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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태평양재해센터 “유엔과 북한 홍수 시나리오 연습...북한 측 협력 요청 없어”


미국 태평양재해센터(PDC)와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과 협력해 제작한 북한 재난대응 모델.
미국 태평양재해센터(PDC)와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과 협력해 제작한 북한 재난대응 모델.

세계적인 재난정보센터인 미국 태평양재해센터(PDC)가 유엔과 협력해 북한 특정 지역의 잠재적 홍수에 대비한 대응 시나리오를 작성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으로부터 아무런 반응이 없다고 전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하와이대학 산하 태평양재해센터(PDC)는 재난관리와 인도주의 지원을 위해 전 세계에 첨단 과학과 기술, 정보를 제공하는 세계적인 기구입니다.

이 기구는 미 항공우주국(NASA)과 해양대기청(NOAA), 지질조사국(USGS) 등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전 세계 위험 요소를 분석하고 조기경보, 예상 피해, 방지 전략 등을 온라인과 휴대폰 앱 등을 통해 유엔과 각국 정부, 비정부기구 등 전 세계 수 백 곳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태평양재해센터는 지난해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과 협력해 재난대비 계획과 대응을 돕는 ‘AIM’(all-hazards Impact Model) 모델을 북한에 적용한 가상연습을 했습니다.

이 기구의 에린 휴이 국제운영 담당 국장은 VOA에, 북한 내 잠재적인 홍수 시나리오를 설정해 대비와 대응 계획을 시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휴이 국장] “We identified a potential flood scenario that we've seen previously and for an exercise and so we took that exposure zone and we overlaid that with our aim model to identify what the maximum potential population is.

평안남북도 경계선인 태룡강과 청천강 하류 지역에 홍수가 발생하는 상황을 가정해 피해 예상 지역의 인구를 63만 7천 명으로 추산하고 이를 저소득층 (89%), 어린이 (21%)와 노인(11%), 성인 인구 비율 (68%), 도시 (68%)와 지방 인구 (32%) 비율로 나눴다는 겁니다.

휴이 국장은 자연재해 취약계층의 규모를 자세히 알아야 식량과 물, 쓰레기 처리 컨테이너, 대피 시설이 얼마나 필요한지 계산해 유엔 기구들이 빠르고 적절하게 인도주의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휴이 국장] “Based on that we actually derive the breakdown of potential need. That includes you know how many meals would they need. How much water tap. How many square meters they would need for shelter.”

정부와 지방의 재난대응 책임자들은 피해 지역의 재난 경험과 외부에서 수집한 정보를 최대한 많이 확보해 무슨 일이 어디에서 벌어졌고, 얼마나 열악한 상황인지, 무엇이 필요한지를 신속하게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AIM’ 모델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휴이 국장은 이 기구가 제공하는 기본 정보들은 세계 어디서나 무료로 손쉽게 휴대폰 앱을 다운로드받아 사용할 수 있다며, 현재 170만 명이 이를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자연재해에 대해서는 정부와 지역 당국의 자료 제공 등 협력이 반드시 동반돼야 최선의 대응을 할 수 있다며, 북한 당국은 이 기구에 아직 그런 요청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9월 태풍 ‘링링’이 한반도에 상륙할 때도 한국은 강력한 파트너십과 요청으로 PDC의 정보 분석 자료를 공유했지만, 북한은 전혀 없었다는 겁니다.

[녹취: 휴이 국장] “by request of the emergency management communities in Korea, so we actually have an approach for them to be able to reach out and to request data and information to help them better meet the needs of their population when it comes to disaster.

북한 당국이 PDC가 제공하는 자료들을 온라인을 통해 보는지, 유엔 인도주의 기구들이 북한 당국과 PDC 자료를 공유하는지도 모른다는 설명입니다.

전문가들은 국가 통계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북한 당국의 오랜 관행 때문에 북한 주민들이 대응 가능한 자연재해에도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당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합니다.

제롬 소바쥬 전 유엔개발계획(UNDP) 평양사무소장은 VOA에, 북한 당국은 자료 제공은 물론 조기경보나 재난위험 관리 체계가 많지 않은 게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소바쥬 전 소장] “They have not had a lot of early warning system, disaster risk management system. A disaster risk management system is a combination of early warning at the top.

중앙과 지방 정부 사이에 원활한 재난대응 공조체계도 작동하지 않아, 자연재해가 닥치면 도·시·군이 작은 섬처럼 따로 움직인다는 겁니다.

소바쥬 전 소장은 미국이나 한국 등 많은 나라는 태풍이 오면 위성 등 다양한 조기경보와 재난관리 시스템을 통해 빠른 대피와 이동, 대응 계획을 세우지만, 북한은 이동의 자유마저 없어 재난대응의 가장 기본적인 ABC조차 지켜지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태평양재해센터의 휴이 국장은 전 세계 모든 나라가 자연재해에 대한 신속한 조기경보 체계에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는다며, 이 때문에 최첨단 장비와 기술은 물론 국제 협력과 자료 공유가 필수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이 빠르고 쉽게 재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가 자료와 시스템 구축에 더 많은 투자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소바쥬 소장도 북한 당국이 내부 자료를 좀 더 투명하게 공개하고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이나 태평양재해센터 등과 협력해 조기경보와 재난관리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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