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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진단 인터뷰] ①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 "북한 핵무기 40개…해킹 통한 '역설계' 계속"


지난 2016년 3월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대형 TV에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핵탄두 폭발 시험과 핵탄두 장착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지시했다는 내용의 뉴스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16년 3월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대형 TV에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핵탄두 폭발 시험과 핵탄두 장착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지시했다는 내용의 뉴스가 나오고 있다.

북한이 최대 40개의 핵무기를 보유했고 이미 핵탄두 소형화 능력을 갖췄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인 분석이라고 올리 하이노넨 미국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이 진단했습니다. 북한은 전술핵과 전자기파(EMP) 무기를 위협 수단에 추가하고 핵실험 없이도 무기 성능을 개선할 수 있으며 해킹을 통한 ‘역설계’ 방식으로 기술력을 쌓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두 차례로 기획한 ‘북핵 진단’ 인터뷰, 첫번째 순서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을 지내며 북 핵 사찰을 주도했던 하이노넨 특별연구원과의 대담을 전해드립니다.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북한의 핵무기 능력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보유량에 대한 분석도 제각각입니다. 2021년 7월 현재 가장 현실에 가까운 추정치는 어느 정도라고 판단하십니까?

IAEA 사무차장을 지낸 올리 하이노넨 미국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
IAEA 사무차장을 지낸 올리 하이노넨 미국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 플루토늄 기반 핵무기와 우라늄 기반 핵무기로 나눠서 추정해야 합니다. 플루토늄 생산량을 추정하는 것은 훨씬 쉽습니다. 영변 원자로의 가동 시간과 기술적 특징에 대해 이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북한은 플루토늄 약 40kg을 보유하고 있을 겁니다. 핵폭탄 1개에 들어가는 플루토늄양을 5kg, 혹은 8kg으로 추정하는데 그럴 경우 각각 8개 혹은 5개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어느 쪽으로 잡든 플루토늄 기반 핵무기는 10개 미만이라는 이야기죠.

기자) 여기에 우라늄 기반 핵무기 개수를 더하려면 계산이 상당히 복잡한 것으로 압니다.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 우라늄 생산량을 추정하는 것은 훨씬 어렵습니다. 우라늄 농축 시설 가동 여부와 효율성은 매우 불확실하니까요. 우리가 상당히 높은 북한 핵 보유량 추정치를 종종 접하게 되는 것은 분석가들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제시하기 때문입니다. 2010년 가을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의 방북을 통해 북한이 2000개의 (파키스탄 방식) P-2 원심분리기를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치만 보면 북한의 우라늄 핵무기 능력을 쉽게 분석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해당 시설은 2009년 IAEA 사찰단이 북한에서 추방된 이후에야 건설되기 시작했습니다. 기존 건물을 이용했기 때문에 우선 모든 내부 장비를 제거한 뒤 공기 중 먼지 하나 없는 매우 청정한 환경을 만들고 완벽한 에어컨 장치를 설치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이 모든 작업을 끝낸 뒤에야 원심분리기와 연결 장치를 설치할 수 있고, 시설 가동을 위한 기반 시설까지 추가해야 합니다. 따라서 북한이 헤커 박사 방문 시기인 2010년에 이미 원심분리기 2000개를 가동 중이라고 한 것은 지나친 주장입니다.

기자) IAEA 사찰단 추방 시점부터 헤커 박사 방북 때까지 원심분리기 시설을 완성할 만큼 충분한 시간이 없었다는 말씀이군요. 시간이 얼마나 더 필요했던 건가요?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 우라늄 생산을 늘리려면 원심분리기 캐스케이드(다단계 우라늄 농축 설비)를 하나씩 늘려나가는 등 시설을 단계적으로 구축해야 합니다. 이런 절차가 모두 순조롭게 진행돼도 최소 2년 이상 걸립니다. 1년이 더 걸릴 수도 있고요.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생산은 그 이후에나 시작됩니다. 북한은 나중에 추가 원심분리기 시설 공사에 착수했는데 이 역시 2년 정도 소요되는 작업입니다. 게다가 북한의 우라늄 농축 시설은 현재 건설 중인 실험용 경수로의 원료도 생산해야 합니다. 나중에 실험용 경수로를 가동하려면 우선 저농축우라늄 4t이 필요하고 이후 대체량을 고려하면 8t의 이산화우라늄을 확보해야 합니다. 이 모든 변수를 고려해야 북한의 우라늄 기반 핵무기 개수를 추산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기자) 그런 조건을 모두 고려한 가장 현실적인 북한의 우라늄 기반 핵무기 개수는 어느 정도라고 보시는지요?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 저는 영변 우라늄 농축시설에서 고농축우라늄 540~550kg를 생산했을 것으로 분석합니다. 어떤 이들의 분석보다는 훨씬 적고, 일부 평가보다는 다소 많지만 저는 이것이 현실적인 숫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라늄 기반 핵무기 1개에 고농축우라늄 25~27kg이 들어가는 게 일반적이고요. 특히 개발 초기에는 소형화 기술이 열악한 만큼, 원하는 위력을 얻기 위해 고농축우라늄양을 좀 늘리는 안전한 방법을 택하기도 하죠. 이렇게 계산하면 북한이 20~25개의 우라늄 기반 핵무기를 갖고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물론 우라늄 폭탄에 고농축우라늄 20kg 정도 들어가는 것으로 잡는 분석도 있지만, 그건 핵무기 기술이 상당히 진전된 뒤에나 가능하지 초기엔 어렵습니다. 여기에 앞서 계산한 10개 미만의 플루토늄 기반 핵무기 개수를 합하면 북한의 핵 보유량을 최대 40개로 잡는 게 적절한 추정치입니다. 다만, 그만큼의 핵물질을 비축하고 있다는 것이지 이를 모두 핵무기 제작에 사용했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북한의 핵무기 제작 장소와 능력에 대해선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기자) 그런 과정에서 확보한 기술이 핵무기 소형화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까?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 북한이 2006년 첫 핵실험을 했으니 그 뒤 소형화를 추진할 시간이 15년이나 있었습니다. 게다가 6차 핵실험은 폭발력이 엄청나게 큰 수소탄 혹은 증폭핵분열탄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이 정도로 규모가 크고 정교한 무기를 만들 수 있다면 소형화 기술 역시 갖추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여기서 짚어봐야 할 것은 북한이 어느 정도의 핵무기 위력을 원하는지, 전장에서 특정 목표물을 공격하는 전술무기를 원하는지 등입니다. 이런 목표가 핵무기의 크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기자) 전술핵무기를 언급하셨는데, 김정은은 이미 핵무기 전술무기화를 주문한 바 있는데요.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 북한은 어떤 면에서 이미 전술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북한은 이미 개발한 ‘1세대 핵무기’를 단거리 미사일과 중거리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자) 그런데도 북한이 핵무기 개수를 계속 늘려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 ‘위협 평가’ 관점에서 보면, 북한은 이미 확보한 핵무기만으로도 충분한 억지력을 갖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 북한을 공격하려면 북한이 핵무기 수십 개를 사용 가능한 상태로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하니까요. 이렇게 억지력을 이미 갖춘 만큼, 북한은 온갖 핵무기 관련 기술의 추가 개발을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상황입니다. 다만, 이렇게 작고 재원이 충분치 않은 나라에 핵 프로그램은 엄청난 사업인 만큼, 그들이 가진 무기의 개수와 안정성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의 핵 능력을 지나치게 부풀릴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그들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두는 접근법이 필요합니다.

지난 1월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제8차 대회 기념 열병식에 ‘북극성-5ㅅ(시옷)’이라고 적힌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등장했다.
지난 1월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제8차 대회 기념 열병식에 ‘북극성-5ㅅ(시옷)’이라고 적힌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등장했다.

기자) 한국이 개발 중인 핵추진잠수정의 원자로와 우주 로켓 기술 등이 북한에 유출됐을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이제 북한의 해킹도 핵무기와 운반수단 개발에 중요한 변수가 된 것 아닌가요?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 저는 1980년대부터 IAEA에서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지켜봤는데, 그들은 줄곧 ‘역설계(reverse engineering)’를 통해 무기를 개발해왔습니다. 80~90년대에는 각국의 실험실에서 자료를 빼내고, 오픈 소스 등을 통해 핵무기 자료를 얻었죠. 5MW 원자로도 그렇게 지었고, 영변 재처리 시설(방사화학실험실)은 1960년대 벨기에 재처리 시설과 매우 비슷합니다. 북한은 이렇게 기술을 모방한 뒤 실험을 거쳐 제작하는 수순을 반복해 왔습니다. 미사일 기술은 옛 소련에서 가져왔고, 우크라이나에선 고물 무기를 사들여 자기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따라서 저는 북한의 사이버 공격을 새로운 종류의 ‘역설계’로 봅니다. 단순한 복제는 아니고, 정보를 모아서 다른 나라의 문제 해결 방식을 살펴본 뒤 자체 무기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기자) 북한에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는 미사일 ‘대기권 재진입’ 기술에 대해선 어떻게 판단하고 계십니까?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 옛 소련 출신 과학자 몇 명이 북한에서 일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소련 출신 한 저명한 핵 과학자는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이란의 핵무기 설계를 돕기도 했습니다. 저는 테헤란에서 이란의 미사일 개발을 도운 소련 출신 기술자들을 알고 있습니다. 모두 일과 돈이 필요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그들이 북한에서 일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북한은 이란 만큼 보수를 지급할 순 없겠지만요. 또한 우크라이나에서도 대기권 재진입체 기술이 북한으로 흘러 들어갔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이미 기본적인 설계 지식을 갖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북한은 재진입체 실험을 아직 실행에 옮기지 못했습니다. 누구도 북한 미사일이 대기권 재진입을 견디고 적정한 고도까지 내려오는 모습을 못 봤죠. 분명히 우려할 만하지만, 북한은 아직 열병식에서 전시하는 수준 이상의 기술을 보여주진 못했습니다. 다만 우리는 북한이 재진입 기술을 갖춘 것으로 간주하고 대비해야 합니다.

기자) 최근 북한이 전자기파(EMP) 무기 개발을 완료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오래전부터 제기된 북한의 EMP 위협을 현실적인 경고로 받아들이십니까?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 원칙적으로는 그렇습니다. 북한은 ICBM으로 분류되는 미사일을 갖고 있으니 이를 미국 상공에서 폭발시키거나, 미사일을 잠수함으로 멕시코만이나 태평양으로 옮겨 발사 거리를 좁힐 수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 미국에 엄청난 타격을 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그런 공격을 견딜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제 판단입니다. 그렇다면 북한의 EMP 공격은 일종의 ‘자살임무’가 될 것입니다. 미국은 EMP 공격 징후를 탐지하고 억지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최악의 상황에서 사회기반시설을 방어하는 계획을 갖춰야 합니다. 미국의 일부 사회기반시설 이미 매우 낡고 취약하다는 게 문제로 남아있는데, 북한뿐 아니라 다른 세력의 EMP 공격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합니다.

기자) 북한이 2017년 9월 이후 추가 핵실험을 하지 않고 있는데 대해 의미를 부여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험을 안 해도 핵 개발은 계속할 수 있지 않나요?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 북한은 그동안 6차례의 핵실험을 했습니다. 이미 핵무기 설계와 작동 방식에 대한 지식을 축적했고, 핵 장치에 대한 ‘수학적 모델링’을 개발하고 시험했다는 뜻입니다. 또한 많은 이론적 계산을 할 수 있게 됐고 핵실험을 통해 이를 검증해 냈습니다. 게다가 북한엔 풍부한 이론적 지식을 갖춘 수준 높은 과학자들이 있고, 이들은 원자로 설계 능력을 입증하기도 했습니다. 최신식 소프트웨어도 갖췄는데, 김일성대학에서는 다양한 변수를 계산할 수 있는 가장 최신 중성자 물리학과 ‘원자로 코드’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핵무기 설계에 적용되는 것과 똑같은 종류의 소프트웨어입니다. 따라서 북한은 실제 핵폭발 실험을 하는 대신 이와 아주 가까운 환경을 조성해 ‘이론 모형’을 시험할 수 있게 됐습니다. 미국과 러시아도 현재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 때문인데, 미국은 이를 비준하진 않았지만 핵실험을 하진 않고 있으니까요. 따라서 북한도 이런 방식을 최대한 활용해 핵무기 설계 능력을 꾸준히 개선하고 있다고 봅니다.

기자) 그런 보이지 않는 핵기술 진전을 저지할 방법은 없습니까?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 물론,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준비 정황을 사전에 포착할 수 있는 방어시스템을 갖춰야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양질의 정보입니다. 인적정보와 감청·영상 정보를 통해 북한 내 위험스러운 여러 동향을 잡아내야 합니다. 해킹 등 북한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야 합니다. 과거와 달리 모든 소통 시스템이 디지털화된 것은 북한에 이롭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취약점이기도 합니다. 해킹을 당했다는 사실을 모른 채 모든 통신과 해외 조달 활동, 각종 실험 등을 추적당할 수 있으니까요. ‘멀티 소스 분석’이라고 부르는 이런 방법을 통해 모든 정보를 취합한 뒤 북한 핵 개발 실태와 방향, 강점과 약점을 분석하는 겁니다. 그리고 여기서 파악된 약점을 공략해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늦추거나 목표 달성을 어렵게 만드는 거죠. 하지만, 북한은 핵무기와 운반수단을 확보한 나라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특히 한국과 주한미군, 일본에 도달할 수 있는 중·단거리 미사일을 갖춘 것은 큰 문제라고 하겠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을 지낸 올리 하이노넨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으로부터 현재 북한의 핵무기 역량에 대한 과학적 진단을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백성원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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