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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리시험장 폐기, 비핵화 조치와 상관 없어…미사일은 이동식에서 발사”


지난 2012년 4월 북한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에 은하-3호 장거리 로켓이 발사대기 상태로 세워져있다. 북한은 19일 남북 정상이 채택한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발사대를 영구 폐쇄하기로 했다.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평양공동선언’에 명시된 동창리 엔진 시험장과 발사대 폐기 계획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는 비핵화의 첫 단계로 고려될 수 있겠지만, 여전히 거쳐야 할 과정이 많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용도폐기된 시설로 간주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0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동창리 발사장의 존재 목적은 고정된 장소에서 위성을 발사하는 것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동시에 ICBM 등 미사일 추진체 기능을 실험하고, 우주 발사의 선례를 만들기 위한 시설로 규정했습니다.

[녹취: 베넷 연구원] “On the launch platform, that has been used for fixed location...”

이어 김정은의 말처럼 북한의 ICBM 개발은 이미 완성됐고 제재가 부과되는 현 상황에선 북한이 상업용 우주 발사체에 관심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동창리 발사장이 더 이상 유지돼야 할 이유는 남아있지 않으며, 이 시설 없이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핵 무기와 ICBM 미사일을 만들어낼 수 있고, 핵 관련 병력도 여전히 늘릴 수 있다는 겁니다.

군사전문가이자 위성사진 분석가인 닉 한센 스탠포드대학 국제안보협력센터 객원연구원은 동창리 발사장에선 미사일 발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시켰습니다.

[녹취: 한센 연구원] “That site has never launched missiles...”

2~3차례의 위성 발사 혹은 시도가 있었던 만큼, 동창리 발사장에 마련된 위성 발사대를 ‘미사일 발사대’로 간주하는 건 잘못이라는 지적입니다.

한센 연구원은 중장거리인 화성 12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 14형과 15형 등 미사일 시험발사는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의해 불특정 장소에서 이뤄졌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지난해 11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 발사 모습을 공개했다. 미사일이 이동식발사차량에 실려있다.
북한이 지난해 11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 발사 모습을 공개했다. 미사일이 이동식발사차량에 실려있다.

또한 고체 연료를 사용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북극성-1형과 이동식발사차량에서 발사된 북극성-2형, 그 외 무수단 미사일까지 모두 동창리 발사장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시험이 이뤄졌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이 곳에서 몇 km 떨어진 곳에서 스커드 미사일이 발사될 때도 이동식발사차량이 이용됐다고 덧붙였습니다.

결국 북한의 최근 미사일 발사는 줄곧 이동식발사차량이나 잠수함을 이용해 불시에 이뤄졌다는 설명으로, 따라서 해당 시설을 폐쇄한다는 것은 미사일이 아니라 인공위성 관련 활동을 중단한다는 의미라고 한센 연구원은 지적했습니다.

[녹취: 한센 연구원] “If they are, in fact, going to destroy that whole...”

한센 연구원은 동창리 엔진 실험장에 대해서도 이미 여러 차례 개선 작업이 이뤄졌다는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특히 북한이 사용하는 연료의 종류에 따라 수 개월에 걸쳐 테스트 타워를 다시 만들곤 했다며, 엔진 실험장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콘크리트 구조물을 폐기하지 않는다면 의미 없는 조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앞서 북한이 엔진 실험장을 해체하는 정황이 민간 위성 등에 포착됐지만, 한센 연구원은 일부 구조물에 손을 댄 흔적만 보일 뿐이라며 언제든 복구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센 연구원은 “지난해 북한의 열병식에선 과거와 전혀 다른 연료통이 ICBM에 달려 있는 모습이 목격됐다”며 “모형이 아니라면 고체 연료를 사용하는 미사일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고체 연료를 사용하는 엔진을 실험하기 위해선 동창리 엔진 실험장은 현재의 모습이 아닌 수평 형태로 개선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 출신인 브루스 벡톨 텍사스 앤젤로주립대학 교수도 북한이 핵 무기나 ICBM 폐기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기에 이번 조치는 미흡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벡톨 교수] “If they wanted to take a step to show us...”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을 제거하는 데 진지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다면 ICBM급 탄도미사일인 ‘화성 14형’이나 ‘화성 15형’을 폐기해야 한다는 겁니다.

벡톨 교수도 동창리 발사장의 주 목적은 노동미사일 엔진을 개량한 ‘화성 14형’ 엔진 실험 등 ICBM용 기술 개발에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이런 실험용 시설을 5~6개월 안에 만들 수 있고, 무엇보다 동해 인근에 사실상 같은 기능을 하는 시설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벡톨 교수] “The North Koreans still have a site in the east coast...”

벡톨 교수가 지목한 동해 부근의 미사일 발사장은 함경북도 무수단리에 위치한 ‘동해 위성발사장’으로, 앞서 VOA는 민간위성 사진을 분석해 이 발사장에선 해체 작업 등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여전히 건재하다는 사실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벡톨 교수는 동해위성발사장이 동창리와 동일한 기능을 하며, 북한도 이곳을 통해 같은 실험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미국 국가이익센터의 해리 카지아니스 국방연구국장은 신중한 낙관론을 내놨습니다.

[카지아니스 국장] “While the dismantling of the Dongchang-ri site is not a game-changing action, it does signal the North Korean’s are willing to move in some direction towards taking down at least some of their missile research infrastructure.”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폐기는 판도를 바꿀만한 행동은 아니지만, 북한이 일부 미사일 연구 시설을 폐기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자 한다는 신호를 준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트럼프 행정부가 양보를 양보로 받아들일 지 여부를 확인하려 하고 있으며, 동시에 미국의 의도를 시험하는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베넷 연구원은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6월1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싱가포르에서 만났을 때 이미 동창리 엔진 실험장 폐기를 약속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북한의 이번 약속은 같은 행동을 놓고 두 번이나 보상을 받았던 북한의 과거 전례를 답습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군사전문가들은 이번 선언이 명시한 ‘영변 핵실험장’ 폐기가 현실화된다면 이는 비핵화 단계를 위한 조치로 해석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벡톨 교수도 영변 핵시설에 대해 동결이 아닌 폐기가 이뤄진다면 이는 비핵화의 첫 번째 단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벡톨 교수] “If they actually destroy Yongbyon, that is a first step...”

다만 북한에 우라늄 농축을 할 수 있는 최소 1개의 시설이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북한이 만든 핵탄두가 어디에 있는 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다음 단계로 북한이 이 시설들을 신고하는 절차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영변 핵시설을 폐기할 때도 국제원자력기구(IAEA)나 미국과 한국 혹은 이들 모두에서 파견된 전문가들의 검증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벡톨 교수는 ‘평양공동선언’에 명시된 ‘영변 핵시설’은 미국의 상응 조치를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며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한 것 보다 더 큰 조치가 어떤 것이냐”고 반문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상응하는 조치’로 주한미군 철수나 제재 완화 등을 요구할 수 있지만 이는 비핵화 이전에 이뤄질 수 없는 불합리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베넷 연구원도 영변 시설이 완전히 폐기되는 건 (비핵화 진전에) 도움은 되겠지만, 북한이 여전히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베넷 연구원] “Dismantlement of Yongbyon would be helpful, but even if it were totally dismantled...”

영변 핵시설의 폐기는 결과적으로는 비핵화의 일부분에 불과하게 될 것이라는 겁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미국의 보상이 있어야만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겠다고 말했지만, 북한은 이미 김 위원장이 선대에 이루지 못한 ‘미-북 정상회담’이라는 보상을 받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미국은 주요 군사 훈련을 중단했는데, 이는 북한이 수십 년간 요구했던 사항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점에 비춰볼 때 북한의 상응하는 조치는 아직까지 취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핵 폐기 전문가인 셰릴 로퍼 씨는 20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영변 핵시설의 폐기는 “비핵화의 첫 번째 조치가 될 것”이라면서도 “미국과 북한은 비핵화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미국이 북한의 조치를 비핵화 과정으로 보는지 여부는 미국의 반응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이 취한 행동에 미국이 반응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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