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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남북축구 논란, 북한 인권 문제 부각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손홍민 선수가 평양에서 벌어진 남북한 월드컵 예선전에 관해 인터뷰하고 있다.

현대 축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무관중·무중계로 진행된 평양 월드컵 남북한 경기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국 대표팀이 호텔에 갇혀 통신도 못 했고, 경기가 심한 욕설 속에 전쟁처럼 진행됐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새삼 북한 내 심각한 인권 실태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 남북 경기를 마친 한국 선수단이 17일 귀국하면서 북한 당국의 행태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국 축가대표팀 단장인 최영일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회견에서 선수단이 “통신 자체를 할 수 없었고 (북한 당국이) 호텔 문 앞에도 나가지 못하게 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경기는 전쟁 같았다며,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최영일 부회장] “그냥 전쟁 치르듯이 치렀어요. 많이 거칠었어요. 팔꿈치, 손, 헤딩, 공중볼 들어오면 무릎치고 들어오고.”

한국 국가대표 주장인 손흥민 선수는 회견에서 북한 선수들이 심한 욕을 하고 거칠게 나왔다며, 평양 경기를 기억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손흥민 선수]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돌아온 것 만으로도 너무나도 큰 수확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경기가 많이 거칠었고요. 저희 선수들은 전혀 그런 게 없었는데 그 쪽 선수들이 상당히 되게 예민하게 반응하고 거칠게 반응한 것은 사실이었던 것 같아요.(중략) 심한 욕설도 많이 하고. (중략) 별로 기억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지난 15일 남북한 월드컵 예선전이 열린 평양 김일성경기장. 북한은 한국의 취재진과 응원단 방북을 불허하고 관중 없는 경기를 진행했다.
지난 15일 남북한 월드컵 예선전이 열린 평양 김일성경기장. 북한은 한국의 취재진과 응원단 방북을 불허하고 관중 없는 경기를 진행했다.

‘가디언’ 신문과 ‘BBC’방송 등 영국 언론들은 영국의 프리미어 리그 토트넘 핫스퍼의 스타 선수인 손흥민 선수의 말을 자세히 전하며, 이번 평양 경기는 “세계에서 가장 이상한 경기”였다고 보도했습니다.

영국 네티즌들은 손 선수가 부상을 당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라며 북한 당국과 선수들을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 신문과 ‘폭스 뉴스’, 최대 스포츠 채널인 ‘ESPN’도 “거칠고 전쟁 같은 경기”란 제목 등으로 ‘AP’ 통신 등을 인용해 한국 대표팀의 회견 내용을 자세히 전했습니다.

통일부 장관 등 한국 당국자들은 북한 당국의 처사에 “매우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고, 대한축구협회는 북한과 아시아축구연맹(AFC), 국제축구연맹(FIFA)에 문제 제기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 정부는 그러나 이런 비난에 침묵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대외용인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경기 결과를 짤막하게 전했지만, 북한 내부에는 경기 이틀이 지난 17일에도 결과를 일절 전하지 않고 있습니다.

국제 스포츠 전문가들은 이런 북한 당국의 행태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호주 본드대학 교수이자 영국 에든버러대학 스포츠 아카데미 국제연구원인 스튜어트 머레이 교수는 ‘트위터’에 남북 축구 경기가 “부끄럽다”고 지적했습니다.

평양 경기는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등 일부만 제외하고는 누구도 관전을 허용하지 않은 “아주 괴상한 경기”였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은둔의 왕국-끔찍한 경기”란 표현으로 북한 당국의 행태를 꼬집었습니다.

지아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앞서 성명에서 북한 당국의 무관중 조치가 실망스럽다며 “언론과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해 북한의 조치가 인권 침해임을 우회적으로 지적했습니다.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도 북한 당국의 조치는 북한뿐 아니라 지구촌 주민들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심각한 인권 유린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사무총장] “기자들도 못 오게 하고, 팬들도 못 오게 하고, 국제 언론도 못 들어오게 하고, 또한 북한 주민들까지 경기를 지켜보지 못하게 하고, 중계방송도 안 하고 이 세상에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완전히 다른 형태의 훨씬 더 심각한 인권 침해죠.”

북한 당국의 무관중, 무중계 조치, 한국 대표단 통제, 북한 주민들에 대한 보도 차단 등을 통해 유엔과 국제사회가 지적하는 북한 내 심각한 인권 침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계기가 됐다는 겁니다.

실제로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리고 있는 74차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 제출한 연례보고서에서 북한 내 심각한 표현의 자유 문제를 3쪽에 걸쳐 집중적으로 제기했습니다.

[퀸타나 보고관 보고서] “Newspapers, radio, television and the Internet are completely controlled by the Government, in particular by the Propaganda and Agitation Department of the Workers’ Party of Korea. The First Vice-Director of this department, Kim Yo Jong, is the sister of Kim Jong Un.”

북한은 “정부, 특히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제1부부장이 이끄는 노동당 선전선동부가 신문과 라디오, 텔레비전, 인터넷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는 겁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북한이 비준한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은 표현의 자유를 제공한다며, 이는 국경에 제한 없이 말과 글이나 출판물로, 예술 또는 모든 다른 매체를 통해 모든 종류의 정보와 생각을 찾고, 받으며, 전할 자유를 포함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퀸타나 보고관 보고서] “Article 19 (2) of the 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 19 provides that the right to freedom of expression includes “freedom to seek, receive and impart information and ideas of all kinds, regardless of frontiers, either orally, in writing or in print, in the form of art, or through any other media of his choice”.

하지만 북한 정부는 국가안보를 구실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을 정당화하고 있다며, 이런 감시와 통제가 북한사회에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국제축구연맹(FIFA)과 아시아축구연맹(AFC)은 국제 스포츠 정신과 규범에도 위배되는 북한 당국의 조치에 대한 대응을 묻는 VOA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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