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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힐 전 차관보] “북한이 핵 완전 신고 해야 단계적 조치 논의 가능할 것”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북한이 비핵화할 준비가 됐다면 이제는 ‘기술적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차관보가 밝혔습니다. 북 핵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를 지낸 힐 전 차관보는 9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완전한 핵 프로그램을 신고할 때, 북한이 원하는 ‘단계적 조치’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안소영 기자가 힐 전 차관보를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폼페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 성과를 어떻게 보십니까?

힐 전 차관보) 폼페오 장관의 이번 방북은 미-북 정상회담 개최가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실질적 협상의 성격이 아니었다 싶을 정도로 진전된 부분이 상당히 약합니다. 현 상황에서 만들어진 변화가 거의 없으니까요. (풍계리와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에) 국제적 사찰을 허용하겠다는 북한의 제안도 북한이 임의로 선택한 것입니다. 비핵화 조치와 관련해 이전에 한 번도 보지 못한 방법을 북한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자) 풍계리 핵실험장에 대한 사찰도 큰 의미가 없다는 말씀이신가요?

힐 전 차관보) 풍계리 실험장은 아시다시피 여러 차례 진행된 시험으로 이미 수명이 다해가는 시설입니다. 지난 5월 이미 폭파했던 곳이고, 또 말 그대로 실험장에 그칠 뿐입니다. 북한이 만약 실질적인 핵 시설 포기에 나선다면 그것은 의미 있고 고무적인 일입니다. 하지만 이 또한 (미국과의) 계획 하에 진행해야 합니다. 북한이 지금처럼 독자적으로 선택할 일이 아니라, 언제까지, 어느 시설을 폐기하겠다는 서로 간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기자) 폼페오 장관은 이번 방북 후 ‘중대한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는데요.

힐 전 차관보) 지금으로서는 무엇을 이야기하는 건지 이해하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지난 번에는 김 위원장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왔는데, 이번에는 만났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걸까요? 많은 사람의 기대 속에 이뤄진 방북이었지만, 여전히 수많은 의문점을 남겼습니다.

기자) 협상의 진전을 위해서는 북한이 어떤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보십니까?

힐 전 차관보) 북한이 비핵화할 준비가 돼 있다면 고농축 우라늄을 포함한 핵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완전한 신고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북한이 말하는 ‘단계적 조치’도 논의할 수 있는 겁니다. 지금 북한은 ‘정치적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임의로 선택해 미국에 제안하고 있지만, 이제는 비핵화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기술적 조치’에 나서야 합니다. 현 단계에서는 북한이 비핵화 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상태로는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조만간 열릴 예정인 미-북 정상회담에서는 어떤 논의가 이뤄져야 할까요?

힐 전 차관보) 비핵화가 되겠지만 우려되는 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 사안에 대해서는 논의하고 싶어하지 않아 보인다는 겁니다. 게다가 북 핵 위협을 제거하지 못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이미 ‘승리’를 선언하지 않았습니까? 미국이 그 입장을 선회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될 겁니다. 또 분위기상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려는 의지도 강하고 말입니다.

기자) 여러 차례 북한과의 다자 회담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말씀하신 이유도 이 때문인가요?

힐 전 차관보) 미국과 북한, 한국과 북한이 따로 만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봅니다. 북한이 정확히 하지 않은 이야기를 한국 정부가 언급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한 가지, 트럼프 행정부가 점차 문재인 한국 정부의 시각에 동화해 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북한이 비핵화를 ‘고려’만 하더라도, 국제사회로부터 체제안전을 보장받을 필요가 있다는 시각 말입니다. (북한과의 협상에 대한) 미 정부의 모든 노력이 그 부분에 초점이 맞춰진 것처럼 보입니다.

기자) 지금의 북한, 과거 협상에 직접 나섰을 때와 어떻게 다릅니까?

힐 전 차관보)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다른 접근법을 사용하고는 있지만, 오히려 비핵화와 관련된 조치는 과거보다 나아진 것이 없습니다. 또 트럼프 행정부가 상당히 다른 (대북) 정책을 펼치고 있지요. 특히 이번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중국 비난) 발언은 마치 중국 없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나 다름 없는데, 이는 과거와 상당히 다른 점입니다.

기자) 중국도 북한을 사이에 두고 미국과 대치 구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폼페오 장관의 방중 기간에 이런 모습이 역력했는데요.

힐 전 차관보) (북 핵 문제에서 협조를 원한다면, 미국은 대중 무역 분쟁과 비난을 삼가라는) 중국 측 발언이 단순히 경고성 위협인지 사실적 발언이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둘 다 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미-중 관계 악화가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지금까지 크리스토퍼 힐 전 북 핵 6자회담 수석대표로부터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안소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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