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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해설]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로 중대 기로에 놓인 미-북 비핵화 협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8일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ㅁ트로폴 호텔 정원을 걷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8일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ㅁ트로폴 호텔 정원을 걷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로 끝나면서 미-북 비핵화 협상이 중대 기로에 놓였습니다. 앞으로 상당 기간 협상의 동력을 회복하기 어려울 전망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담판이 결렬로 끝났습니다. 언론과 전문가들의 당초 예상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진 것이지요?

기자) 예상을 벗어난 정도가 아니라, 매우 충격적인 결말입니다. `실패하는 정상회담은 없다’는 외교가의 속설을 뒤집는 결과인데요, 두 정상이 이른바 `빅 딜’의 합의를 이룰지, 아니면 `스몰 딜’의 합의로 그칠지에 초점을 맞췄던 대부분 언론과 전문가들의 예측을 전적으로 무색하게 만든 결론입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조차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요?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이 줄곧 낙관론을 펴온 것은 잘 알려진 대로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제(27일)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찬 회동 직후에도 트위터에 “대단한 만남이었고, 매우 좋은 대화였다”는 글을 올려, 정상회담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얻을 가능성을 거듭 내비쳤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역시 오늘 단독회담 시작 전 기자들의 질문에, “나의 직감으로 보면 좋은 결과가 생길 것으로 믿는다”고 대답했었습니다.

진행자) 결국 제재 문제가 담판이 깨진 이유이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양측이 서로 `덜 주고 많이 받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변뿐 아니라 북한 내 모든 핵 관련 시설의 폐기를 요구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전면적인 제재 해제를 주장한 겁니다. 김 위원장이 전면적인 제재 해제와 모든 핵 시설 폐기를 맞바꾸려 했는지는 분명치 않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영변과 `플러스 알파’를 대가로 제재를 완화할 용의가 있었는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과 북한의 실무자들이 `하노이 선언’ 초안까지 준비한 마당에 협상이 실패로 끝난 건 어떻게 봐야 할까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실무진이 마련한 합의안에 서명할 수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담판을 통해 결단해야 할 사안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라는 좀 더 확실하고 큰 결과를 기대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이번 사태로 미-북 비핵화 협상의 판이 깨진 건가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에 비춰볼 때,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과 김 위원장이 “생산적인 시간을 보냈다”며 “앞으로도 계속 좋은 친구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폼페오 국무장관은 아예 “앞으로 몇 주 안에 합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며, 조만간 재협상에 나설 의사를 밝혔습니다.

진행자) 북한의 반응도 중요할 것 같은데요?

기자) 이와 관련해서는 앞으로 북한 관영매체들의 보도를 예의주시해야 합니다. 정권 지도부의 의중을 대변하는 이들 매체들이 미국, 또는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비난하면서 대립각을 세우던 과거의 논조로 돌아간다면 상황은 크게 나빠질 겁니다. 반면, 차분한 관망세를 유지한다면 대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새로운 길’을 택할지 여부가 머잖아 판가름 날 전망입니다.

진행자) 이번 일로 미국과 북한에서 협상에 비판적인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커질 텐데요?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모두 국내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일 수 있습니다. 특히 미국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회의론에서 더 나아가, 협상 무용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전망입니다. 아울러, 정상들의 결단으로 진행되는 `톱 다운’식 협상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양측이 조만간 다시 만나 협상을 재개할 가능성은 어떤가요?

기자) 현재로서는 불확실합니다. 이번 정상회담은 싱가포르 회담 이후 8개월여 만에 우여곡절 끝에 성사됐습니다. 실무진과 정상 차원에서의 여러 차례 조율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결렬’로 나타난 건데요, 어느 일방이 크게 양보하지 않는 한 회담의 동력을 되살리기가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당장, 미국이 한국과의 연합군사훈련을 재개할지, 그리고 북한이 미국에 대한 비난을 재개할지 여부가 첫 시험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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