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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DPAA 국장 "유해 발굴, 핵 협상과 분리돼야…금전지불 불가"


켈리 맥키그 미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DPAA) 국장.
켈리 맥키그 미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DPAA) 국장.

한국전 유해 발굴과 신원 확인을 맡고 있는 미 정부 기관 책임자가 교착상태인 북한과의 유해 발굴 사업과 관련해, 핵이나 제재 협상과 별개로 논의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또 미국은 유해 발굴에 금전을 지불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동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 국방부 산하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DPAA)의 켈리 맥키그 국장은 17일, DPAA는 전 세계 46개 국가와 협력하고 있으며 이들 국가 모두 유해발굴을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핵심사업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맥키그 국장 “핵-제재 연계 북한 셈법이 중단 원인”

맥키그 국장은 이날 워싱턴의 전미북한위원회(NCNK)가 주최한 화상대담에 참석해 북한이 2019년 3월 이후 공동 유해발굴 논의에 나서고 있지 않는 것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습니다.

맥키그 국장은 한국전 미군 실종자 가운데 7천569명의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직후 55개의 유해 상자를 돌려받은 뒤로는 어떤 진전도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미국 정부는 유해발굴과 송환 문제를 핵 또는 제재 문제와 분리시키는 접근법을 취해왔지만, 이를 상호연계해 취급하려는 북한의 인식이 논의 중단 원인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 맥키그 국장] “While the US approach to the overarching strategic denuclearization discussion was decoupled, for the North Koreans, it was very much one in the same. And as a result, while we may have delinked it, for them all of it. Denuclearization discussions, sanctions relief and remains recovery and repatriation all coupled together. And as such, there has been no progress at all since, as I mentioned, march of 2019.”

“장진호, 비용문제 이견…금전지불 불가”

맥키그 국장은 장진호 공동 유해발굴 사업이 중단된 것은 북한의 과도한 비용 요구 때문이었다는 최근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의 발언과 관련한 구체적인 배경과 향후 대응전략을 묻는 VOA의 질문에 “비용문제에 이견이 있었다”고 확인했습니다.

[녹취 : 맥키그 국장] “And then the Singapore summit, cost was an issue with the negotiations and so we had limits put upon us by both the Department of Treasury and the Commerce Department. Fully in compliance with sanctions, both the United Nations General Assembly sanctions as well as the US sanctions and we were prepared with these left, right limits to enact, for lack of a better term, a reasonable arrangement that would reimburse the North Koreans. Not pay. Because we don't pay for the remains to anyone...”

맥키그 국장은 장진호 공동 유해발굴 논의의 시작이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 간다며, 당시 DPAA는 베이징과 방콕 등에서 북한과 직접 협상해 합의를 도출했고 유해발굴 물자와 인력 등이 북한에 들어갈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도발적 행동에 따른 다른 이유들 때문에 북한 내 공동 유해발굴 사업은 잠정 중단됐고, 싱가포르 회담에서 다시 논의가 재개됐지만 비용문제가 핵심의제로 제기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제재범위 내 합리적 변제안에도 논의 중단”

당시 DPAA는 재무부, 상무부의 조치에 따라 북한에 제안할 수 있는 선택지는 제한됐다며, 이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의거한 제재와 미국 정부의 독자제재 방침을 완벽히 준수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맥키그 국장은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DPAA는 제한된 범위 내에서 북한이 유해발굴을 위해 제공하는 인력과 장비에 대한 비용을 상환할 준비가 돼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금전적 지불을 의미하는 것은 절대 아니라며, 미국은 유해와 관련해 어떤 당사국에도 금전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 맥키그 국장] “That would reimburse the North Koreans for services, equipment, personnel that they would provide as part of this joint operation. So we had those left, right limits, we had that playbook and we were prepared. But never got down to discussing the details of a resumption of recovery operations.”

맥키그 국장은 DPAA는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합리적으로 비용을 상환할 수 있는 계획과 준비를 갖추고 있었지만, 이후 공동 유해발굴 사업 재개와 관련한 구체적 논의를 단 한 차례도 하지 못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베트남 본받아야…신뢰구축 핵심 외교수단”

이날 대담을 진행한 키스 루스 전미북한위원회(NCNK) 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북한이 국경을 전면봉쇄하고 있는 상황이 향후 유해발굴 사업에 끼칠 수 있는 영향을 물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맥키그 국장은 구체적인 언급은 피한 채, 이 문제는 양국이 신뢰 구축을 위한 기회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맥키그 국장은 1980년대 초 베트남의 유해발굴 협조를 사례로 들면서, 당시 양국은 국교가 정상화가 되지 않는 상태였으며, 이런 상태를 고려할 때 베트남에게 보장된 조건이 없었지만 기회를 잘 잡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적국인 상태에서 유해발굴이 상호불신과 적대감을 분쇄하는 외교적 수단으로 활용됐고 궁극적으로는 대화를 재개하는 계기가 됐으며, 이는 북한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사안이라는 겁니다.

제니 진 박사 “55 유해상자 중 70명 확인…시간이 가장 큰 적”

한편 DPAA 소속 한국전 신원확인사업 팀장인 제니 진 박사는 이날 대담에서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송환된 55개 유해 상자, 250명 가운데 약 170여 명을 미군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현재 70명의 신원확인이 끝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 진 박사].We understand that time is our biggest enemy when it comes to family members waiting for us to make the identifications.”

진 박사는 1990년부터 4년 간 돌려받은 208개의 유해 상자에서 100여 명 신원을 확인하는 작업도 남아 있다며, DPAA의 가장 큰 적은 유족들이 애타게 신원 확인을 기다리는 시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유족협회장, 바이든 대통령에 성명 제출...“적극 제기 촉구”

한국전 전쟁포로 및 실종자 가족협회의 리처드 다운스 회장은 이날 대담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정부 고위관리, 의회에 유해발굴 사업을 다른 대북정책과 분리해 다룰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제출한 사실을 소개했습니다.

리처드 다운스 한국전 전쟁포로 및 실종자 가족협회 회장은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성명을 제출한 사실을 공개하며, 유해발굴 문제에 적극 임해주길 촉구했다.
리처드 다운스 한국전 전쟁포로 및 실종자 가족협회 회장은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성명을 제출한 사실을 공개하며, 유해발굴 문제에 적극 임해주길 촉구했다.

[녹취 : 다운스 회장 ] “We're bringing up this resolution to try and say, we hope that this new administration will take on a more aggressive approach and find a way to talk about this issue, which is a part of an agreement that we still are part of the Singapore summit…”

다운스 회장은 트럼프 행정부는 55개 유해 상자를 돌려받은 뒤 단 한 번도 유해발굴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지 않았다며, 유해발굴은 싱가포르 합의에서도 명시한 사안이고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주길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김동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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