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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 “북, 미사일 발사로 UPR 인권 조명 가려”


스위스 제네바에서 유엔 회원국들에 대한 보편적 정례 검토가 진행됐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유엔 회원국들에 대한 보편적 정례 검토가 진행됐다.

북한 정권이 유엔의 북한 인권 심사일에 맞춰 탄도 미사일을 발사해 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낮추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미 전문가가 진단했습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등 전문가들은 북한 정부가 유엔에서 계속 인권 상황에 관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 정부의 미온적 태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인권이사회가 9일 제네바에서 수년 만에 개최한 북한 인권 상황에 관한 보편적 정례검토(UPR).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가 5년 전 최종 보고서에서 지적한 북한 내 반인도적 범죄와 책임자 처벌 문제가 조명을 받을 기회였지만, 국제사회의 시선은 갑자기 다른 곳으로 쏠렸습니다.

북한 정권이 UPR 회의를 몇 시간 앞두고 단거리 미사일을 다시 발사했기 때문입니다.

미 터프츠 대학의 이성윤 교수는 VOA에 북한 정권이 외부 세계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치밀한 계산에 따라 이런 도발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이성윤 교수] “북한 정권이 워낙 황당한 주장을 자주해 국제사회에서 조롱받는 집단일 수밖에 없지만, 반면에 이번 사례를 보면 단거리 미사일 두 발을 발사해 완전히 세계의 시선을 돌려놔 인권 문제는 사실상 싹 사라지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이것 하나만 놓고 봐도 북한의 프로파간다나 공공외교가 상당히 수준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절대로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국제사회의 시선을 미사일에 돌려놓고 정작 인권 개선안을 논의하는 UPR에서는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 때문에 자신들의 인권 증진 노력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황당한 주장을 펼쳤다는 겁니다.

실제로 한대성 제네바 주재 북한대사와 북측 대표단은 제재를 “야만적”, “비인간적”이라고 지칭하며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려는 북한의 모든 노력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한대성 대사] “Taking the lead in implementing these barbaric and inhumane sanctions are the counties that were more vociferous……”

북한 대표단은 또 여성과 장애인 등 북한의 모든 인구가 어떤 성분 차별도 없이 조화롭고 평등하게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국제사회가 강하게 비난하는 표현과 이동, 신앙의 자유는 헌법으로 보장해 모든 공민이 누리고 있고 정치범과 정치범수용소라는 표현 자체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하지만 지난 1·2차 북한 UPR 심사 때 미국 대표로 참석했던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이런 북한 정권의 주장이 새삼스럽지 않다고 말합니다.

[녹취: 킹 전 특사] “The North Koreans have always lied about their human rights violations.”

북한 정부는 항상 그들의 인권 침해에 대해 거짓말을 했으며 지난 두 차례 UPR에서도 국제사회의 지적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는 겁니다.

킹 전 특사는 국제사회가 이런 거짓말을 이미 잘 알고 있다며, 그럼에도 북한과 마주 앉아 UPR 심사를 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스스로 인권에 대해 세계 주류사회의 변방에 있다는 것을 깨달을 필요가 있고, 국제사회는 이런 과정을 통해 인권 개선을 계속 압박할 수 있다는 겁니다.

북한 정치범수용소에 관한 보고서를 여러 번 발표했던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관리소가 없다는 북한 정부의 주장은 국제사회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총장] “북한 정권의 주장은 새로운 게 아닙니다. 지난 수십 년간 불법 구금시설, 정치범 관리소를 운영하면서 존재를 계속 부인해 왔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 정부와 국제기구들, 시민단체들은 지난 20년 동안 북한의 정치범수용소를 조사해 왔습니다. 위성사진, 탈북자들의 증언을 통해 조사했고 그런 불법 구금시설이 존재하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터프츠 대학의 이성윤 교수는 북한 정권이 그런데도 정치범수용소를 부인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녹취: 이성윤 교수] “북한에서 관리소-정치범수용소는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으로 내려오는 김씨 왕조의 정권 보존에 핵심 통치 수단입니다. 북한의 폭정은 결국 인민을 억압하고 기본적인 표현과 종교, 집회, 언론의 자유 등 기본권을 빼앗고 테러, 두려움을 갖게 해 통치하는 폭정 구조이기 때문에 정치범수용소 운영은 핵심 통치 수단입니다. 북한 정권과 절대로 구분할 수 있는 핵심 통치 수단이라고 봅니다.”

이 때문에 정치범수용소 해체는 북한의 진정한 개혁을 가늠할 수 있는 상징이 될 수 있지만, 김씨 정권의 속성상 스스로 해체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는 겁니다.

한편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이번 UPR에서 매우 미온적인 자세를 보였다며 실망감을 나타냈습니다.

다시 스칼라튜 총장입니다.

[녹취: 스칼라튜 총장] “대한민국의 발언을 보면 좀 실망스럽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중요한 이슈도 거론했지만, 북한 정권의 가장 사악한 인권 유린은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그게 상당히 실망스럽습니다.”

한국 정부가 남북-민족 화해 때문에 심각한 인권 문제에 비난을 삼가고 있지만, 현 상황은 민족의 화해가 아닌 김씨 일가-정권과의 화해로 보인다는 겁니다.

스칼라튜 총장은 진정한 화해는 북한 주민들과 해야 한다며 그러려면 가장 기본적인 자유마저 탄압받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권리 회복을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로버트 킹 전 특사는 한국과 일본이 북한과 관계 개선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에 정직하고 비판적인 목소리를 삼가는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이는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킹 전 특사] “It’s unfortunate. We should be able to have relationship with countries even if we criticize them for their actions…”

인권 탄압 국가들에 대해 비판하면서도 그들과 관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하며, 북한처럼 인권 변방에 있는 국가와는 더욱 그런 관계를 가져야 한다는 겁니다.

한국 정부는 이번 UPR에서 북한 주민들의 실질적인 권리 개선 문제는 언급하지 않은 채 북한 정부에 이산가족, 납북자, 국군포로 사안을 제기하길 바란다고 짤막하게 권고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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