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 주재하는 일부 외국 대사들이 인터넷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북한 내부 소식을 외부에 알리고 있습니다. 평양 시민들의 일상뿐 아니라 정보가 극도로 통제된 북한에서 내부 소식을 외부에 알리는 언론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콜린 크룩스 북한주재 영국대사는 지난해 12월 부임한 뒤 거의 매일 인터넷 사회관계망 서비스인 ‘트위터’에 다양한 글과 사진, 영상을 올리고 있습니다.
[녹취: 크룩스 대사] “안녕하십니까? 저는 평양주재 영국대사 콜린 크룩스입니다. 여기는 평양 김일성광장입니다.”
한국어 등 5개 언어를 구사하는 크룩스 대사는 산책과 결혼식, 운동하는 평양 시민들의 일상에서부터 모내기와 추수하는 농민들, 백화점과 면세점, 박람회에 진열된 새 상품 등 다양한 모습을 트윗하고 있습니다.
[녹취: 크룩스 대사] “이 나라에서 많은 문제를 처리하고 있습니다. 외교 활동 및 대화를 통해 평화와 안전을 위해서 노력을 하겠습니다.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
최근에는 북한 당국의 남측 시설 철거 통보로 논란이 된 금강산을 방문해 현지의 생생한 모습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요아킴 베리스트룀 스웨덴 대사도 지난 9월 평양에 부임한 뒤 트윗을 자주하고 있습니다.
그의 ‘트위터’에서는 로켓과 탱크로 만든 어린이 놀이터, 결핵요양원, 혈전증에 특효가 있다는 ‘혈궁불로정’ 약품 등 외부에 낯선 북한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일본 도쿄대학 근대아시아 역사학박사 출신답게 그냥 지나치기 쉬운 북한의 모습을 다양한 각도에서 현미경처럼 자세히 들여다 보는 사진과 글이 많은 게 특징입니다.
대사들의 트윗은 정보가 극도로 통제된 북한에서 현지 소식을 외부에 신속하게 알리는 언론 역할까지 하고 있습니다.
베리스트룀 대사는 지난달 무관중·무중계로 논란이 커진 월드컵 축구 남북한 예선전 경기장 모습을 트위터에 올려 지구촌 주민들이 텅 빈 김일성경기장의 모습과 거친 경기 장면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녹취: 베리스트룀 대사가 촬영한 남북 축구 동영상]
베리스트룀 대사는 동영상뿐 아니라 “감정은 고조됐지만, 관중은 거의 없다.” 격투기 같이 경기하는 모습에 “아이들 앞에서 싸우면 안 된다”, “81분이 지났는데 아직 0대 0이다”라는 글을 올리며 자신의 생각과 경기 진행 상황을 외부에 알렸습니다.
크룩스 영국대사는 지난 7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전직 요리사 후지모토 겐지 씨가 운영하는 평양 시내 일식집을 방문해 그와 촬영한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이로써 겐지 씨가 실종됐다는 일부 언론 보도가 근거없는 소문임을 확인했습니다.
크룩스 대사는 북한의 심각한 인권 상황을 우려하는 영국 정부와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의 보고서도 ‘트위터’에 올리며, ‘비판적 개입’이란 유럽연합의 대북정책 기조도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사들은 외교특권 때문에 일반 외국인과 달리 이런 트윗을 좀 더 자유롭게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사회에서 ‘은둔의 왕국’으로 불리는 북한에 대한 이런 활발한 트윗으로 크룩스 대사를 따르는 팔로워는 7천 명을 넘어섰고 베리스트룀 대사 팔로워도 최근 급증해 1천 200명에 달합니다.
이밖에 두 나라 대사관의 일부 외교관들과 인도네시아대사관도 평양시민들과 북한의 모습을 ‘트위터’에 활발히 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나라 대사관은 인터넷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하지 않고 있으며, 러시아 등 일부 나라는 자국의 정책을 홍보하거나 평양을 방문하는 관리들 소식으로 트윗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작은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의미하는 ‘트위터’는 온라인에서 280자 미만으로 자유롭게 글을 올리며 소통하는 서비스로, 2018년 현재 전 세계 3억 2천만 명이 활발히 사용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트위터’ 애용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팔로워는 6천 640만 명,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180만 명에 달합니다.
한국 외교부와 유엔에 따르면 북한은 161개 나라와 수교하고 있으며, 외국에 47개 북한대사관, 평양에는 7개 유럽 나라를 비롯해 25개국 대사관이 상주해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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