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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언론인 대담] '생활 밀착형' 보도, 캐서린 버지스


[여성 언론인 대담] '생활 밀착형' 보도, 캐서린 버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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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자유와 양성평등, 두 가지 영역에서 동시에 노력하는 여성 언론인들을 만나보는 ‘여성 언론인 대담’ 시간입니다. 저는 오종수입니다. 미국에는 주요 도시마다, 해당 지역 사회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보도하는 신문사와 방송사들이 있습니다. 주민 생활에 꼭 필요한 실용적 정보들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이런 지역 언론의 역할이 중요한데요.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 지역 당국의 관련 행정 조치들이 빠르게 바뀌기 때문에, 지역 매체들이 바빠진 상황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지역 신문에서 활동 중인 기자를 초대했습니다. 테네시주에서 발행하는 ‘커머셜 어필(The Commercial Appeal)’의 캐서린 버지스 기자인데요. 지금 바로 이야기 듣겠습니다.

미국 테네시주에서 발행하는 ‘커머셜 어필(The Commercial Appeal)’의 캐서린 버지스 기자.
미국 테네시주에서 발행하는 ‘커머셜 어필(The Commercial Appeal)’의 캐서린 버지스 기자.

기자) 안녕하세요,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VOA 한국어 방송 청취자들께 자기소개를 해주실까요?

버지스) 제 이름은 캐서린 버지스(Katherine Burgess)입니다. 멤피스에 있는 ‘커머셜 어필’ 소속 기자인데요. 커머셜 어필은 테네시주 3대 신문사 가운데 하나입니다. 테네시주의 특성 가운데 하나가, 인구 밀도가 낮으면서 땅이 동서로 넓게 퍼져있다는 점입니다. 멤피스, 내슈빌 같은 주요 도시들이 지리적으로 멀찍이 떨어져 있는데요. 그래서 지역 언론이 강하게 발달했습니다. 일일 발생 부수 1만 부가 넘는 신문이 10개나 됩니다.

기자) 그럼 지역에 밀착한 보도 활동을 하겠네요, 거기서 주로 어떤 부분을 취재하십니까?

버지스) 저는 정부 담당 기자입니다. 하지만 지역 언론 특성상, 연방 정부를 취재하는 일은 드물고요. 주로 카운티 정부에서 결정하는 사항들을 독자들께 전합니다. 가끔 주 정부 소식도 담당하고요. 동시에 종교 담당 기자도 하고 있습니다.

기자) 정부와 종교, 두 가지 취재 분야를 스스로 선택하신 겁니까?

버지스) 네. 제가 다루고 싶은 취재 분야가 많습니다만, 종교 문제에 언제나 열정적이었어요. 미국은 종교 자유가 철저하게 보장된 나라이기 때문에 개신교와 천주교 등을 비롯한 신앙 활동에 관한 이야깃거리들이 많이 나옵니다. 또 최근에는 이슬람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어요. 그래서 종교적 차별이 발생한다든가, 갈등이 빚어지는 것들도 지역 사회에서는 중요한 뉴스입니다.

기자) 그럼 정부 담당 기자로서는 주로 어떤 소식들을 전하시나요?

버지스) 어느 때보다 지역 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졌어요. 코로나 사태 때문입니다. 주민들의 이동을 제한하거나, 사업체 운영을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이 주 정부에 있으니까요. 그런 정책을 실제 집행하고 단속하는 것은 카운티 정부입니다. 따라서, 시시각각 달라지는 관련 행정 조치들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주민들에게 전달하는 게 정부 담당 기자로서의 제 역할입니다. 예를 들어, 방역 목적으로 ‘음식점은 몇 시에 문을 닫아야 한다’, ‘체육관에는 몇 명 이상 못 모인다’, 이런 게 자주 바뀌어요. 실생활에 필요한 이런 정보들을 독자들께 제대로 알려드려야 합니다.

기자) 그렇게 취재 활동을 한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버지스) 신문사 수습직원(인턴)으로 몇 년 일한 뒤에, 2015년에 정식으로 기자가 됐습니다. 그러니까 한 5년 정도 됐네요.

기자) 아직 신참 기자이신 셈인데, 언론인이 되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뭔가요?

버지스) 어린 시절에 외국 생활을 했어요.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자랐습니다. 저희 아버지께서 인신매매 방지를 위한 국제기구에서 활동하셨거든요. 아버지가 하시는 일들을 보면서, ‘세상에 참 이해하기 힘든 일들(인신매매 등)이 많이 벌어지고 있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런 일들을 세상에 알리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미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구상 어딘가에서 아직도 인신매매가 진행 중인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그런 일이 발생하게 만드는 사회 구조도 이해 못 하고요.

기자) 그래서 그런 사실을 알려야겠다는 사명감을 느낀 겁니까?

버지스) 그렇죠. 이 세상에 인신매매 같은 부정한 일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그렇지 않다’고 알려야 할 의무와 책임을 느끼게 됐어요. 부조리가 존재하는데 사람들이 알지 못하면, 상황이 바뀌지 않습니다. 피해자들은 영원히 고통받게 되고요. 그래서 그런 부조리들을 밝혀내는 기자가 돼야겠다고 마음먹은 겁니다. 세상을 바꾸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미국 테네시주에서 발행하는 ‘커머셜 어필(The Commercial Appeal)’의 캐서린 버지스 기자(왼쪽).
미국 테네시주에서 발행하는 ‘커머셜 어필(The Commercial Appeal)’의 캐서린 버지스 기자(왼쪽).

기자) 그럼 지금까지 언론인으로 활동하면서 가장 좋았던 일과 나빴던 일은 뭔가요?

버지스) 좋았던 일은 굉장히 많아요. 제가 쓴 기사 때문에 주민들의 생활 환경이 나아지는 걸 볼 때 정말 행복합니다. 예를 들어, 몇 년 전에 수돗물 오염에 관한 기사를 쓴 적이 있어요. 주민들이 마시는 물이 각 가정에 공급되는 과정에, 수도관 정비 미흡 같은 원인으로, ‘있어서는 안 되는 성분’이 스며들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오랫동안 기획하고 어렵사리 탐사해서 작성한 특집 기사였어요. 그런데 기사가 나가자마자 반향이 엄청났습니다. 몰랐던 사실을 알게 해줘서 고맙다는 독자들의 전화와 전자우편이 쏟아졌어요. 그리고 관계 당국에 항의하는 여론이 커졌습니다. 결국 주 정부가 나서서 문제를 시정하고, 차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관한 예방 조치까지 시행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기자) 그야말로 주민 생활에 밀착한, 지역 언론의 순기능이 나타난 사례네요.

버지스) 맞습니다. 저로서는 정말 벅찬 경험이었고요. 지역 언론이 주민 생활에 얼마나 강한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실감한 사건이었습니다. 비슷한 경험이 몇 차례 더 있었어요. 음, 그리고 기자 생활을 하면서 나빴던 일은…, 특별한 사례가 잘 안 떠오르네요.

기자) 언론계에서 활동하면서, 여성이라서 겪은 어려운 일은 없었나요?

버지스) 여성이라는 이유로 개인적 어려움을 겪은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제 경험을 일반화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언론계뿐 아니라, 사회 각 분야에서 남성에 비해 차별 대우를 받는 여성이 아직 많으니까요. 저한테 지금까지 어려움이 없었던 건, 앞서 양성평등을 위해 노력하신 선배 여성 언론인들 덕입니다. 그분들의 희생과 헌신이 없었다면, 저같이 젊은 세대가 지금처럼 활발하게 취재 보도 활동하기는 힘들었을 거예요.

기자) 그럼 언론계 전반적으로 볼 때, 보도 내용이나 취재 인력 배치 등에 양성 균형이 어느 정도 맞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버지스) 보도ㆍ편집국의 간부나, 언론기관 고위 경영진은 아직도 남성이 대다수를 차지한다는 자료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양성 균형이 크게 안 맞는 실정이에요. 취재와 편집 실무를 맡은 기자들 사이에서도 남성을 우선 대우하는 풍조가 아직 많습니다. 실제로, 제가 전에 일하던 신문사에서는 부장급 이상 보직 간부가 전원 남성이었습니다.

기자) 아직 개선할 여지가 많은 거군요?

버지스) 네.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봅니다. 같은 사건이나 현안을 놓고도 여성의 관심사와 남성의 관심사는 확연히 다릅니다. 독자의 절반은 여성이라고 봤을 때, 기자들의 성별 구성도 거기에 맞추는 노력을 해야 하는 거죠. 이 문제를 집어내 질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왜냐면, 신문이나 잡지 같은 인쇄 매체의 독자들은, 언론기관의 인적 구성에 양성 균형이 중요하단 걸 잘 인식하지 못해요. 뉴스를 활자 중심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그 기사를 누가 썼는지는 주목하지 않으니까요.

기자) 이제 ‘언론 자유’ 이야기를 해보죠. 미국 사회의 언론 자유도를 10점 만점으로 평가한다면, 몇 점이나 주시겠습니까?

버지스) 음…, 어떤 숫자로 점수를 매길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언론 자유가 매우 강한 나라라고 확신합니다. 제가 어릴 때 경험한 캄보디아와 비교하면 이 점은 분명합니다. 특히 미국 사회가 특별한 것은 수정헌법 1조에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못 박아뒀다는 사실이에요. 헌법에 따라, 하위 법규에도 다양한 언론 자유 보장 장치가 마련돼 있습니다. 최근 일부 정치권에서 특정 매체를 공격하면서, ‘언론 자유가 위축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만, 그건 일시적인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헌법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보장된 언론 자유는 그렇게 쉽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기자) 헌법적으로 사회적으로 언론 자유를 보장한다고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나라들도 있습니다.

버지스) 그렇죠. 그래서 언론인들의 실제 활동이 제약받는지 아닌지가 중요한데요. 미국에선 언론인들이 자유롭게 정부 자료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또 권력자들에게 질문을 던질 권리도 보장되고 있고요. 이게 언론 자유의 증거입니다.

기자) 앞으로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어떤 겁니까? 5년 된 기자로서, 앞으로 10년 뒤엔 어떤 모습일 거라고 기대하세요?

버지스) 10년 뒤의 내 모습이라…, 일단 언론계에서 살아남아야 할 것 같아요, 하하. 지금은 언론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이니까요. 사람들이 온라인 활동에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짧은 영상 중심으로 미디어 판도가 급변하고 있습니다. 공들여 취재한, 길고 진지한 활자 중심 기사에는 뉴스 소비자들의 손이 잘 안 가요. 저도 기자로서 어떤 모습으로 변해야 할지 고민해봐야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세상을 바꾸는 언론인이 되겠다는 목표에는 변함이 없을 겁니다.

기자) 이제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북한에서 VOA를 듣는 분들을 포함한 세계인들에게, ‘언론 자유’와 ‘양성평등’에 관해 어떤 말을 해주시겠습니까?

버지스) ‘언론 자유’는 강한 나라가 되려면 꼭 필요한 요소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후진국들이 대내외 선전용으로 ‘강성 대국’이라는 말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요, 언론 자유가 없으면 강하고 성공한 대국이 될 수 없습니다. 특히 정부 담당 기자 입장에서 보면, 정부 당국의 활동을 면밀히 감시하는 언론이 역할이 그 지역 사회와 국가를 강하게 한다는 걸 매일 확인합니다. 감시가 클수록, 부정과 부패가 발생할 위험성은 작아지니까요. ‘양성평등’ 측면에서도 언론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남녀 어느 한쪽의 시각에서만 언론이 보도하면, 그 사회가 나아갈 방향이 비뚤어지게 됩니다. 이 세상에는 남자들만 사는 게 아니라는 걸, 언론이 명확하게 알려줘야 합니다.

언론 자유와 양성평등, 두 가지 영역에서 동시에 노력하는 여성 언론인들을 만나보는 ‘여성 언론인 대담’, 오늘은 테네시주 지역신문 ‘커머셜 어필’의 캐서린 버지스 기자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지금까지 오종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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