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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보고서 “북한 지난해 성장률 1.8%”


지난해 11월 북한 평양의 김정숙방직공장.
지난해 11월 북한 평양의 김정숙방직공장.

북한의 경제 성장률이 지난해 1.8%를 기록해 다시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다고 유엔이 새 보고서에서 밝혔습니다. 유엔의 대북 제재 누적 여파로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문가들의 전망과는 다른 것이어서 주목됩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경제사회국(UN DESA)과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등 여러 유엔 기구가 16일 공동으로 ‘2020 세계 경제 상황과 전망’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는 지난해 북한의 경제 성장률(실질 GDP 성장률)이 1.8%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017년에 -3.5%, 2018년에 -4.2%를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다는 겁니다.

아울러 올해 경제 성장률은 지난해 1.8%에서 2.2%로 소폭 오르고, 내년은 2.8%로 좀 더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소비자 물가 변동률은 지난해 4.8%로 전년(2018)의 4.7%와 비슷했고, 올해는 5.0%, 내년은 4.9%로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유엔은 그러나 자세한 근거와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보고서는 또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유엔 회원국의 1인당 총소득 규모를 고소득, 중상 소득, 중하 소득, 저소득 등 4개 국가군으로 나누면서 북한을,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 최빈국들이 대부분인 저소득 국가로 분류했습니다.

미국과 한국은 고소득 국가로 분류하면서 지난해 경제 성장률을 각각 2.2%와 2%로 추산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김영권 기자와 함께 북한 경제에 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북한의 지난해 경제 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섰다는 유엔의 분석을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기자) 기존 많은 전문가의 분석보다 긍정적인 평가이기 때문에 더 면밀한 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미국과 한국의 많은 전문가는 북한이 최악이었던 2018년보다 지난해에는 약간 개선 움직임을 보이겠지만, 마이너스 성장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했었습니다.

진행자) 이유가 뭔가요?

기자) 복합적인 이유가 있지만, 유엔의 대북제재 누적 여파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가장 컸습니다. 북한의 대중 무역 적자 누적액이 지난해에도 20억 달러를 넘어섰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제재가 무역과 외화수입에 충격을 주면서 시간이 갈수록 시장과 다양한 산업에 타격을 준다고 지적해 왔습니다.

진행자) 그래도 여러 분야에서 지난해 개선 조짐이 있지 않았습니까?

기자) 지난 1~10월까지의 북-중 교역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하고, 농업 작황도 과거처럼 나쁘지는 않았다는 분석입니다. 게다가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에 포착된 해상 불법 환적, 비공식 석탄 수출과 원유 수입, 중국의 접경 지역 불법 활동 단속이 느슨해진 것, 북한의 장마당 물가가 안정세를 유지하는 것도 개선 요인으로 지적됐었습니다. 하지만 제재 이전 수준을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란 게 지배적 분석입니다. 수출이 90% 이상 막히고 외환보유고가 해마다 10억 이상 줄어드는 상황에서 성장률이 높은 반등을 하기는 역부족이란 겁니다.

진행자) 성장보다는 버티는 수준일 수 있다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벤자민 실버스타인 미 외교정책연구소(FPRI) 연구원은 앞서 VOA에, 불법 활동 등 제제 회피 수단들은 시간과 돈이 더 들어 나라 경제를 뒷받침할 대규모 수익을 올리기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도 VOA에, “지금은 제재 이전에 축적한 내부 자원을 사용하면서 버티는 단계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전문가는 북한이 지난해 -1% 안팎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었습니다.

진행자) 전문가들은 이번 유엔 보고서에 관해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기자)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17일 VOA에, 미국이나 중국도 아직 지난해 GDP를 발표하지 않은 상황에서 유엔이 추정치를 발표한 것을 보면 정확성에 의구심이 간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1.8%로 추산한 북한의 경제 성장률은 반대할 수준은 아니라며, 더 우려하는 것은 0%로 보이는 1인당 GDP 성장률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I wouldn't object to it to 1.8% per growth year GDP growth. I would say is zero per capita growth and very bad news. So I would say that anything under like 5 percent growth is bad news for Kim Jong-un.”

가뜩이나 낮은 소비 지출은 개선 움직임이 없고, 일부 지역을 제외한 북한 정부의 내부 투자도 없어 일반 주민이 느끼는 경기 체감은 최악이었던 2018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겁니다.

진행자) 0%로 보이는 1인당 GDP 성장률 같은 이런 통계가 경제 개선과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 정부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기자) 경제 성장을 천명했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는 부정적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출범 초기 “다시는 인민의 허리띠를 조이지 않고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겠다”고 주민들에게 약속했지만, 10년째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브라운 교수는 어떤 수치이든 경제 성장률 5% 미만이나 0%에 머무는 1인당 GDP는 모두 김 위원장에게는 나쁜 뉴스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북한의 지난해 경제 성장률을 1.8%로 추정한 유엔 보고서와 전문가 반응을 김영권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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