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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들 “북한의 만성적 식량난은 구조적 문제”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

북한이 자연재해와 경제제재에 따른 식량난을 호소하며 국제사회의 긴급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만성적인 식량난은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의 김성 대사가 최근 유엔에 긴급 식량지원을 요청했다고, 미국 NBC 방송이 20일 보도했습니다.

이 방송이 북한대표부로부터 입수한 ‘긴급 식량 지원 요청’이라는 제목의 메모에 따르면, 김 대사는 지난 해 11월26일부터 12월 8일까지 세계식량계획(WFP)과 공동으로 식량 상황을 평가한 결과 전체 식량 생산량이 495만1천 t으로, 2017년에 비해 50만3천t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상반기에 20만t의 식량을 수입하고 40만t의 조기 수확을 계획하고 있다며, 하지만 그렇게 하더라도 오는 7월 1인당 식량 배급량이 하루 표준 550g에 크게 못 미치는 310g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 정부는 국제기구들에게 이에 대한 긴급 대응을 요청한다고 김 대사는 말했습니다.

김 대사는 이상 고온과 가뭄, 폭우 같은 자연재해를 식량 생산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아울러 농업용 원자재의 공급을 제한하는 제재도 주된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의 만성적인 식량난과 관련해, 보다 근본적인 문제들을 지적했습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학 교수는 북한의 집단적인 농업체제가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There is no incentive to work very hard because it doesn’t relate to what you get……”

북한의 집단 농업체제는 열심히 일을 해야 할 아무런 동기 부여가 없는 매우 생산성이 낮은 체제라는 설명입니다.

브라운 교수는 과거 중국의 산둥지방도 북한과 똑 같은 체제를 갖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1978년에 집단적인 농업방식을 포기했고, 5년 뒤인 1982년에 산둥지방 농장들의 생산량이 50%나 증가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도 집단적인 농업방식을 포기해 농민들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첫 번째 단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또, 김 대사가 주장하는 것처럼 북한의 식량 상황이 나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The estimates of North Korea’s harvest last year were down little bit….”

북한의 지난 해 수확량은 전년도 보다 약 5% 정도 줄어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는 겁니다.

브라운 교수는 지난 해가 수확량이 좋은 해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아주 나쁜 해도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북한의 식량 지원 요청이 고난의 행군 시기 이후 수 십년 째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사무총장] “고난의 행군 25년 이후에 아직까지 북한 주민들이 식량 부족에 계속 시달리고 있고 인도 지원이 필요하다면, 이는 구조적인 이유 때문입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북한의 만성적인 식량난은 정권 유지에 필요한 부분에만 자원을 투입하는 북한 체제 자체의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장기화되면서 대북 인도적 지원 단체들 사이에 기부 피로감이 높아진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사무총장] “5년후 10년 후 15년 후 20년 후 계속 이런 식으로 인도적 차원에서 계속 지원이 필요하다면, 기부자들의 피로감은 엄청나지요.”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북한이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 걸친 개혁에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인도적 지원은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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