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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언론인 대담] "지구 환경 운명, 미국에 달려" 환경 전문기자, 에밀리 홀든


[여성 언론인 대담] "지구 환경 운명, 미국에 달려" 환경 전문기자, 에밀리 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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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자유와 양성평등, 두 가지 영역에서 동시에 노력하는 여성 언론인들을 만나보는 ‘여성 언론인 대담’ 시간입니다. 저는 오종수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출범 직후 ‘파리기후변화협정’에 재가입하고, 세계적 현안인 기후 변화 대책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이밖에 환경 보호 정책에 무게를 싣고 있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환경 전문기자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가디언(Guardian)’ 신문의 워싱턴 D.C. 주재원, 에밀리 홀든 기자를 초대했습니다.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에밀리 홀든 기자.
에밀리 홀든 기자.

기자) 안녕하세요,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VOA 한국어 방송 청취자들께 자기소개를 해주시죠.

홀든) 네! 저는 에밀리 홀든(Emily Holden)입니다. 워싱턴 D.C.에서 활동하는 환경 전문기자입니다. 여러 매체를 거쳤는데요. 최근에는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이어, ‘가디언’ 소속으로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워싱턴) D.C.에 근거를 두고 일한 기간만 10년이 넘었네요. 그전에는 고향에 있는 여러 작은 지역 매체에서 기자 훈련을 받았습니다. 루이지애나 태생입니다.

기자) ‘가디언’이 영국 신문인데, 어떨 때 보면 미국 뉴스를 다른 매체들보다 훨씬 빠르고 자세하게 보도하더라고요. 홀든 기자 같은 미국인들이 일하고 있어서 그렇군요?

홀든) 하하하. 칭찬 감사합니다. ‘우리(가디언)의 독자들이 누군가’, 그리고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가’, ‘그들이 누구로부터 영향을 받는가’를 중요하게 보기 때문이에요. 가디언은 본사가 영국에 있지만, 국제적인 매체입니다. 온라인 독자 비중이 커요. 그러다 보니, 중요한 뉴스가 나오는 곳이라면 세계 어디든지 취재 인력을 배치합니다. 국가적 영향력을 볼 때 미국 뉴스의 비중이 압도적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수도인 워싱턴에 배치한 기자들이 많아요. 다들 미국인이고요. 백악관 출입기자단에도 소속돼있습니다.

기자) 환경 전문기자시잖아요. 환경에 관한 뉴스도 미국에서 중요한 게 많이 나옵니까?

홀든) 물론이죠. 미 의회와 백악관을 취재하는 데서 굵직한 환경 뉴스가 많이 나옵니다. 미국 정부가 환경 정책을 어떻게 짜고,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가느냐에 따라, 세계적인 환경 현황이 좌우되기 때문이에요. 다른 나라들이 따라오니까요. 지구 환경의 운명이 미국의 정책에 달려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단적인 예가 ‘파리기후변화협정’입니다. 과거 (바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국이 주도해서 만든, 국제적인 탄소 배출 제한 약속이었잖아요. 그런데 이전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서 미국이 탈퇴하면서,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있으나 마나 한 약속이 됐다는 지적까지 있었어요. 그런데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이번에 미국이 다시 가입해서, 되살아났습니다.

기자) 환경 문제는 독자나 시청자들 사이에서 불편하고 재미없는 분야라는 인식이 있는데요. 이 분야를 선택하신 이유는 뭔가요?

홀든) 어릴 때 겪었던 일들 때문입니다. 저는 루이지애나주 남부에서 태어나 성장했는데요. (2005년 강타한) 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피해가 동네 곳곳에 남아있었습니다. 거의 한 집 건너 한 명씩 사망자가 나왔어요. 살던 집이 하루아침에 통째로 날아간 이웃도 있었고요. 저희 가족이 입은 피해도 컸습니다. 정부가 노력했지만, 피해를 완전히 복구하는 데 오래 걸렸어요. 물적 피해는 그렇다 쳐도, 사람들의 정신적 상처는 지금도 아물지 않았습니다. 자라면서 내내, 우리 이웃들의 아픔이 제 생각을 지배했습니다. ‘이렇게 대형 자연재해가 발생하는 이유가 뭘까’ 고민하고 공부했어요. 학계에서는 ‘지구 온난화’ 때문이라고 보잖아요. 이런 의제를 사람들에게 더 알리고, 불행한 일을 사전에 막도록 여론을 형성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었습니다.

에밀리 홀든 기자가 지난 201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발생 10주년을 맞아 경비행기를 타고 미 루이지애나주 해안을 취재하고 있다.
에밀리 홀든 기자가 지난 201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발생 10주년을 맞아 경비행기를 타고 미 루이지애나주 해안을 취재하고 있다.

기자) 환경 문제로 생기는 불행한 일들을 어떻게 사전에 막을 수 있습니까?

홀든) 지구 환경의 문제점들은 대부분 국가나 지역 정부 차원의 에너지 정책, 전력 정책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최근 텍사스주에서 강추위 속에 발생한 전력난으로, 많은 사람이 고통을 겪었죠? 발전소 가동이 멈췄기 때문인데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친환경 전력’으로 전환을 못한 이유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풍력을 비롯한 ‘비화석 연료’로 전기를 만들어내는 양을 늘리자는 논의가 수십 년 전부터 있었는데, 텍사스주 정부가 거부했어요. 석유와 천연가스 판매가 줄어드는 것을 우려해서였습니다. 에너지 업계 보호 목적이죠. 풍력 발전을 늘렸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거라고 전문가들이 말합니다. 풍력 발전소는 한 번 터빈을 돌리기 시작하면, 바람만 불면 되니까, 춥든 덥든 날씨에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거든요.

기자) 그동안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이나, 아끼는 기사는 어떤 겁니까?

홀든) 음…, 너무 많아서 하나를 고르기가 어렵네요. 그래도 한 가지를 꼽자면, ‘생활용품의 화학 성분과 음식물 속의 오염 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위험’에 관해 특집 보도한 적이 있어요. 참 어려운 취재 과정을 거쳤습니다. 화학 성분과 오염 물질이 나쁘다는 건, 우리 모두 막연하게나마 알잖아요. 그런데 실제로 ‘어떤 물질이 얼마나 어떻게 나쁜지’ 구체화하고 수치화해야 기사를 쓸 수 있어요. 어렵사리 취재해서 기사를 냈는데, 독자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와, 그 물질이 그렇게 큰 위험성이 있는 줄 몰랐다’면서, 고맙다는 인사를 많이 들었습니다.

기자) ‘어떤 물질이 얼마나 나쁜지’ 어떻게 수치화해냈습니까?

홀든) 제 몸에 직접 실험을 했어요. 하하하. 그렇다고 무슨 독성 물질 같은 걸 주입하거나 한 건 아니고요. 생활용품이나 식품에 흔히 들어가는 첨가물이 대상이었습니다. 대다수 미국인이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것들이요. 다른 물질로 대체가 가능한데도, 편의상 제조 과정에 포함하는 것들을 제가 써보고, 몸에 나타나는 변화를 기록해서 기사에 활용했습니다. 그리고 정부 정책을 어떻게 바꾸면, 보다 안전한 물질로 교체할 수 있는지 대안도 내놨습니다.

기자) 그렇게 적극적으로 취재 활동을 해왔는데, 여성이라서 어려운 점은 없었습니까?

홀든) 여성이라서 (남성들보다) 더 힘들게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제가 일했던 매체들은 간부 대부분이 남성이었어요. 여성 기자들이 모범으로 삼고 의지할 여성 지도자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조직 문화 전반이 남성 중심이었습니다. 여성은 발언권이 약했어요. 중요한 일을 못 맡게 되는 일도 있었고요. 다행히, 최근에는 주요 언론사의 조직 문화가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여성과 유색 인종을 비롯해, 소수집단 구성원들이 동등한 대우를 받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앞으로 제 후배 여성 언론인들은 더 나은 분위기에서 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에밀리 홀든 기자가 폴리티코 재직 시절 C-Span에 출연해 미 연방정부 환경 정책 변화에 관해 논평하고 있다.
에밀리 홀든 기자가 폴리티코 재직 시절 C-Span에 출연해 미 연방정부 환경 정책 변화에 관해 논평하고 있다.

기자) 이제 ‘언론 자유’ 이야기를 해보죠. 미국 사회의 언론 자유도를 10점 만점으로 평가한다면, 몇 점이나 주시겠습니까?

홀든) 숫자 하나로 딱 점수를 매기긴 좀 힘듭니다. 지금 미국 사회의 언론 자유도를 평가하려면, 여러 가지 요소들을 포괄적으로 점검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그중에서도 제가 가장 문제로 여기는 건, 민주당과 공화당이 정권을 주고받을 때마다 언론 지형이 크게 달라진다는 점이에요. 특정 정당이 집권하면, 그 정당이 선호하는 매체로 ‘정보의 쏠림’ 현상이 일어납니다. 고위 공직자가 우호적인 매체와만 인터뷰하는 일도 있어요. 이런 일이 계속되면, 언론 전체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떨어뜨립니다. 위험한 일이죠. 언론의 보도가 권위를 갖는 것은, 그 매체가 정파적 이해에 치우치지 않는다는 독자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 겁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어떤 매체가 어느 정당과 가깝다’, 이런 인식을 없애는 일에 언론계 전반에서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앞으로 계획이나 목표는 뭡니까?

홀든) 이달 초에 독립 언론을 출범시켰습니다. ‘플러드라이트(Floodlightㆍ탐조등)’라는 비영리 매체인데요. 여러 가지 환경 문제들을 밝게 비춰 세상에 드러내자는 거예요. 기성 매체에 틀에 갇히지 않고, 환경 보도를 확대하기 위해서 세운 기관입니다. 기존 신문이나 방송은 아무래도 지면이나 분량 제약 때문에 환경 기사를 필요한 만큼 소화할 수 없거든요. 그래서 독립 매체를 만든 겁니다. 제가 대표를 맡고, 뜻이 맞는 기자들 여러 명이 뭉쳤어요. 앞으로 당분간 가디언에도 계속 기사를 쓰면서, 이 매체를 성장시키는 데 힘쓸 계획입니다.

기자)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북한에서 VOA를 듣는 분들을 포함한 세계인들에게, ‘언론 자유’와 ‘양성평등’에 관해 어떤 말을 해주시겠습니까?

홀든) 저는 전 세계에서 ‘언론 자유’와 ‘양성평등’ 실태가 점점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자면 사람들이 관심(awareness)을 놓지 말아야 해요. ‘언론 자유, 양성평등, 그런 게 실현될 수 있겠어?’ 하는 생각으로 무관심이 커질수록 그 사회는 인간의 존엄성을 경시합니다. ‘언론 자유’와 ‘양성평등’의 정도는 인간의 존엄성을 얼마나 지켜나가는지 확인하는 척도예요.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노력이 바로 민주주의입니다.

언론 자유와 양성평등, 두 가지 영역에서 동시에 노력하는 여성 언론인들을 만나보는 ‘여성 언론인 대담’, 오늘은 에밀리 홀든 환경 전문기자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지금까지 오종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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