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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인권개선 없는 비핵화·평화 합의 지속 어려워”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미북 정상 만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미국과 한국 정부가 북한 정권의 반인도적 범죄와 폭정 문제를 적극 제기하지 않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고 미 전직 관리들과 전문가들이 말했습니다. 북한 수뇌부가 인류 보편적인 국제법을 계속 무시하도록 좌시하면서 비핵화 합의가 결실을 거둘 것이란 기대는 순진한 발상이란 지적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난 하노이 정상회담장.

둘째 날, 후속 회담에 앞서 한 기자가 김 위원장에게 트럼프 대통령과 인권에 관해 논의하고 있느냐고 질문합니다.

[녹취: 기자] “Chairman Kim, are you discussing human rights with President Trump?”

북한 최고지도자가 세계 최악 중 하나로 지탄받는 자국 내 인권 문제에 대해 취재진으로부터 직접 질문을 받은 것은 사상 처음이어서 김 위원장의 입에 모든 시선이 집중됐습니다.

그런데 김 위원장이 잠시 뜸을 들이는 사이,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나서서 대신 답변을 합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We’re discussing everything. So I just want to thank everybody for being here, we’re having very productive discussions…”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것을 논의하고 있다며 현장에 있는 모든 취재진에게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현장의 기자들 뿐 아니라 생중계로 당시 상황을 지켜보던 북한 전문가들 사이엔 탄식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VOA에, 당시 상황을 보며 크게 실망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퀸타나 보고관] “I’m very frustrated about president Trump’s stance and treatment of the human rights question in North Korea. In this case, he should have allowed Kim Jong-un’s response. I really wanted to hear what he had to say to the question and president Trump interrupted and didn’t allow.”

김정은이 인권에 관해 어떻게 답변할지 정말 듣기 원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가로막고 답변할 기회를 주지 않아 매우 실망했다는 겁니다.

퀸타나 보고관의 지적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침묵이 길어지는 최근 상황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를 잘 보여줍니다.

로버트 킹 전 북한인권특사는 10일 VOA에, 북한 인권 문제가 대부분 무시되고 있는 상황에 우려한다며, 여러 불행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킹 전 특사] “My concern has been that human rights has largely been ignored. It's now approaching three years since I left the position as special envoy for North Korea human rights and the Trump administration is not even nominated anyone yet.

자신이 특사 자리를 떠난 지 3년이 다가오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아직 후임자를 지명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킹 전 특사는 미국 의회가 지난해 북한인권법을 재승인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서명했지만, 법이 요구하는 특사 임명과 다른 많은 조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여러 이유로 유엔인권이사회 참석을 거부하면서 북한의 인권 문제를 압박하고 규명할 동력이 약화됐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의 특사 재임 시절에는 유엔총회 기간에 세계 최악 중 하나로 평가받는 북한 인권 문제를 환기하는 여러 행사들이 정부들 주도로 열렸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실제로 2017년까지 뉴욕에서 열렸던 다양한 정부 주도의 북한인권 행사들은 지난해 미-북 대화가 재개되면서 거의 사라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에 이어 올해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북한의 인권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고, 2014년부터 4년 동안 지속됐던 유엔 안보리의 북한 인권 토의도 지난해부터 중단됐습니다.

유엔 인권이사회와 유엔총회의 북한인권결의안은 표결 없이 계속 채택됐지만, 비슷한 내용의 권고안이 매년 반복될 뿐, 새 조치가 없다는 지적입니다.

아울러 2014년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가 최종보고서에서 권고한 북한 반인도적 범죄 상황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 등 책임자 처벌도 진전이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입니다.

[녹취: 스칼라튜 총장] “평창 올림픽 이후 지난 1년 반 넘게 정치와 안보, 군사 이슈만 본격적으로 여겼기 때문에 인권 이슈를 그렇게 중요하게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스칼라튜 총장은 그러나 미국과 한국 사이에 북한 인권에 관한 접근이 다르다고 말합니다.

[녹취: 스칼라튜 총장] “But quiet support for the North Korean human rights movement, I want to say, continues.”

한국 내 탈북민들이 운영하는 ‘자유북한방송’ 등 북한 인권 개선과 대북 정보 유입 활동을 하는 민간단체들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지원은 조용히 계속되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니타 로위 하원 세출위원장은 올 초 국무부 해외 활동 지출법에 북한의 인권 상황 증진을 위한 예산을 1천만 달러 배정했다고 밝혔었습니다.

스칼라튜 총장은 그러나 현 한국 정부의 대북 인권 접근은 당혹스러울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총장]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 인권 이슈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것, 또한 대북 인권 정책이 없다는 것은 상당히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한국의 문재인 정부는 압박으로는 인권을 개선할 수 없다며,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고 남북 교류를 증진하면 북한 주민의 인권도 실질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나라 안팎에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공개적인 언급을 삼가고 있으며, 인권단체 지원은 역대 최소 수준, 이런 정책 때문에 기업과 시민들의 후원도 크게 줄었다고 한국 내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지적합니다.

킹 전 특사는 그러나 인권 문제에 침묵하면서 비핵화가 성공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킹 전 특사] “entering into an agreement with North Korea on denuclearization is unlikely to be a successful agreement because the North Koreans so frequently violate human rights and international law that simply entering into the agreement does not necessarily mean they're going to follow through on.”

인권과 국제법을 빈번하게 위반하는 북한 정권과 비핵화에 단순히 합의한다고 해서 북한이 그 합의를 반드시 이행한다는 의미는 아니란 겁니다.

킹 전 특사는 북한 정권의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비핵화뿐 아니라 인권 문제를 동시에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도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아베 일본 총리가 북한 인권 문제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퀸타나 보고관] “President Trump, president Moon-Jae-in, and prime minister Abe should not lose sight of the human rights in North Korea. Any peace agreement…”

퀸타나 보고관은 북한과의 어떤 평화나 비핵화 합의도 북한 주민의 생명·권리와 직결된 인권을 다루지 않는 한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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