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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세스 버크만 뉴욕타임스 기자] “평양 축구 경기, 깨지기 쉬운 ‘한반도 관계’ 상징”


지난해 2월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남북 여자하키 단일팀 선수들이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6대 1로 패한 뒤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취재한 `뉴욕타임스’ 신문 스포츠 전문 기자 세스 버크만 씨가 ‘남북 여자하키 단일팀’의 에피소드를 담은 책을 펴냈습니다. 버크만 기자는 VO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긴장된 한반도의 해빙을 위해 ‘단일팀’이 구성된 것은 ‘스포츠 외교’의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지만, 최근 평양에서 열린 남북 축구 경기는 남북한과 미-북 관계의 현 주소를 보여줬다고 말했습니다. 안소영 기자가 버크만 기자를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어떤 계기로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에 대한 책을 쓰시게 됐나요?

세스 버크만 미국 '뉴욕타임스' 기자.
세스 버크만 미국 '뉴욕타임스' 기자.

버크만 기자) 원래는 한국팀을 취재하고 있었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기 1년 반 전, 그러니까 남북 단일팀이 구성될 지 아무도 모르던 때부터 시작했어요. 올림픽 출전을 위해 귀화한 한국계 미국인, 또 미네소타주로 훈련 온 한국 선수들의 소식을 단편적으로 기사화 했습니다. 그러다 최초의 남북 단일팀이 구성됐고, 평창올림픽에서 가장 주목받은 선수단이 됐죠. 남북 선수들 간의 첫 만남부터 마지막까지의 여정을 소개해 보고 싶었습니다.

기자) 1년 반의 기간에 걸쳐 선수들과 인터뷰하셨습니다. 북한 선수들과도 직접 이야기를 나눠 보셨나요?

버크만 기자) 북한 선수들과의 접촉은 허용되지 않았어요. 모두 한국 선수들의 입을 통해 들은 내용인데, 상당히 자세하고 꾸밈이 없었습니다. 한 번 인터뷰를 시작하면 보통 3~4시간씩 이어졌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 중 한 명은 한국계 혼혈인, 랜디 그리핀이에요. 경기의 승패는 팀웍에 있다고 보고 북한 선수들과 최대한 가까이 지내려고 노력했던 선수 가운데 하나입니다. 한 번은 점심을 먹다 디저트로 아이스크림이 나왔고, 북한인 선수 한 명이 북한 사람들은 아이스크림을 너무 좋아한다고 했대요. 모든 상점에는 3가지 종류 이상의 아이스크림이 있다며 으쓱대는 모습에 이질감을 느꼈고, ‘베스킨 라빈슨’을 구경시켜 주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북한 밖의 진짜 세상이 어떤지 보여주고 싶었답니다.

기자) 책에 남북 선수단 간의 첫 만남을 재미있게 묘사하셨더라고요.

버크만 기자) 한국팀은 북한 선수들의 합류를 기뻐하지 않았습니다. 남북 선수들이 처음 만난 날은 아주 추운 이른 아침이었어요. 한국 선수들은 밖에서 한참을 서서 북한 선수단을 기다리고 있었고, 현장은 취재진으로 인산인해를 이뤘어요. 일종의 환영 파티였는데, 분위기는 반전이었습니다. 드디어 만난 두 선수단은 마치 싸움을 앞둔 갱단(gangsters)과 같은 표정을 지었어요. 특히 ‘단일팀’이 구성되면서, 일부 동료 선수들이 올림픽에 나가지 못하게 된 데 대한 한국 선수단의 불만이 엄청났습니다. 남북 선수들 간의 미묘한 긴장을 가장 많이 느낀 순간이었어요.

기자) ‘단일팀’은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여러 해 함께 연습해 온 일부 선수들의 출전이 중단되면서까지요. 지금의 한반도 상황을 볼 때, ‘단일팀’은 어떤 의미가 있었다고 보세요?

버크만 기자) 가장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는 남북관계가 매우 깨지기 쉽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창올림픽 전 당시 미-북 관계는 두 지도자 사이에 거친 수사가 오가는 전쟁 일촉즉발 직전까지 갔죠. 한국이 이 같은 한반도 긴장 상태의 해빙을 위해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평창올림픽에서 남북 공동 입장, 또 ‘단일팀’ 출전에 열의를 보였다고 생각합니다. 한반도의 분위기가 전환된 것은 맞지만 여전히 긴장은 남아 있습니다. 또 한 가지는 북한을 바라보는 한국 내 세대 격차가 드러났다고 봅니다. 한국전쟁을 겪은 세대, 북한에 친인척이 남아 있는 세대는 그렇지 않은 세대와 북한에 대한 다른 정서를 갖고 있으니까요.

기자) 남북 단일팀의 연습 과정을 쭉 지켜 보셨습니다. 많은 불협화음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버크만 기자)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는 한국어와 영어 실력이 뛰어난 한국인 선수들의 공이 컸습니다. 조수지 선수가 일종의 ‘통역사’ 역할을 했어요. 경기 용어 등을 북한 선수들에게 설명하는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일을 했습니다. 코치 역시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어요. 각기 다른 두 팀을 훈련시켰다고 보면 됩니다. 4년 동안 호흡을 맞춰 온 한국 팀에 막판 합류한 북한 팀의 연습 기간은 고작 2주였습니다. 잘 융화하지 못할 것이라고 짐작했죠. 하지만 불확실한 시작점에서 모두 최선을 다했습니다. 여러 측면에서 불만이 있었던 한국 선수들을 포함해서요.

기자) 남북 단일팀 경기를 취재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요?

버크만 기자) 제가 놀랐던 일 가운데 하나는 북한 선수뿐 아니라 응원단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나친 관심이었어요. 한국 선수들도 인터뷰를 통해 이 점을 지적했어요. 북한 선수단의 동선에 맞춰 갑작스레 들이닥치는 카메라 세례에 북한 선수들이 많이 힘들어 했어요. 올림픽 관리팀이 막아도 소용이 없을 정도였고, 마치 동물원의 동물과 같았다고 묘사했습니다.

기자) 최근 평양에서 열린 남북한 축구 경기는 관중도, 응원단도, 취재진도 없이 진행됐습니다. 스포츠 전문 기자로서 이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셨습니까?

버크만 기자) 관련 뉴스를 접하고 지금의 한반도 관계를 상징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큰 기대 속에 시작된 미-북 협상도 예상보다 진전이 없고, 대화는 거듭 실패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아시안게임 남북단일 농구팀을 구성해 남북 스포츠 교류 ‘스포츠 외교’에 의지를 보였지만 이번 축구 경기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남북한, 더 나아가 미-북 간 현 주소를 상징한 것 같았습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신지요?

버크만 기자) 이 책은 가족과 정체성, 소속감에 관한 것입니다. 누구든지 각자의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특히 북한 선수들이 나중에 K-Pop을 따라 부르고, 북한 당국 요원들의 눈을 피해 맥도널드 햄버거를 먹는 등의 에피소드는 흥미로울 겁니다. 올림픽 여정을 통한 삶의 의미를 담았습니다.

아웃트로: 지금까지 `뉴욕타임스’ 신문 버크만 기자로부터 평창올림픽에 출전한 남북여자하키 단일팀에 대한 이모저모와 스포츠 외교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안소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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