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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스포츠 세상] 테니스 성차별 논란


지난 8일 뉴욕에서 열린 US오픈 테니스 대회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미국의 세레나 윌리엄스 선수가 카를로스 라모스 주심의 판정에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안녕하세요, 세계의 다양한 스포츠 소식 전해드리는 ‘주간 스포츠 세상’, 오종수입니다. 세계 테니스(정구)계에 남녀차별 논쟁이 일고 있습니다. 얼마 전 미국 뉴욕에서 막을 내린 ‘US오픈’ 여자부 준우승자, 세레나 윌리엄스 때문인데요. 테니스를 넘어, 스포츠 전반에 성 평등 화두를 던지는 중입니다. 어떤 사정인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주간 스포츠 세상 오디오] 테니스 성차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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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 테니스 경기 현장음]

여자 테니스 세계 최고 선수 중의 하나인 미국의 세레나 윌리엄스. 지난 8일 US오픈 결승에서 일본의 오사카 나오미와 맞붙었습니다. 1세트를 내준 윌리엄스는 2세트에서 게임스코어 3대 1로 앞서며 주도권을 잡았는데요. 경기 중반에 문제가 벌어졌습니다.

윌리엄스가 서브 게임을 오사카에게 내준 뒤 크게 흔들렸는데요. 라켓(정구채)을 코트 바닥에 내던지며 분을 풀지 못했습니다.

이를 지켜본 카를로스 라모스 주심이 ‘포인트 페널티(벌칙 점수)’를 줬습니다. 앞서 윌리엄스가 코치의 지시를 부당하게 받은 데 1차 경고를 주고, 라켓을 던진 행동에 두 번째 경고가 더해진 것이었는데요.

결국 6번째 게임은 오사카가 15대 0으로 앞선 상황에서 시작됐습니다. 윌리엄스는 연달아 두 게임을 내줘 게임스코어 3대 4로 역전 당했는데요. 화가 난 윌리엄스는 울먹이며, 다시 주심에게 강하게 항의했습니다.

하지만, 주심은 항의를 받지 않고, 3차 경고인 ‘게임 페널티(벌칙 게임)’를 부여했고요, 윌리엄스가 다시 추격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결국 이날 승리는 오사카에게 돌아갔는데요. 오사카는 윌리엄스를 꺾고, 일본인 최초로 US오픈 우승자가 됐습니다.

패배한 윌리엄스는 경기 직후 오사카를 안아주며 축하했지만, 주심과는 악수하지 않았습니다. 라모스 주심과 주최 측이 승리를 도둑질해갔다고 비난했는데요.

주심의 벌칙이 경기 방향에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윌리엄스 입장에선 억울하게 US오픈 우승을 놓친 것으로 여길 수 있었습니다.

지난 8일 뉴욕에서 열린 US오픈 테니스 대회 여자 단식 결승이 끝난 후 세레나 윌리엄스(왼쪽) 선수가 자신을 이기고 우승을 차지한 오사카 나오미 선수를 축하해주고 있다.
지난 8일 뉴욕에서 열린 US오픈 테니스 대회 여자 단식 결승이 끝난 후 세레나 윌리엄스(왼쪽) 선수가 자신을 이기고 우승을 차지한 오사카 나오미 선수를 축하해주고 있다.

벌칙을 거듭 받은 윌리엄스의 패배로 결승전이 마무리되자, 관중들도 시상식에서 주최 측에 야유를 보냈는데요. 각종 스포츠 매체들에 항의가 몰리고, 인터넷 사회연결망(SNS)에는 윌리엄스를 두둔하는 글이 줄지었습니다.

[녹취: 테니스 경기 현장음]

윌리엄스가 이번 대회에서 우승했다면, 메이저 대회 단식에서 24번째 정상에 서는 대기록이었습니다. 은퇴한 호주의 마거릿 코트가 세운 역대 최다 우승과 동률을 이룰 수 있었지만, 결국 실패한 건데요.

남녀 차별 논쟁이 이때 시작됐습니다. 윌리엄스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는데요. “그동안 경기장에서 수많은 일을 봤지만, 남자 선수들이 이런 처우(벌칙)을 받은 사례를 보지 못했다”고 호소했습니다. 이어서, “내가 여자 선수이기 때문에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고 차별을 당한 걸로 생각한다”고 했는데요.

남자 선수가 경기 도중 라켓을 던지거나 주심에 항의하더라도, 거듭 벌칙을 주는 경우는 못 봤다는 이야기입니다.

윌리엄스의 억울함을 파악한 세계여자테니스협회(WTA) 지도부도 거들고 나섰는데요. “남자 선수와 여자 선수가 경기장에서 감정을 표현하는데 같은 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다”고 이번 대회 운영 잘못을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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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오픈이 끝난 며칠 뒤에도, 윌리엄스를 둘러싼 테니스계 남녀 차별 논란은 이어졌습니다. 주최 측이 윌리엄스에게 1만7천 달러 벌금을 부과했는데요.

윌리엄스를 옹호하는 여론이 높았지만, 국제 테니스 심판들은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윌리엄스가 나오는 경기를 ‘보이콧’할 것을 고려한다고 발표했는데요. 심판들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윌리엄스가 스타 선수로서 특권의식에 젖어, 경기 규칙과 심판 지시를 무시하는 일이 잦았다고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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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인종 차별 논란까지 불거졌는데요. 호주의 한 신문이 윌리엄스가 경기 도중 화내는 모습을 만평으로 그리면서, 짙은 피부색과 두꺼운 입술, 곱슬머리를 비롯한 흑인의 인종적 특징을 강조해 우스꽝스럽게 묘사했기 때문입니다.

여성으로, 흑인으로, 그리고 지난해 출산 후 어머니가 돼서 라켓을 잡은 윌리엄스가 경기 상대보다 편견과 싸워야 하는 실정이라고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은 논평했습니다.

또한 NBC스포츠는, 윌리엄스가 실력으로 언론의 조명을 받는 경우만큼이나, ‘섹시한 스포츠 스타’로 꼽히는 일이 잦았다고 지적했는데요. 남자와 달리, 외모를 비롯한 실력 이외 기준들을 여자 선수들에게 들이대는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또한 테니스뿐 아니라 스포츠 각 종목에서 남녀부 상금 액수가 다른 점도 고쳐야 할 숙제로 짚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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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계에서 성차별 논란이 처음은 아닙니다. 윌리엄스 사건에 앞서, 이번 US오픈 초반에도 논쟁이 벌어졌는데요. 프랑스 여자 선수 리제 코르네가 경기장에서 윗옷을 갈아입어 심판의 경고를 받은 일 때문입니다. ‘예절 규범’을 어겼다는 이유였는데요. 사건 직후, 상의를 벗은 남자 선수들에겐 왜 경고를 주지 않느냐는 비판이 고조됐습니다.

복장과 관련된 논쟁은 전에도 있었는데요. 세레나 윌리엄스가 주인공이었습니다. 윌리엄스는 지난 6월 ‘프랑스오픈’에서 건강상 이유로 전통적인 치마 형태 경기복 대신, 신체에 밀착되는 기능성 옷(캣수트·catsuit)을 입고 나섰는데요. 몸의 굴곡이 그대로 드러나 선정적이고 품위 없다는 이유로 금지됐습니다. 이후 남녀 선수들의 복장 규정과 집행에 대한 차별 논란이 커졌는데요.

윌리엄스는 이에 항의하는 뜻으로, 이번 US오픈에 화려한 무용복을 본 딴 옷을 입고 나섰습니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개막식. 소련과 동맹국들이 대회 출전을 거부하면서 전 세계인의 축제가 되지 못했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개막식. 소련과 동맹국들이 대회 출전을 거부하면서 전 세계인의 축제가 되지 못했다.

‘주간 스포츠 세상’, 알쏭달쏭한 스포츠 용어를 알기 쉽게 설명해드리는, 스포츠 용어 사전입니다. 테니스 심판들이 세레나 윌리엄스의 경기를 ‘보이콧(boycott)’할 것이라는 이야기, 앞서 전해드렸는데요. 보이콧은 거부한다, 배척한다는 의미입니다. 주로 단체행동을 말하는데요.

이 단어를 스포츠 대회에 사용하면, ‘출전 거부’라는 뜻이 됩니다. 지난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을 미국과 서방국가들이 보이콧하고, 4년 뒤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선 소련과 동맹국들이 보이콧한 적이 있습니다.

스포츠 외 분야에서도 보이콧이란 말을 많이 쓰는데요. 특정 상품이나 기업을 보이콧한다고 하면, ‘불매운동’이라는 의미입니다. 그 물건이나 회사를 이용하지 않는 움직임이죠.

‘주간 스포츠 세상’, 미국 선수 세레나 윌리엄스를 둘러싼 테니스계의 성차별 논란 살펴봤고요. ‘보이콧’이 무슨 뜻인지도 알아봤습니다. 끝으로 노래 들으시겠습니다. 세상 편견과 싸우는 여성의 목소리, 레이첼 플레튼의 'Fight Song'입니다. 다음 주에 더 재미있는 이야기 가져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오종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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