 회피 기술’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북한 정권이 해외 파견 외교관들을 이용해 경제 제재를 회피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제재 회피에서 주요 역할을 하는 것이 해외 공관에 파견된 북한 정부 관리들이며, 여기에는 행정이나 기술 부문 직원들도 포함됐다는 겁니다.

랜드연구소 산하 국제 위기 및 안보 랜드센터의 킹 맬로리 국장이 작성한 이 보고서는 아프리카 지역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북한의 제재 회피 행태를 정리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 외교관들이 외국으로 사업망을 확대하고 그런 나라들과 안보 협력을 구축함으로써 북한 기업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또 북한 기업들을 대신해 계약이나 해외 사업들을 협상하기도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중국이나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 내 공관들이 이런 역할을 하는 것에서 두드러졌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례들이 아시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유럽, 아프리카, 남미 등 다양한 지역의 북한 공관에서도 진행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일부 해외 북한 공관은 불법 활동의 근거지가 돼 북한이 불법으로 벌어들인 외화를 접수하고 배포하며 수송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중요한 것은 해외에 있는 어떤 북한 공관이라도 북한 정부의 지시를 받으면 그런 활동에 관여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은 여기에 더해 국제기구에 파견되거나 취직한 자국민들도 비슷한 목적에 활용했다고 보고서는 말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 정권이 제재 회피에 외교관들을 활용한 사례로 잠비아 주재 외교관들이 북한의 외화벌이 거점으로 알려진 ‘말레이시아코리아파트너스(MKP)’의 명의로 현지에서 은행 계좌를 개설한 것을 꼽았습니다.

2018년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는 연례 보고서에서 MKP가 북한의 주요 합작 회사의 해외지사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으며, 북한의 금융기관, 정찰총국(RGB),

‘만수대해외개발회사그룹 (MOP)’과 연계가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보고서는 다른 사례로는 쿠바 수도 아바나 주재 북한 외교관들이 북한에서 쿠바로 무기가 운반되는 과정을 관리하고 무기를 운반하는 선박 승무원의 임금을 현금으로 지급한 적이 있다고 유엔 조사를 인용해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2014년 이후 유엔의 제재대상인 북한의 최대 해운 회사인 ‘원양해운관리회사(OMM)’의 대표자들이 북한 공관 내 외교관으로 이름을 동시에 올린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 외교관들 중 일부가 북한으로 외화를 송금하려다가 현지에서 체포된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보고서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회피하는데 능숙해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정권이 행하는 제재 회피 행위는 달러나 위안화와 같은 외화를 벌어들이는 활동, 벌어들인 외화를 이용해 필수

원자재와 이중목적 또는 제약이 있는 기술을 사들이는 활동, 북한이 관여하고 있다는 것을 최대한 숨기면서 이 물품들을 옮겨오는 밀수 활동 그리고 북한의 소유권을 알리지 않고 외화와 귀금속, 보석을 옮기는 돈 세탁 활동 등 크게 네 가지라고 분류했습니다. 보고서는 아시아에서는 중국과 타이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유럽에서는 러시아와 폴란드, 스위스, 이탈리아 등을 포함한 150개 이상의 나라에서 북한의 제재 회피 활동을 돕는 중개자들이 있었다면서, 이들이 북한의 네 가지 제재 회피 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중개자들이 최근까지만 해도 제대로 기소를 당하지 않아 북한의 확산 활동을 막는데 큰 어려움이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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