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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정권 73주년…"주민들은 '현대판 노예', 강제 노동 멈춰야"


9일 북한 평양에서 정권 수립 73주년을 맞아 노동자와 학생들이 행진하고 있다.
9일 북한 평양에서 정권 수립 73주년을 맞아 노동자와 학생들이 행진하고 있다.

북한이 9일 정권 수립 73주년을 맞아 열병식 등 대대적인 체제 선전에 나섰지만 국제사회는 북한 주민들이 ‘현대판 노예’에 해당한다며 강제 노동 등 인권 탄압에 계속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주민들에게 세계인권선언이 명시한 직업 선택의 자유와 합당한 임금을 보장하고 국제노동기구(ILO)에 가입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제3국에서 활동하는 대북 관계자는 10일 VOA에, 북한 당국이 전날 북한 정권 수립 73주년을 맞아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모습을 보며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조선중앙 TV] “근로하는 인민이 주인이 되는 우리의 사회주의가 세상에서 제일이고 영원히 인민대중중심의 이 제도에서만 살려는 우리 인민의 신념과 의지가 장중한 선율이 돼서 울려퍼졌습니다.”

이 관계자는 “북한 관영 매체들이 김정은의 령도에 따라 세상에서 가장 우월한 인민대중중심의 사회주의제도를 만방에 빛내겠다고 계속 선전하는데, 국가가 인민에게 해 주는 것은 전혀 없고 강제 노동 등 피땀만 요구한다”고 비판했습니다.

[대북 관계자] “모순이죠. 완전히! 완전한 어폐고 모순이고! 국가가 보장해 주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건설에 나간 사람들만이라도 먹을 것을 좀 보장해 주고 하다못해 옷이라도 보장해 주고 신발이라도 보장해 주면 좋겠는데 하나도 없습니다. 개인이 부담해야 합니다. 어이가 없죠.”

북한 주민들의 민생 위기는 최악인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근 평양의 고급 주택 건설 현장을 다시 방문해 작업을 독려하는 등 건축물을 활용한 애민정치 과시와 정치적 계산에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국제사회는 아동에서 성인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북한 주민들이 이런 김 위원장의 체제 유지를 위해 장소에 관계없이 강제 노동에 혹사당하고 있다며 계속 우려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오는 14일 개막하는 76차 유엔총회에 제출한 ‘북한 인권 상황 보고서’에서 북한 정권의 코로나 대응 등으로 인권 상황이 더 악화했다며, 특히 강제 노동 문제를 서두에서 자세히 지적했습니다.

[구테흐스 총장 보고서] “The economy of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continues to be organized in a way that relies on the widespread extraction of forced labour, including from conscripted soldiers and the general populace, including children…. This includes decreasing reliance on forced labour,”

북한의 경제는 징집된 군인들과 어린이를 포함한 일반 대중에 대한 광범위한 강제 노동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계속 조직돼 있다며, 북한 정부는 이런 “강제 노동에 대한 의존을 줄여야 한다”고 촉구한 겁니다.

구테흐스 총장은 특히 교화소와 관리소(정치범 수용소) 등 구금시설 내 수감자들이 북한 내 강제노동의 주요 원천 중 하나라며 착취 형태를 자세히 나열하고,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의 보고서를 인용해 이는 “노예화에 관한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구테흐스 총장 보고서] “In her report to the Human Rights Council, the High Commissioner stated that OHCHR was gravely concerned by credible accounts of forced labour under exceptionally harsh conditions within the ordinary prison system, which might amount to the crime against humanity of enslavement.”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등 유엔 보고관들도 최근 공개된 북한 정부에 보낸 서한에서 “18세 미만 아동들을 대상으로 탄광 같은 유해하고 위험한 환경에서 아동 노동을 시키는 것은 최악의 아동 노동 형태이자 국제법이 금지하는 현대판 노예제”라고 비판했습니다.

[특별보고관들 서한] “Subjecting children under 18 years of age to child labour in a harmful and hazardous environment such as coal mines amounts to the worst forms of child labour and is a contemporary form of slavery prohibited under international law.”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도 이달 초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북한이 이념적 요구를 정당화하기 위해 강제 노역을 사용하는 것은 흔한 일”이라며, 국가가 요구하는 이런 노동은 “광업과 농업, 건설 등 김정은이 우선시하는 사업에 이용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휴먼 라이츠 워치 성명] “The North Korean government’s use of “hard labor” justified by ideological demands is common. The demanded labor is used for projects that Kim Jong Un has deemed a priority, such as mining, farming, and construction.”

이 단체는 북한 지도부가 이런 노동을 주민이 자원해서 하는 것이라고 선전하지만, 주민이 당국의 요구를 거부하면 고문과 장기 수감 등 가혹한 처벌을 받기 때문에 강제로 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국제노동법과 인권법의 기본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국제노동기구(ILO)에 가입하고 만연한 인권 침해를 종식함으로써 북한 청년들에 대한 감사를 더 잘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권고했습니다.

ILO에 따르면 강제 노동은 국가와 정부 등 공권력에 의한 강압 또는 처벌의 위험에 의하여 비자발적으로 제공되는 모든 형태의 노동을 말합니다.

강제 노동은 특히 채무와 속박, 인신매매, 이동의 자유 제한, 임금 착취 등 인간의 존엄에 반하는 ‘현대판 노예’ 형태가 대표적으로, 유엔 등 국제사회는 이를 매우 심각한 범죄 행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탈북민들과 전문가들은 북한 주민들이 이런 현대판 노예의 대표적인 희생양이라고 지적합니다.

과거 북한의 강제노동 관련 보고서를 작성했던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의 렘코 브뢰커 교수는 앞서 VOA에, 노동당 고위 간부들을 제외한 모든 북한 주민이 사실상 현대판 노예라고 말했습니다.

[녹취:브뢰커 교수] “You can’t leave your assigned job, you can’t say no to demand you…that makes modern slavery”

“북한 주민들은 일한 만큼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도 직장을 그만둘 수 없고, 직장 내 명령을 거부할 수 없으며, 주거지나 나라를 마음대로 떠날 수 없기 때문에 현대판 노예”라는 겁니다.

ILO는 홈페이지에서 전 세계 현대판 노예를 4천만 명으로 추산하며 이 가운데 24.9%가 강제 노동이라고 밝혔지만, 북한은 ILO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제3국의 대북 관계자는 북한에서 죄인으로 강제 노동이 당연하다고 여겼던 수감자들이 해외 교도소에서는 노동의 대가로 임금을 받고, 징집된 군인들도 월급을 받는 것을 보며 해외 파견 북한 인력들이 큰 충격을 받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등 선진국이 아니더라도 러시아와 중국 내 노동자들이 누리는 임금 보장 등 권리와 혜택을 보면 “김정은에 대한 분노와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그러나 10일 ‘자주로 위용 떨치는 주체의 사회주의 국가’란 제목의 논설에서 “우리 인민은

스스로 선택하고 자체의 힘으로 세운 사회주의국가를 절대적으로 지지하고 있으며 자기의 생명처럼 여기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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