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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회도서관, 북한 정부 수립 참여 고려인 80명 육필 수기 온라인 공개


미국 의회도서관이 광복 직후 북한 정부 수립에 참여했던 고려인들의 육필 수기를 인터넷을 통해 열람할 수 있도록 공개했다. 최종학 대장의 수기에 실린 사진. 사진 = 미의회도서관(The Library of Congress).
미국 의회도서관이 광복 직후 북한 정부 수립에 참여했던 고려인들의 육필 수기를 인터넷을 통해 열람할 수 있도록 공개했다. 최종학 대장의 수기에 실린 사진. 사진 = 미의회도서관(The Library of Congress).

미국 의회도서관이 광복 직후 북한 정부 수립에 참여했던 고려인들의 육필 수기를 인터넷을 통해 열람할 수 있도록 공개했습니다. 의회도서관은 방대한 북한 희귀 자료를 전 세계 어디서든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조선로동당(노동당) 조직부에서 써 보낸 나에게 대한 평정서였다. 그 평정서는 고어로 썼던바 그 내용은: 장학봉이는 조선에 어느 때에 나갔으며, 무섰을(무엇을) 하였다는 것을 자서이(자세히) 기록하면서 민주건설에 열성적으로 참가하고

조선인민의 조국전쟁에서 용감성을 발휘하면서 공화국과 로동당(노동당)을 위하여 영용 무쌍하게 투쟁하였으나 맞이막(마지막) 시기에 일부 돌아가고 있는 자유주의적 경향에 휩쓸려 조선인민의 전설적 영웅인 김일성과 그의 항일부대를 비방하는 반당적 반인민적 행동을 감행하였다.”

미국 의회도서관이 최근 공개한 고려인 80명의 육필 수기집 ‘피와 눈물로 씨여진(씌여진) 우리들의 력사(역사)’에 담긴 장학봉 전 북한 정치사관학교 교장의 수기 중 한 부분입니다.

“이런 자유주의적 경향이 농후하며, 상부에 존엄성이 약한 관계로 로동당(노동당)은 관대히 처리하여 그의 요구대로 쏘련(소련)에 귀환 식힌(시킨)다고 썼다.”

의회도서관이 소장한 희귀 자료 중 하나인 이 수기집은 수년간 이어진 디지털화 작업이 완료돼 지난달 중순부터 의회도서관 웹사이트를 통해 전 세계 어디서든 온라인으로 열람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 수기집에는 장학봉 전 교장을 포함해 북한 외무성 제1부장과 조선인민군 대장,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작전국장 등 1940~50년대 북한 정부 수립 초창기 엘리트층을 구성한 고려인 80명이 직접 쓴 수기와 유족들이 쓴 일대기가 담겨있습니다.

이들 고려인들은 한반도 광복 직후 옛 소련 공산당에 의해 북한으로 보내져 북한 정부 수립을 도운 핵심 엘리트층이지만, 1950년대 김일성 정권이 권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숙청당하거나 소련으로 송환됐습니다.

이 수기집에는 북한 정권 수립 이후 초대 부수상까지 지낸 박헌영을 처형한 것으로 알려진 방학세 전 내무상의 누나가 전하는 방학세의 일대기와 한국전쟁 당시 남침 작전 수립에

참여한 유성철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작전국장이 직접 작성한 김일성과의 활동 시기에 대한 회상 등이 담겼습니다.

고려인은 러시아를 비롯한 구 소련 국가에 주로 거주하는 한인들로, 구한말인 19세기 중반부터 고려인들의 이주가 시작됐고 일제 강점기때는 연해주를 중심으로 항일의병 활동과 독립운동을 주도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1937년 당시 소련의 스탈린 정권은 일본의 간첩활동을 방지해야 한다는 구실로 극동 지역에 있던 고려인을 대거 중앙아시아로 지역으로 강제이주 시키기도 했습니다.

장학봉 전 교장은 한글로 된 이 수기집을 지난 2005년 미 의회도서관에 기부했습니다.

의회도서관은 이 수기집에 대해 “옛 소련 고려인 파벌의 역사는 불과 15년으로 매우 짧았지만 한반도의 공산화에 가장 강력하고

필요한 수단 중 하나였다”며 “이들의 이야기는 대부분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미 의회도서관 아시안관의 한국 컬렉션은 이들의 삶의 경험을 유일하게 보관하고 있는 곳”이라며 “학문적으로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주요 원천일 뿐만 아니라 고려인과 아시아 전역으로 강제이주한 이들의 이름과 기억, 애환을 간직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의회도서관은 이 수기집을 비롯해 소장 중인 북한 자료를 색인하고 스캔해 온라인에 올리는 방대한 디지털화 작업을 수년 전부터 진행해 왔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해 5월부터는 도서관이 소장한 일부 북한 자료들에 대한 온라인 열람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1948년~1964년 사이 북한에서 발행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친 간행물을 온라인에서 열람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세계 최대 도서관 중 하나로 꼽히는 미 의회도서관은 280종 이상의 북한 간행물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전쟁 중 사라진 희귀한 자료를 전 세계 최대 규모로 소장하고 있는 곳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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