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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북한은 미세먼지 사각지대, 정보 공유 없어"


지난해 6월 출근길 평양 시민들이 다리 위를 분주하게 오가고 있다.

한국에서 관측 이래 최악의 미세먼지가 발생한 가운데 북한도 비슷한 상황이어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이 밝혔습니다. 북한은 미세먼지 측정장비가 미미하고 정보도 공유하지 않아 미세먼지의 사각지대라는 지적입니다. 서울에서 김영권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숨쉬기가 힘들다”, “전 국민이 간접흡연을 했다”, “한국을 떠나고 싶다”.

한반도가 사흘째 온통 잿빛 미세먼지로 뒤덮였습니다.

[녹취: 한국 언론들 보도] “오늘 수도권 초미세먼지 농도가 2003년 이후 가장 높은 150마이크로그램까지 치솟았습니다…관측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가 전국을..”

한국 방송들이 공개한 위성사진을 보면 미세먼지를 의미하는 붉은 빛이 중국에서 서해를 거쳐 한반도까지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한국 환경부에 따르면 14일 서울의 초미세먼지는 평균 세제곱미터에 125마이크로그램을 기록해 관측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 때문에 수도권에 고농도 미세먼지가 지속될 경우 대기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시행하는 비상저감 조치가 15일, 사상 처음으로 사흘째 내려졌습니다.

전 국민의 휴대폰에는 지난 사흘 동안 경보음과 함께 노후 경유차 서울운행 단속, 마스크 착용 등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란다는 문자가 전송됐습니다.

미세먼지는 31~80마이크로그램이 보통 수준인데, 서울은 15일 정오에도 매우 나쁨을 의미하는 150마이크로그램 이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제공하는 초미세먼지 공기질지수(AQI)도 서울은 15일 오전 현재 건강에 매우 해롭다는 200포인트 안팎을 유지했습니다.

미세먼지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늘고 작은 먼지 입자를 말합니다.

한국 환경부의 미세먼지 관련 동영상에 소개된 박선하 사무관의 설명입니다.

[녹취: 박선하 사무관] “미세먼지의 단위는 마이크로그램 퍼 세제곱미터라고 읽습니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입자의 크기로 구분합니다. 미세먼지는 머리카락 굵기의 약 6분의 1정도 됩니다. 초미세먼지는 머리카락 굵기의 약 20분의 1 정도입니다. 질량과 화학 성분이 동일하다면 미세먼지보다 초미세먼지가 건강에 더 유해합니다.”

미세먼지는 석유와 석탄, 자동차 매연가스에서 나오는 대기오염 물질과 황사 등이 겹치면서 농도가 높아집니다. 특히 겨울에는 대기 정체 현상이 자주 생기면서 농도가 더욱 높아집니다.

한국 정부와 기관들은 최근의 이런 미세먼지에 국내외 요인이 함께 있다며, 적어도 50~60%는 중국에서 오는 대기오염 물질이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한국 외교부는 15일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여 중국과 건설적인 미세먼지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중국 정부는 근거가 없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미세먼지가 매우 작아 호흡기 질환 동 건강에 다양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고려대학교 의대 김신곤 교수입니다

[녹취: 김신곤 교수] “대표적으로는 호흡기 질환이죠. 우리 호흡기 자체가 점막으로 돼 있는데 거기에 미세먼지가 마이크로 더스트기 때문에 그것들을 뚫고 안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있어요. 그러면 폐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어요. 그 중에 일부는 혈액을 통해 움직이면 소위 말하는 환경호르몬으로 역할을 할 수 있거든요.”

미세먼지에 암을 유발하는 물질 등 알 수 없는 물질이 많아 원인 분석에도 많은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는 겁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5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연간 700만 명이 전 세계에서 공기(대기) 오염으로 사망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지난해 보건통계 보고서에서는 북한의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률이 인구 10만 명 당 238명으로 전 세계 172개 나라 가운데 가장 높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23.5명을 기록한 한국보다 10배 이상 높고, 중국보다도 1.5배 높은 수준입니다.

북한이 이렇게 대기오염이 심각한 것은 외부 미세먼지보다 실내에서 난방이나 요리를 위해 석탄이나 나무, 목탄 등을 사용하기 때문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한국 환경부 관계자는 15일 ‘VOA’에 “한국과 중국은 미세먼지를 측정하는 장비가 있어서 실시간으로 농도를 판단할 수 있지만, 북한은 적절한 장비조차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북한이 미세먼지 관련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고 있어 사실상 미세먼지 관점에서 사각지대와 같다”고 말했습니다.

두 관계자는 북한이 화석연료를 많이 사용하고 적절한 배출 저감장치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여 미세먼지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추정만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1월과 3월 외국인들이 촬영한 동영상을 보면 류경호텔이 뿌옇게 보일 정도로 미세먼지로 뒤덮인 평양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들도 최근 들어 황사 등 미세먼지 관련 보도를 하고 있지만, 정확한 수치 없이 건강에 주의할 것을 당부하는 정도입니다.

한국 경희대학교의 공우석 교수는 북한의 경우 화석연료 사용과 부족한 산림, 중국과의 지리적 인접성 등 때문에 한국보다 미세먼지가 더 심각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공우석 교수] “평양은 중국 쪽에 우리보다 훨씬 더 서해에 가깝게 있고요. 동북 3성 지역들이 산업화가 많이 진행되는 지역이어서 아마 우리보다는 훨씬 더 어려운 상황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화여대에서 대기환경학을 가르치며 북한 환경 상황을 분석해온 김용표 교수는 남북한의 미세먼지 수준이 대체로 비슷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용표 교수] “OECD에서 평가한 pm 2.5(지름이 2.5 마이크로그램 이하) 농도를 보면 북한 전체는 남한과 비슷합니다. 그걸로 보거나 대기 물질 자료를 보면 비슷하고 이런 식으로 공기가 정체될 때 (북한도) 외부 영향을 많이 받을 것 같습니다.”

김 교수는 북한이 한국보다 에너지 사용량은 매우 작지만, 일산화탄소 등 일부 유해물질은 남한보다 훨씬 많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용표 교수] “에너지 사용량은 되게 적어요. 10분의 1 미만으로 작은데, 소위 말하는 연소 효율이라든지 제어장치도 되게 미약하기 때문에 일부 대기오염 물질 배출은 남한보다 많습니다. 그래서 배출 강도라고 있는데 북한이 남한보다 30배 이상 되는 것도 있어요.”

김 교수는 결국 화학에너지를 줄이고 태양광 등 청정·재생 에너지를 마을 단위로 공급하는 게 미세먼지를 줄이는 대안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미세먼지 위험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낮은 인식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국 정부와 언론은 국민에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증한 마스크 착용 등 미세먼지 대응 요령을 강조하고 있지만, 북한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지적입니다.

[녹취: 환경부 동영상]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할 경우 외출을 가급적 자제하셔야 합니다. 야외 모임과 캠핑, 스포츠 등 야외활동을 최소화하셔야 합니다. 외출을 하실 때는 보건용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하셔야 합니다. 식약처가 인증한….”

지난해 1월 서울을 방문한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은 안내원에게 “왜 이렇게 마스크 쓴 사람이 많냐”고 물었습니다.

북한 소아과 의사 출신으로 한국에서 한의사로 활동하는 김지은 씨는 그만큼 북한인들 사이에 미세먼지 위험과 대응 요령에 대한 인지도가 낮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지금은 많은 북한인이 미세먼지에 대해 조금씩 알아 가고 있지만, 한국처럼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껴야 한다, 밖에 나가면 안 된다는 인식을 하기 힘들다는 겁니다.

[녹취: 김지은 한의사] “그런 것에 습관이 안 됐고 그런 인식을 별로 안 가지죠. 그냥 견뎌야 한다는 인식으로 접근하지 않을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이렇게.”

김 씨는 북한 주민들은 미세먼지가 많아도 밖에서 활동해야만 하는 의무가 많다며, 대응 요령으로 오미자와 칡차를 많이 마실 것을 당부했습니다.

[녹취: 김지은 한의사] “가능하면 마스크를 착용하시고 들어오시게 되면 양치질하고 세수하고 콧구멍과 귓구멍을 깨끗하게 씻는 게 좋을 것 같고요. 차는 오미자차를 추천하고 싶어요. 오미자는 북한에 굉장히 많아요. 오미자는 수분을 보충하고 몸 속을 깨끗하게 하는 작용이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먼지로 인한 손상, 탁해진 것을 깨끗하게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칡차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서울에서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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