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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해설] 미국의 새 대북제재, 대화 보다 압박에 무게 싣는 신호


지난해 2월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백악관에서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백악관에서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발표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의 이번 조치는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로 끝난 이후 첫 제재라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북한의 비핵화를 압박하기 위해 제재를 다시 주요 카드로 활용할 것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집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북한과 관련한 미국의 이번 제재는 올 들어 처음이지요?

기자) 맞습니다. 올 들어 처음이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로 끝난 이후 처음입니다. 이번 조치가 주목되는 건, 하노이 회담 이후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 보다는 제재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신호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이번에 제제와는 별도로 해상에서의 불법 거래에 관한 주의보도 갱신했습니다. 지난해 2월 이후 1년여 만에 이뤄진 조치인데요,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 이행 의지를 확인하고 있는 겁니다.

진행자) 이번 조치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가 최근 공개한 북한의 제재 위반 행위에 대한 대응으로 나온 것 같은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대북제재위원회의 보고서가 미국 주도로 작성되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이 하노이 회담 이후 제재 이행을 통한 대북 압박을 면밀히 준비해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최근 유엔 안보리 이사국 대사들을 면담하고, 유럽에서 영국과 프랑스, 독일 정부 관계자들과 만난 것은, 하노이 회담 이후 달라진 미국의 대북 기류를 보여준다는 지적입니다.

진행자) 미국의 이번 조치는 대북제재위원회가 제재 이행과 관련해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은 위반 행위를 겨냥하고 있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위원회의 보고서는 선박 간 불법 환적을 통한 북한의 석탄 수출과 정제유 수입을 대표적인 제재 위반 사례로 꼽고 있습니다. 이번 조치는 이런 위반 행위에 대한 대응책이자 경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재무부가 발령한 주의보는 선박 간 불법 환적에 대해 과거 어느 때보다 자세히 설명하고 있더군요?

기자) 불법 환적이 주로 이뤄지는 장소와 북한이 사용하는 수법, 그리고 불법 행위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는 선박의 명단까지 공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불법 환적과 관련해 사용되는 수법으로 선박식별장치를 끄거나 선박 바꿔치기, 화물 문서 위조 등을 제시하는 등 설명이 매우 구체적입니다.

진행자) 불법 환적을 전후해 선박들이 한국의 항구를 이용하고, 한국 국적 선박 한 척이 연루됐을 가능성을 지적한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기자) 미 재무부는 `루니스’라는 이름의 한국 국적 선박이 불법 환적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된다면서도,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선박 외에 한국 내 일부 항구들이 석탄 불법 환적에 이용된 사례는 이미 알려진 일인데요, 이번에 한국 당국에 안보리 결의를 좀더 철저히 이행하도록 촉구하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은 최근 선박을 이용한 북한의 불법 행위에 대한 단속에 적극 나서고 있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달 초 해안경비대 소속 버솔프 호가 동중국해 해상에서 북한의 제재 위반 행위에 대한 감시를 시작한 것이 가장 최근의 사례입니다. 또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영국 해군 소속 몬트로즈 호가 일본 해역에서 같은 활동에 나섰습니다. 동중국해는 한국 서해와 타이완 북부 해상과 함께 북한의 선박 간 환적이 주로 이뤄지는 현장입니다. 앞서 존 볼튼 백악관 보좌관은 하노이 회담 직후, 해상에서 이뤄지는 북한의 제재 위반 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뒤 연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현재 굉장히 강력한 제재가 있는 상황에서 (추가 제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북한 주민들도 생계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앞두고도, 북한과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제재를 추가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은 대북 제재가 지난해 싱가포르 회담 이후 추가됐습니다.

진행자) 제재를 앞세운 미국의 대북 압박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요?

기자) 제재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이 북한이 `병진 노선’을 포기하고 비핵화 협상에 나서는 데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교착 국면에서 북한의 협상 복귀와 비핵화 실행에 도움이 될지는 단언하기 어렵습니다. 그 보다는, 미-북 사이의 간극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미국이 상응 조치로 제재를 완화할 것을 요구하며 비핵화 이행을 중단한 상황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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