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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한국, 워싱턴 정상회담서 미국 설득할 수 있을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뉴욕 롯데뉴욕팰리스 호텔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뉴욕 롯데뉴욕팰리스 호텔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1일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갖습니다. 베트남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첫 만남인데요, 한국이 제시하는 중재안에 미국이 수긍할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이연철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한국 외교부의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미국과 북한 간 비핵화 협상에서 빠른 시기에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이도훈 본부장] “When the dialogue resumes, a substantive early harvest is of utmost importance. We should quickly and successfully obtain results whether large or small.”

이 본부장은 4일 서울에서 열린 국제학술회의에서 미-북 대화가 재개될 때 상당히 이른 시기에 조기 수확을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크든 작든 신속하고 성공적으로 성과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 정부는 베트남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국과 북한이 핵시설 신고 등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포괄적 합의를 이루고 북한이 이를 단계적으로 이행토록 하는 중재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비핵화의 의미 있는 전전을 위해서 단계적 이행 과정에서 빠른 시기에 성과를 내는, 이른바 조기 수확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이런 조기 수확으로 상호 신뢰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종 목표인 비핵화를 달성해야 한다는 겁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오는 11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이같은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을지에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 국립외교원의 김현욱 교수는 미국과 한국이 큰 틀에서는 어느 정도 합의를 이룬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일 열리는 미-한 정상회담에서 이같은 방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아마도 계속해서 협상을 강조하는 트럼프 입장에서는 볼튼식, 즉 일괄타결 아니면 안 된다 이런 입장보다는 북한이 뭔가 비핵화의 진전을 보여준다면 단계적 해법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김 교수는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방안과 이에 대응한 초기 단계의 제재 완화가 실무선에서 어떻게 조율되고 있는지, 또 정상회담에서 어떤 합의가 나올지가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생각하는 비핵화 개념에 북한이 합의하고 로드맵을 제시한다면 단계적으로 제재를 완화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이와 관련해 남북한이 실무선에서 이미 물밑 접촉을 시작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통일연구원의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비핵화의 복잡한 과정을 고려하면 일괄 타결에 합의한다고 하더라도 실제 이행은 단계별 동시 병행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그러니까 절충이 가능한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양측이 절충을 모색하고 있고, 그 계기를 한국이 만들어내는 모양새거든요”

조 선임연구위원은 미국과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에는 합의를 했다며, 단지 초기의 신뢰 조치 부문에서 충돌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신뢰 조치와 여기에 상응하는 제재 해제라는 미국의 신뢰 조치가 충돌하고 있지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조건만 충족된다면 합의는 언제든지 가능하다는 겁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비핵화의 목표를 좀 더 분명하게 규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초기 조치를 한다면, 미국으로서도 일부 제재 완화가 그렇게 나쁜 선택이 아닐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세종연구소의 우정엽 미국연구센터장은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를 설득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우정엽 센터장] “4월11일에 회담을 한다고 하더라도 미국과 북한 사이의 인식 차이를 좁혀서 북-미 간의 비핵화 회담이 진전될 만한 어떤 안을 내놓기는 굉장히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봅니다.”

특히 제재 완화와 경제 협력 부분에서 미국이 한국의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한국은 이런 방안을 가지고 미-북 대화 재개를 촉진하기보다는 미국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방안으로 미국을 설득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나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우 센터장은 미국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종전 선언과 연락사무소 설치, 문화 교류 등에 비교적 진전된 입장을 보였다며, 한국 정부가 이런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국가전략연구원의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미-북 간 대화를 촉진하려는 한국의 노력이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무리하게 경제협력에 방점을 두고 그것을 통해서 북한을 유인해내는 그런 방식을 자꾸 미국에 제시하고 설득하려고 하면 오히려 안 될 가능성이 더 많아요.”

문 센터장은 미국과 한국이 신뢰에 기초한 공조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미국이 강조하는 일괄타결을 위한 로드맵 등이 먼저 정리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미-한 동맹과 관련한 현안들이 갈등의 원인이 되지 않도록 입장 정리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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