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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해설] 리용호 유엔 연설, 미-북 협상 전망 예측불가 예고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지난 29일 유엔총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지난 29일 유엔총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유엔총회 연설은 미-북 협상의 전망이 여전히 낙관적이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북한이 공개리에, 제재 문제를 공식 거론한 것도 처음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리용호 외무상이 이번 유엔 연설에서 주장한 핵심 내용이 뭔가요?

기자) 미국의 상응 조치입니다. 리 외무상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신뢰’와 `평화’ 였는데요, 15분에 걸친 연설에서 각각 17차례에 달했습니다. 리 외무상은 “미국에 대한 신뢰가 없이는 우리 국가의 안전에 대한 확신이 있을 수 없다”며 “그런 상태에서 우리가 일방적으로 먼저 핵 무장을 해제하는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니까, 리 외무상이 말한 신뢰는 상응 조치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진행자) 비핵화에 대한 입장에는 변화가 없었나요?

기자) “비핵화 실현 의지는 확고부동하다”고 거듭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충분한 신뢰감을 갖게 할 때만 실현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는 미-북 협상이 답보 상태에 있는 핵심 원인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리 외무상은 미국이 “심지어, 종전 선언 발표까지 반대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종전 선언에 대해서는 미국과 북한 사이에 의견 접근이 이뤄졌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는데, 그렇지 않은가 보군요?

기자) 리 외무상은 유엔총회 연설에 앞서 지난 26일 마이크 폼페오 미국 국무장관과 만났는데요, 연설 내용으로 미뤄볼 때 양측이 아직 견해차를 해소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자신들이 취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등 조치와 미군 유해 송환 등을 들어, 다음 행동은 미국의 종전 선언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리 외무상은 연설에서 `단계적, 동시적’ 비핵화 해법도 거듭 요구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폼페오 장관은 리 외무상과의 회동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만남이었다”고 하지 않았나요?

기자) 맞습니다. 하지만 폼페오 장관의 발언이 구체적으로 뭘 의미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종전 선언을 놓고 양측이 여전히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리 외무상의 유엔 연설은 폼페오 장관이 또다시 `빈손’으로 평양을 방문하면, 지난 7월의 3차 방북 때처럼 `빈손’ 귀국을 할 것임을 경고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리 외무상이 대북 제재에 대해서도 언급했지요?

기자) “미국이 선 비핵화만 주장하면서 이를 강압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제재 압박 도수를 더욱 높이고 있다”는 게 리 외무상의 주장입니다. 북한의 고위 당국자가 공개리에 대북 제재 문제를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리 외무상은 다만, 미국에 직접적으로 제재 해제나 완화를 요구하지 않고, 유엔 안보리가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민감한 사안에 대해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리 외무상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도 전혀 언급하지 않았지요?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반대파’들이 “대화와 협상이 순조롭게 진척되지 못하도록 훼방”하고 있다는 수준에서 그쳤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 표명이 미-북 협상을 이어가게 하는 거의 유일한 동력임을 잘 알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말에도 자신이 김 위원장과 “사랑에 빠졌다”는 등 개인적인 친밀감을 계속 드러내고 있습니다.

진행자) 폼페오 장관이 조만간 평양을 방문하게 될 텐데요. 그 전에 종전 선언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조율이 이뤄질까요?

기자) 조율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방북길에 오르지는 않을 전망입니다. 미국의 중간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빈손으로 귀국하는 건 정치적 부담이 크기 때문입니다. 일부에서는 종전 선언 서명을 전제로 북한이 영변 핵 시설과 대륙간탄도미사일 해체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결국, 폼페오 장관의 4차 방북이 미-북 협상의 분수령이 되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오랫동안 답보 상태에 있는 미-북 협상이 본궤도에 오르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성사될지 여부가 4차 방북에 달려 있습니다. 양측이 종전 선언이라는 장애물을 넘어서면 앞으로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의 상응 조치가 속도감 있게 진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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